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말이 붙이기가 쑥스러웠다. 너란 녀석. 이제는 1호라고 부르겠다.
임신했을 때부터 엄마가 말을 걸면 좋다는데 혼잣말하는 임산부의 모습이란 왜 이리도 낯이 부끄러운 것인지 모르겠었다.
그러던 내가 1호가 태어난 후에는 나 혼자 잘도 떠들어댔다. 대개는
어이구. 그래쩌요? 그랬구나.
뭐 이런 식으로. 흔히 엄마들이 말도 못 하는 아이들에게 공감을 해주는 말을 하는 것처럼.
1호가 초등 때는 말을 하기는 하지만 나와의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나의 혼냄 일터이다. 이제 중등이 되니 말이 좀 통하는구나. 이제 겨우 중1의 끄트머리에 있는 너. 나중에는 내가 고민상담을 하면 어쩌나 싶다.
글쓰기작가를 한다고 했을 때, 브런치스토리 작가에 합격했을 때, 남편과 딸 2호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다. 응원을 바라던 나에게 돌아오는 남편과 2호의 답변이란
"엄마도 이은경선생님처럼 책으로 10억 벌어"
"책 팔면 얼마나 버는 거야"였다.
헐~~ 나의 꿈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구나. 그리고 나보고 이은경선생님처럼 책 70권을 쓰라는 말인가. 어깨가 짓눌리는 기분이다.
1호에게도 똑같은 말을 건넨다.
엄마도 열심히 해봐요. 할 수 있어요.
나에게 필요한 건 위로와 격려였는데 꼬맹이라 생각했던 1호가 이런 말을 할 줄이야. 어쩜. 나보다 30살이나 어린, 아직 아이라 생각했던 큰 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요즘 갑자기 왜 그런지 모르지만 마음이 쪼그라든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지고 내가 정말 잘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드는 중이다. 이게 바로 글 쓰는 작가들한테나 온다는 글테기인가?
진짜 잘 나가는 스타들은 안 걸리고 반짝 스타들이나 걸린다는 연예인병처럼 작가들이나 걸린다는 글테기가 온 것인지, 너무 추워서 마음이 쪼그라드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1호의 말을 들어보기로 한다.
그래 한 번 해 볼게. 매일 뭐라도 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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