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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Jul 14. 2022

엄마의 조건_조급한 엄마 힘겨운 아이

2년간 낙제를 거듭하던 아이를 세계적인 명문대학에 보낸 성장스토리

이야기 1. 조급한 엄마 힘겨운 아이 : 엄마, 이렇게 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나요?     


아들의 고3 수험생활이 시작될 무렵인 2019년 어느 날 뉴스를 보았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담아 만든 대한민국 아동 보고서인 ‘교육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UN 아동권익위원회에서 발표된 내용이었다.

3년여의 조사로 보고서를 만든 중고등학생들이 스위스에 초청되어 직접 보고 한 바에 따르면, 학습시간은 주 40~60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크게는 2배 가까이 많고 한국 성인의 노동시간보다도 길다고 했다. UN 관계자가 안타까움에 울었다는 이야기도 씁쓸했지만, 자신들의 현실을 표현한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한다는 ‘텐투텐’이란 신조어에 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12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 갇혀 공부만 하는 아이들의 상황과 이들의 학업량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아들의 상황이 순간 오버랩되어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렇게 내달리듯 공부해야만 원하는 미래를 갖게 되는 건지 며칠간 계속 의문이 들었다.    

  

1-1. 모두 다 뛰는데 내 아이만 쉬게 할 수 없잖아요

카페에 갈 때면 삼삼오오 앉아있는 엄마들을 자주 본다. 옆에서 하는 얘기가 애쓰지 않아도 들릴 때가 많은데,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자녀교육이다. 넓게 말해 자녀교육 주제이지 좋다는 학원 정보와 누가 선행을 얼마나 했더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한 주도적인 엄마가 설득력 있게 대화를 이끌어가면 다른 엄마들은 그게 정답인 양 정말 집중해서 듣고 있는 모습이 보기 드문 장면은 아니다.


어느 날 아들과 카페에 갔다가 엄마들은 다를지언정 똑같은 분위기와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을 보며, 아들에게 “참 다행이야. 저렇게 똑같이 달리지 않았는데 잘 커 줘서”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면서 기죽은 듯 앉아있는 나머지 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저게 정답은 아니에요. 그렇게 안 해도 잘 큰 아이 있어요. 그러니 힘내세요”라고.


우리나라 교육정책 전반의 연구와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는 매년 전국의 성인 남녀 수천 명을 대상으로 교육 여론 조사를 한다. 전년도 조사 결과에서 재작년과 별다를 게 없는 응답 영역이 있었으니  ‘사교육을 왜 하는지’에 대한 문항이었다.


사실 그다지 놀랍지 않은 결과이긴 하지만 가장 높은 비율인 전체 응답자의 24.3%가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해서’라고 대답했고, 그다음 높은 비율인 23.4%가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라고 답하였다.


특히 사교육 부담 대비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는 비율(중부담·고 효과, 저부담·고 효과 등)은 전체 응답자의 17.9%와 초중고 학부모의 19.0%에 불과했다. 사교육을 하는 이유와 부모로서 부담되는 것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사교육이 효과가 높은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달리 해석하면 이렇다. 사교육은 아이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지만 다른 집 아이가 하니까 불안해서 그리고 남들보다 잘했으면 하는 이유에서 시킨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교육에도 착한 사교육과 나쁜 사교육이 있다. 감성을 키워주고 꿈과 진로 흥미를 개발시키는 착한 사교육이 아니라 개별적인 지식 습득 용량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빠르고 많이 집어넣는 것을 강요하는 선행 지식 주입은 정말 나쁜 사교육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쁜 사교육을 하는 이유조차 내 아이를 위해 서거나 아이에게 필요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남들이 하므로 한다는 의미. 또한, 모두가 달리고 있으므로 내 아이가 쉬고 있는 건 불안해서 허용이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국내 최고 뇌과학자로 평가받는 서유헌 서울의대 명예교수는 2020년 베이비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에만 맞춰지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엄마 배 속에서부터 대학입시 준비가 시작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였다. 부모들이 그저 남보다 먼저 그리고 많이 시켜서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목표가 크다고 덧붙이면서, 선행학습을 시키는 부모들이 우리 아이 뇌가 옆집 아이 뇌와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강조하는 기사를 읽으며 마음 깊이 공감하였다.


나 또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교육열을 지닌 대한민국의 학부모로서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기를 똑같이 바랐다. 모든 정보와 노력을 다 끌어모으고 열심히 공부해야만 원하는 대학에 그나마 갈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작은 나라이지만 대학을 가기에 너무나 경쟁이 치열하고 대입 전형은 수백 개에 이르니 경쟁자보다 빨리 우위를 선점하도록 노력하는 마음도 이해한다.

 

미국 대학은 어디 합격하기 쉬운가. 넓디넓은 땅 미국에는 4,000여 개의 대학이 있다고 하니 졸업장만 필요하다면 어디라도 들어갈 수 있다. 설사 지금 당장 영어를 못해도 이러저러한 예비 전형으로 다닐 수 있다. 그러나 학교 순위 100위를 넘어 기준별 Top 30 수준의 최고 순위에 해당하는 명문대학들은 합격하기가 정말 힘들다. 경쟁률도 국내 대학과는 비교가 안 된다. 작년 최종 합격률을 서부 지역 대학을 기준으로 할 때, 스탠퍼드는 4%이고 UC 버클리는 12% 정도였다. 스탠퍼드로 예를 들면 10,000명이 지원해 9,600명이 떨어진다는 얘기로 그만큼 세계적인 명문대학의 문턱을 넘기란 어렵다.


이 수치 또한 전체 신입생 합격률이기 때문에, 비교적 입학이 쉬운 다수의 미국인 합격자 외 순수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로서 지원 가능한 인터내셔널 전형은 전 세계 학생들과 겨뤄야 하기에 합격하기가 더욱 어렵다. 또 여기에 동문 자녀를 위한 전형이나 특기자 전형에 포함되는 합격자 인원을 제하고 나면 사실 경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힘이 빠진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국내든 국외든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 위한 노력은 집안의 어떤 대소사보다도 큰일이며 특히 엄마들을 가히 목숨 걸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자녀 입시를 치르고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나 폐경이 왔다는 이야기 등 가슴 아픈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그런데 이렇게 엄마들을 진 빠지게 하면서도 오래 미친 듯이 달려 입시의 결승전을 통과한 이후에 부모도 아이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대가 지불도 하겠다. 그러나 어쩌면 반대의 결과가 더 많다는 사실이 우리 엄마들을 더 힘들고 불안하게 하는 건 아닐까.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사교육 현장에서는 노골적으로 '텐투텐'을 표어로 내세워 아이들을 사육하듯이 몰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은 입시를 앞두고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함을 스스로 알고 있고 의지력을 발휘할 때인 고3 때조차도 미국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SAT 모의고사를 장시간 실제와 똑같이 풀어보는 종일반 학원을 너무 힘들어했다. 그런데 하물며 더 어린 중학생들과 심지어 초등학생들이라니.


아침 10시에서 밤 10시까지 공부를 시킨다는 텐투텐의 의미에 최근 하나를 더 알았다. 10살에 시작해야 10년을 간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달리게 하는 나이는 점점 어려져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때부터 계속 달리게 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도대체 그 못된 말은 누가 만든 것일까. 또 왜 그렇게 해야만 된다고 생각하고 그 위험한 길에 아이를 내모는 걸까. 정말 다른 길은 없는 것일까.


그 고민으로부터 그간 나와 아들의 이야기를 글로 엮어보리라 다짐하는 시작이 되었다. 부족한 우리의 이야기에 한 가정이라도 용기를 얻고 이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아이를 다그치고 있는 한 엄마라도 다시 생각해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아들이 성장해 간 이야기를 하나씩 나누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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