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 6

낯선 풍경을 마주하다

by 온별


아침의 바람이 그분의 고단한 마음까지 데려가 가볍게 흔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의 바람은 언제나 산뜻한 기운을 품고 나를 반겨준다.
어제와 같은 모습 같아도, 분위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풀려나가는 중이다.

언제 봐도 사랑스러운 나뭇잎의 살랑임,
바람과 하늘과 나무와 나….
그 자체로 평화롭고 은은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 공간.

언제라도 쉬어가라며 놓여 있는 벤치들.
그 풍경마저 평화에 일조한다.
덩치 큰 정자는 그만큼 마음씀도 넓을 것만 같다.

벤치는 잔잔하게 늘 챙겨주는 엄마의 사랑 같고,
정자는 든든히 안아주는 아버지의 품 같다.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펴며 아침에 도취된 걸음을 이어가던 중,


“어… 어…”


오늘은 익숙지 않은 풍경과 맞닥뜨렸다.

정자 안에 한 아저씨가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고.
옆에는 혼자 비운 듯한 여러 개의 술병이 친구하고 있었다.

아침 햇살과 술 취한 모습이 선명히 대비되며 눈에 들어온다.
지나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쪽을 바라본다.


타격감 없는 하찮은 존재의 괴로움이
이 신성한 아침의 그림을 모독한 것인 양….


그 눈빛들이 가슴에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번에 뭔가 저분 인생에 크나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이 시간에 같은 모습을 봤다면,
나는 단순히 술주정뱅이라 치부하고 눈살을 찌푸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무심히 지나쳐주는 눈빛뿐이었다.
널브러진 술병보다 더 무겁게 늘어진 고개가,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다음 날, 정자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평화로운 원래의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다.

나는 다시 한번 어제의 그분을 떠올리며,
그에게 평화와 안정을 기도해 본다.

그분의 하루도 다시 빛나기를 마음속 깊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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