소나기
지금까지도 꺼내지 못한 마음의 리듬이 바람종에 날려 울렁이게 할 때면 무너져 녹아내리다 이내 사라지고 마는 그날의 소나기가 불러낸 추억의 파동을 미워할 수밖에 없다.
유리조각이 부서져내리는 듯한 매미의 울음소리는 그 해 여름을 빛나게 했고 내 옆에서 너는 그 소리를 들으며 따쓰한 햇볕에 기대고 있었다. 어딘가 모를 쓸쓸한 잿빛 푸름을 가진 너의 옆에서 나는 아무 말 없이 하늘에 발을 걸쳐놓았다. 그해 여름은 그날만 빼면 완벽했다.
그날 나는 우산을 팽개쳐놓고 식어가는 너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날 네가 나에게 우산을 씌워주면서 함께 옥상에서 내려가자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아니, 네가 죽지 않겠다고 말해줬으면 어땠을까?
바꿀 수 없는 지난날이지만 나는 종종 여름소리를 듣고 있을 때면 그런 잿빛 푸름으로 가득 차버린, 너로 빼곡히 섀겨진 소나기를 보며 생각한다.
지금은 네가 날기엔 비가 많이 오니까 내일 나는 건 어떠냐고 타일렀다면 어땠을까?
안녕하세요 굿나잇 클럽 회장 김다연입니다.
2024년 마지막 여름의 모습을 담고자 산문시를 써 보았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9월 8일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