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를 낳고 나름 전업주부의 삶을 완벽하게 살아내고 있었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돌보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가치 있는 일이었다. 남편이 자주 그렇게 말해주곤 했으니 그런 것 같았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닌 가족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그 안에 나는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불타는 열의에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매일 아침 글쓰기를 하겠노라며 조용히 시작했다. 살면서 느낀다. 꾸준히 계속 뭔가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실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일상을 살아내다 보니 이런저런 이유가 생겼다. 솔직히 이유라기보다는 핑계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가끔 아이는 아팠고, 갑작스러운 일정은 계속되었다. 피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늘 옆에 꼭 붙어 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었고 매일의 글쓰기는 하루 이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슬그머니 글쓰기 노트는 자취를 감추었다. 결국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하지만 글쓰기를 시도한 적은 있다.
살면서 실패의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반복적인 실패의 경험은 좌절감을 줄 뿐이다. 아주 크게 숨을 들이마셔 본다. 폐에 공기가 가득 차서 어깨가 들썩이고 있다. 이제 큰 숨을 천천히 내쉰다. 금세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다. 이제 다시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이번에는 글을 쓰다가 중간에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리라 굳은 다짐을 해본다.
통 크게 마음만 먹었을 뿐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갑자기 두려움이 다가왔다. ‘나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굳세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나의 의지를 붙잡았다.
책을 출간한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우주의 먼지 같은 나에 비하면 산처럼 커다란 거인으로 느껴졌다. 칼보다 붓이 더 힘이 강하다는 말을 믿고 있다. 작가라는 사람은 글로써 이 넓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직업 아니던가. 최소한 작가라는 사람이 쓰는 글은 늘 화려하고, 감동적이며, 세상을 바꿀 만한 거대한 주제를 담고 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마음보다 몸이 더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매일 햄스터의 쳇바퀴처럼 반복적으로 굴러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우리네 인생 아니던가.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에서 대단한 작가들처럼 엄청난 이야기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매일 여행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매일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글감을 어떻게 찾아내야 하는 거지? 아무리 눈을 씻고 코를 씻고 찾아보아도 나의 일상은 평! 범! 함! 그 자체인데 말이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하루의 일상을 살아내는 조그만 사람일 뿐인 것을.
그러던 어느 날이다. 글쓰기의 답답함에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는다고 했다. 발걸음은 도서관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수많은 글쓰기와 책 쓰기 책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길을 모르면 물어물어 가면 된다. 인생을 살다가 길을 모르겠으면 책을 찾으면 된다. 결국에 책은 해답을 알려줄 테니까. 수많은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내 하루는, 내 삶은 그 자체로 글감이라는 것을. 평범한 사람이 살아내는 이 일상은 전부 다 글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