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성인 여드름으로 큰 고생을 했었다.
사춘기 시절에도 없었던 여드름이 어느 날 갑자기 얼굴 가득 피어나자, 충격은 더 컸다.
“깨끗한 얼굴이 내 얼굴”이라 믿어왔던 나에게, 낯선 얼굴은 낙인이었고, 대인 기피로까지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원인은 단순했다.
스트레스와 함께 폭식, 군것질, 달달한 간식이 일상으로 번지면서 피부가 더는 못살겠다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 당시에 나는 조용한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풀 곳도 마땅치 않았고, 노래방조차 쉽게 가지 못했다.
유일한 해소법이 음식이었는데, 그것이 결국 여드름의 불씨가 되었다.
물론 노력도 했다. 생활습관을 고쳐보려 했고 맨발 걷기까지 해 봤지만 음식이 받쳐주지 않으면 효과는 많이 반감되었다.
결국 나는 피부를 통해 **“음식이 곧 나를 만든다”**는 단순하지만 절실한 진리를 배웠다.
건강 상식이 부족했던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첨가물이 든 음식만 피해도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걸.
문제는 이런 음식들이 주변에 지뢰처럼 널려 있어 현실적으로 피해 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국, 내가 조금 더 나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소중하니까.
여기까지 쓰고 나니, 문득 어제 먹었던 아이스크림이 떠올랐다.
솔직히 아이스크림은 내게 여드름의 공범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웃게 해 주던 행복의 조각이기도 했다.
임신했을 때도 미친 듯이 퍼먹었던 아이스크림, 힘들던 시절에도 늘 곁에 있던 아이스크림.
나는 단 한 번도 아이스크림에게 고맙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늘 탓만 했지. 내 몸이 안 좋은 건 다 네 탓이야.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의 나를 버티게 해 준 게 바로 아이스크림이었다.
보잘것없고 하찮아 보였을지 몰라도, 내겐 그 순간만큼은 행복이었다.
고마워, 아이스크림.
너는 여전히 내게 달콤한 작은 행복의 존재야.
누구 탓인 건 애초부터 없는 건지도 모른다.
내 맘 숨통 트이려고 탓을 한다.
내 연약한 맘 들키지 않으려고, 그러면서 힘을 내보려고 허우적거리는 단단치 못한 발버둥 같은….
솜뭉치 같고, 순두부 같던 그때의 나를, 지금은 조금 더 단단해진 손두부 같은 내가 안아주고 싶다.
''뭐야, 아직도 두부야. 멀었네. 덜 컸어, 여전히…. ''
어디선가 엄마 잔소리 같은 메아리가 귓등을 찰싹 때리고 지나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