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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uren Jan 01. 2022

아들 군대 보낸 엄마

어렵다. 어른답게, 엄마답게

"마누라, 진짜, 왜 그래? 어른 좀 돼라. 걔가 다 괜찮다. 재밌다 하니깐 진짜 좋아서 그런 것 같아? 생각이 있어? 없어? 그 뭣 같은 캠픈지 카펜지 그만 봐. 또 그거 보고 애한테 뭐라 하기만 해!"


군 알못 아줌마가 인터넷 군인 부모 모임에서 보고 들은 정보로 이러쿵저러쿵하다가 ,

가끔 아들에게도 조언이랍시고 구시렁거리다가 딱 걸렸다.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는 남편이 화내는 일이 드물기에, 이렇게 한 번 아니다 싶으면 무섭다.

5살 많은 오파에게 아침부터 혼났다.



내게 못된 소리 한 것이 미안했던지

점심을 먹으면서 

내게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카페라테는 좋아하지만,

'라때는 말이야'는 하지 않는,

 번도 들은 적 없는 젊은 시절의 남편 얘기다.



남편은 88 올림픽 때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휴학계를 냈고,

덕분에 12월 막바지에 입대를 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신의 아들, 장군의 아들 뭐 그런 소리가 난무할 때였으니,

시가에서는 걱정이 많았으리라.

그런데 남편은 하필 공수부대, 

그중에서도 대테러 부대인 707 대원이 되었다고.

그때는 다들 707 부대가 뭔지도 모를 때라 공수부대라 했을 때,  

' 아~~  됐네' 했다고.


공수 훈련에서 낙오되면 최전방에 간다고 해서 열심히 했다는데, 할만했다고.

특별히 불가능한 일을 시키지는 않는다고 남편이 그런다.

이렇게 끝나는 얘기였으면 좋았을 텐데, 이 것이 끝이 아니었다.


남편의 회상 중에

군 생활을 아주 나쁜 기억으로 만들어준 선임이 있었다고 한다.

Puppy, puppy 연발을 해가며,

얘기하는 걸 보니 나쁜 기억임에는 틀림없다. 이름도 기억한단다. ^^

암튼 그 선임이 제대하기 전까지 

6개월 정도를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왜?'라고 물으니,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소위 명문대 다니다 왔다고...

예나 지금이나 나쁘고. 이상한 사람 진짜 많다


그래도, 어쩌다 어머님과 통화할 때 

다 좋다고, 잘 있다고 했단다. 

한 번도 속 내를 털어놓은 적이 없다고 하네.


남자아이가 어른이 되는데.
말하자니 구차해서,
혼자 앓아내야 하는 일이 많을 거란다.


같은 집에 사는 가족끼리도

맘이 안 맞아 툭탁거리고,

친구끼리도 싸우는데,

 24/7을 같은 공간에서, 

화장실 빼고는 개인 공간이 없는데 어떻겠냐고...


무슨 평생 직업도 아니고,

직업이라 한들 평생 직장이 없는 요즘,

좀 운이 좋아 편하고 좋은 보직으로 받으면 받은 대로,

운이 나빠 어렵고 힘들면, 

또 그대로 인생에서 배우는 것이 있겠지.

이번에 운이 좀 나빴으면 다음번엔 운이 좋겠지.


누구는 어쩌고, 어디는 어떻고, TMI하지 말란다.

누가 아무말 안 해도 그냥 서러울 때가 많을거란다

듣고 보니, 내가 어른이 아닌 듯, 엄마가 아닌 듯 생각이 많아지네.



2022년에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반백년을 살았는데도 아직도 이러면

마지막 길에는 어른이 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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