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 5

쓸모를 다해도, 여전히 생명을 키우는 이야기

by 온별


이름 모를 그루터기를 바라보며....


저 정도의 굵기라면, 얼마나 오랫동안 이 길과 함께했을까.
넓지 않은 공원길, 오솔길 같은 그 길 위로 수많은 발걸음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겠지.


그러다 어느 날, 너는 쓸모를 다한 존재가 되어버렸나 보다.
하늘을 많이 가렸는지, 아니면 복잡해 보였는지…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제는 네 멋진 자태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고 했지.
작게만 보이던 공원은 더 넓어 보이고, 저 멀리 사람의 흔적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게 되었어.
너의 희생 덕분에 주변 나무들은 햇빛을 더 골고루 받으며 오늘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어.


나는 그동안 너를 무심히 지나쳐 왔어.
어떤 존재였는지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는데, 오늘은 네 앞에 서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람의 손에 의해 심어지고, 사람의 손에 의해 베어졌지만 언제나 말이 없는 네가 참 멋지다.
오늘 너를 보며, 눈물이 날 뻔했어.


너도 언젠가 이렇게 쓸쓸한 그루터기가 될 줄은 몰랐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생명들을 품어 키워내는 너의 모습은 강인하고 아름다웠어.
그 모습이 내 마음을 감동시켰지 뭐야.


세상엔 이름 없는 존재들이 모여, 눈에 띄지 않는 배경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지도 모른다.
종종 내 마음도 초라해져서, 점점 쓸모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오늘 너를 보며 자연의 순리를 배웠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내어주며 생명을 보듬는 너를 닮고 싶다.
초라한 마음의 구김도 덕분에 조금 펴졌다.
누군가 빛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넓은 마음도 더 배우고 싶다.


나는 너를 기억할게.
아름다운 존재로….


나무2.jpg


내 규격에 맞추어진 삶의 틀을 깨고자,

오늘도 백조의 물속 발길질을 이어갑니다.




사진 : 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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