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로 살며 얻은 이야기 보물

by 소곤소곤

인생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하루 앞을, 아니 1시간 앞을 미리 내다볼 수 없다. 대략 짐작은 할 수 있을지언정 결코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사는 인생이다.

결혼 전 나는 대학병원의 간호사였다. 평범한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으려나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남편과 나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결혼을 해치워 버렸다. 게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심장보다 더 소중한 두 아이를 품에 안는 행운도 차지하게 되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돌보며 여느 경력 단절의 여성과 비슷한 평범한 하루를 채워나가고 있었다. 하루를 육아와 살림이라는 일상으로 가득 채워졌다. 오랜 기간 전업주부로 지내왔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아이들이 많이 컸다. 물론 육아의 완성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되었으니 슬슬 세상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해보기로 했다. 전업주부가 아닌 다시 출근하는 간호사로 말이다. 지금은 3교대 근무를 하는 워킹맘으로 신분 세탁하여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물론 엄마라는 자리는 여전히 내 자리다. 영원히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내 자리다.

다시 출근하는 삶을 살고 있다. 기나긴 경력 단절의 기간이 분명 존재한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경력의 기간보다 경력 단절의 기간이 더 길다. 이런 내가 겁도 없이 다시 병원에 출근하는 삶을 살겠다고 집 밖의 세상으로 나왔다. 그것도 3교대 근무를 하는 것을 말이다. 아주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는 것도 물론 좋다. 하지만 일단 용기를 내어 도전하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 고민만 하는 것보다 직접 부딪혀 보면 내가 나를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출근했을 때 지난날의 병원에서의 경력 단절이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후회란 없다. 지금껏 선택한 삶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결혼 전 멀쩡하게 잘 출근하던 대학병원을 그만두고 대체 불가능한 주부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나간 세월을 절대로 원망하지는 않는다. 그때 했던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시 출근하는 내게 끊겨버린 경력이 전혀 아쉽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건 솔직하지 않은 것이다. 또,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적응하기 쉬웠다고 말한다면 그 또한 새빨간 거짓말이다.

경력 단절의 기간이 너무 길었다. 게다가 나이까지 많았다. 운동을 게을리하여 체력까지 저질이라 출근하고 나서 처음에 고생을 좀 했다. 갑작스러운 3교대 근무 출근으로 남편의 살림하는 비율은 제로에서 30% 정도까지 올라왔고, 아이들은 점점 독립적으로 되어 이제는 스스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계속 전업주부로 머물렀다면 이러한 장면은 결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를 많이 키워놓고 다시 출근하는 엄마가 이 세상에 어디 한 둘이랴. 내가 겪은 소소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 요약했지만, 저자는 다시 출근하는 엄마가 겪는 소소한 이야기를 묶어서 『나는 다시 출근하는 간호사 엄마입니다』라는 책까지 출간했다.

다시 병원에 출근하면서 얻은 보물이 있다. 시간이 쌓여 차차 적응한 병원 생활은 낯설지 않으면서도 예전과는 다른 눈으로 환자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과거에는 빠르게 돌아가는 업무 속도에 치여 환자의 상태와 처치, 회복 속도에만 집중했다. 다시 병원으로 출근하는 삶을 사는 지금은 한 사람의 삶과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병원은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 찬 공간이다. 병실마다, 침대마다, 환자마다 다른 장르의 한 편의 드라마가 매일 펼쳐진다. 누군가는 병원 복도를 힘겹게 걸으며 다시 살아가려는 의지를 다지고, 누군가는 가족의 손을 붙잡고 마지막 시간을 준비한다. 누군가는 작은 진료 결과에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예상치 못한 병명 앞에 절망한다.

이 모든 순간은 내게 소중한 글감이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약을 주고 돌보는 일을 넘어, 사람의 인생과 감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자리였다. 누군가의 희망, 두려움, 용기, 좌절, 사랑…. 그 모든 것이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졌다.

다시 출근하는 삶을 살며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폐렴 치료를 받던 환아가 퇴원하던 날이다. 환아의 보호자분이 퇴원하며 간호사들을 향해 소리친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라고 말씀하신다. 출근하여 일상적으로 입·퇴원 간호를 하는 간호사에게 이런 일은 너무도 흔하다. 너무도 흔한 일상이다 보니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기억을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분의 웃음은 단순히 밝은 표정만이 아니었다. 삶을 다시 일상으로 돌이켜 준 의료진에 대한 무한한 감사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인사는 넘쳐나는 일을 처리하느라 바쁜 간호사의 피로를 잠시나마 씻어주며 주변을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일을 하더라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은 간호사의 입가는 잠시나마 웃음이 자리 잡기에.

그 미소를 글로 남기고 싶다. 그리고 남을 돕는 직업인 간호사를 직업으로 택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더 나은 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게 된다.

간호사로 일하며 얻은 경험들은 글쓰기의 보물이 되었다. 그 보물은 내가 직접 겪은 생생한 삶의 조각들이었고, 글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해졌을 때 비로소 빛이 났다.

글을 쓰며 깨달았다. 글은 상상만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낸 삶에서 길어 올려지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간호사로서 겪은 경험은 다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목소리를 준다는 것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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