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경제학자와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중 하나를 오늘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건 내가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경제학과 교수님께서 해주신 이야기이니, 경제학을 사랑하는 분들이 듣고 너무 노여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물리학자, 화학자, 그리고 경제학자가 무인도에 갇혔다. 배가 고파 굶주리던 세 사람은 바다에서 둥둥 떠다니는 통조림 캔을 발견했다. 화학자는 자신이 아는 화학 지식을 이용해 부식을 시켜 캔을 따자고 했다. 그러자 물리학자는, 그것보다는 캔의 중력과 부력을 이용해 그에 상응하는 돌을 가져와 통조림 캔을 따자고 말했다. 그때, 바위에서 일어나던 경제학자가 이 사건을 한 번에 해결할 한마디를 한다.
“자, 우리에게 통조림 캔따개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건은 경제학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가정을 토대로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경제학은 ‘합리적인 개인’이 화폐만을 생각하며 거래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항상 개인이 자신의 효용과 비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은 타인의 선택에 영향을 받고, 큰 돈이나 가치 있는 물건이 오갈 때는 상대방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즉, 거래란 개인과 타인, 그리고 신뢰처럼 보이지 않는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의문이 제기되던 시점에 등장한 것이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넛지』 또한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책이다.
그렇다면, ‘넛지’란 무엇인가?
넛지를 행한다는 것은 어떤 선택에 대해 강제성이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사람들의 행동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비만율이 높은 학교에서 영양 교사는 아이들이 채소를 더 많이 먹고 고기를 덜 먹기를 바란다. 하지만 선택을 강제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민 끝에 그는 아이들이 급식을 받을 때, 채소와 고기의 배치 순서를 바꾸는 방법을 선택한다.
놀랍게도,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보다 아이들은 더 많은 채소를 먹게 된다.
이처럼 행동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것이 바로 넛지이며, 이러한 넛지를 설계하는 사람을 선택 설계자라고 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경제적 인간을 주장하는 이들은 누구나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행동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인간은 예측 가능한 실수를 반복하며, 대표적으로 계획 오류와 현상 유지 편향을 보인다.
계획 오류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드러난다.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이 ‘내일이나 이틀 뒤쯤 끝나겠지’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오래 걸려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또한, 사람은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 설정(디폴트 옵션)을 따르려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새로 산 휴대폰의 알람음이나 벨소리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더 상쾌한 알람 소리나 더 좋은 벨소리가 있음에도, 기존의 설정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상 유지 편향을 설명해준다.
넛지를 믿는 사람들은 타성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