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시림이 데려온 생각들

겨울 산책에서 마주한 작은 깨달음

by 온별

요즘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나는 얇은 장갑 한 켤레를 끼고 산책을 한다.


예전보다 건강이 나아져
찬 바람을 덜 타게 된 것이
참 감사한 일임을 맘껏 느끼는 중이다.


반려견과 함께 걷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산책 중 핸드폰을 켜는 게 조금 번거롭다.
장갑을 벗기가 귀찮아
오른손 장갑의 엄지와 검지 끝만
살짝 잘라 손끝이 나오게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가을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그 손끝에 스치는 찬기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얇은 장갑이라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이 작은 천 조각이
얼마나 많은 추위를 막아주고 있었는지
그제야 알게 되었다.


장갑을 통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오면서
나는 별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온 것처럼 느낀 적도 많았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손길들에 기대며
여기까지 온 것이었구나.
스스로 오만했다는 마음도 찾아왔다.


오늘 하루는
세상으로부터 받은 고마움들을
조금 더 깊이 느끼고,
조용히 고개 숙일 수 있는
나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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