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책'이라는 주제의 글을 읽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조경국 작가님이다. 그는 어릴 적 게임을 좋아해 컴퓨터 잡지 과월호를 구하러 헌책방에 다니다 책과 노는 재미에 빠졌다고 한다. 그 재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소책방까지 차렸다고 한다. 책을 좋아해서 책방까지 차렸다는 진정 성공한 덕후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책방 주인인 그가 너무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책을 펼쳐본다.
책의 부제에 양심이 찔려온다. '솔직히 다 읽으려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라는 문구에 내 양심이 찔려온다. 일단 책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면 일단은 구매하고 보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내 옆에는 구매 후 아직 펼치지도 않은 책이 있다. 구매한 책이다보니 언젠가는 읽을 꺼지만 웃프게도 오늘은 아닌 것 같다. 책은 읽는 재미말고 다른 재미는 없을까?라는 들어가는 말로 시작해 목차가 20개로 나뉜다. 특히 처음의 책 낸새 맡는 재미는 너무 흥미로웠다. 책에서는 냄새가 난다. 새 책 냄새는 종이와 잉크 냄새로 갓 나온 책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헌책에서 나는 달콤한 냄새는 나무의 조직을 구성하는 주요성분인 리그닌이 분해되며 바닐린이라는 유기화합물로 변한 덕분이다. 오래된 책일수록 달콤한 바닐린 냄새가 난다고 한다. 오래된 책은 냄새로 제 삶을 증명한다고 한다.
이 말은 너무 멋진 것 같다. 실제로 요즘은 흔하지 않은 헌책방에 가보면 그 특유의 냄새를 잊지 못한다. 오래된 대부분의 책은 세월의 흔적을 빗겨가지 못한 누리끼리함을 간직하고 있고, 어딘지 모르게 할머니집같은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해서다. 나무의 조직이 변함으로써 책 특유의 냄새를 풍기는 것은 알지 못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또 있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도서관이 있다. 건물도 신축이고 책도 전부 다 새책으로 전시되어 있다. 모든 것이 새것이니 그저 깔끔한 도서관이다. 그에 반해 옆 동네의 어린이도서관은 개관한지 30년이 넘어간다. 특히 쉬운 영어책이 아주 많은데 하나같이 종이의 색이 택배상자의 그것과 같아보인다. 고급스러운 표현으로는 크라프트 재질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리려나. 잉크냄새는 빠진지 오래이고 책에서 뭔지모를 꿉꿉함이 느껴진다. 그 냄새가 싫지 않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가 말이다.
사람은 나이가 먹을수록 흰 머리와 주름이 늘어가는데, 책은 세월이 흐를수록 깊어가는 냄새로 그것을 증명하나보다. 책은 그 자체로도 많은 의미를 갖는다. 세월이 흐른 책은 더 많은 것은 가졌나보다. 오래도록 읽히는 책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