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똑같은 엄마의 하루

by 소곤소곤

따스한 햇살이 얇은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기어코 어둠을 걷어차고 들어온 햇살은 거실의 구석구석을 채우더니 끝내 온 집 안을 환함으로 가득 채웠다. 초대도 안 했는데 이렇게 아침은 매일 우리 집에 찾아온다. 오늘도 조용히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이렇게 아침이 스며들면 우리 집은 시끌벅적한 소리로 가득 차게 된다. 잠이 덜 깬 아이들을 깨우는 나긋한 목소리, 5분만 더 자면 안 되겠냐는 웅얼거리는 소리, 달걀부침을 하기 위해 작동시킨 인덕션의 기계음과 후드에서 우렁차게 들려오는 음식 냄새 빨아들이는 소리, 삐삐거리는 전자레인지 작동 소리와 머리를 감고 난 후 켜진 헤어드라이어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바람 소리. 그 와중에 손수건은 어디 있냐며 소리를 지르는 남편의 목소리까지. 아침이 온 것을 귀에 들려오는 온갖 소리로 확실히 알 수 있다.

매일 느끼는 거지만 거의 모든 평일의 아침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 나 역시 정신없이 움직이게 된다. 이런 폭풍 같은 시간도 아침 8시 30분까지다. 무도회에 간 신데렐라는 자정까지만 놀 수 있다. 자정이 지나면 마법이 풀려버리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 가족들은 아침 8시 30분이라는 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모두 각자의 자리로 가야 할 시간 말이다.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한다. 이 시간을 넘기면 지각하게 된다. 반성문이나 벌점 같은 대가를 치를 수도 있으니 아침 시간의 움직임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아침부터 산처럼 쌓인 설거지를 후다닥 정리하고 거실을 대강 정리하면 그제야 집 안은 고요해진다. 폭풍이 휘몰아친 것 같던 시간이 끝이 났다. 이렇게 가족들을 살뜰히 챙기는 삶을 살고 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하루다. 겉으로 보기에 평온하고 다정한 하루처럼 보인다. 가족을 위해 아침밥을 차리고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면 따뜻한 간식을 준비해 두는 일상.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나 지금 나로 잘 살고 있는 걸까?’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감사와 기쁨을 느꼈다. 아이들이 웃으며 “엄마.”라고 부르며 종알대는 순간, 모든 피로는 사라지고 그 모든 수고는 빛이 났다.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이 조금씩 사라져가는 것 같은 두려움도 같이 몰려왔다. 결혼 후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양초 같은 사람이 되고자 했다. 나를 태워서 가족 모두를 빛나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타들어 가는 나를 보는 기분이다. 매일 하루는 반복되는 일상으로 채워져 간다. 그런데 정작 내 안은 대나무의 그것처럼 텅 비어 있는 느낌. 그 공허함이 내 마음 한편에서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그럴 때면 책을 펼쳐 읽곤 했다. 다른 이의 생각을 읽으며 그 속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자주 서점에 들렀다. 육아도 책으로 공부하던 나였기에 아이들의 책과 육아서만을 사들이곤 했다. 시간이 흘러 오히려 엄마가 되고서 독서량이 늘었다. 그렇게 책을 통해 위로받던 나는 이제 내가 읽을 책도 구매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작은 바람을 품게 되었다.

‘언젠가는 나도 이들처럼 다른 사람에게 글을 건네고 싶다. 내 마음을 기록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현실의 벽이 나의 발목을 붙들어 잡았다. 오늘도 해내야 하는 집안일과 육아, 끝없는 바쁨 속에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글쓰기는 나중의 일이 되곤 했으니까. 주어진 내 삶에서 글쓰기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났고, 또 밀려났다.

문득 깨달았다. 누구도 내 시간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것을. 그 누구도 내 꿈을 대신 이루어 줄 수 없다는 것을.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그 시간을 지켜내야 한다. 하루에 10분이든 20분이든 내 마음을 글로 적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 작은 깨달음이 씨앗이 되었다. 언젠가 꽃을 피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그 씨앗을 마음속에 고이 묻어두었다. 가족을 돌보는 일과 내 삶의 틈새에서 그 씨앗은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자라나고 있었다.


브런치에서 책으로 피어나다확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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