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잠든 밤의 비밀 글

by 소곤소곤

깜깜한 어둠이 내린 저녁, 아무리 늦더라도 시계의 가장 짧은 바늘이 11을 지나가면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어간다. 종알대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고 집 안은 또다시 고요함으로 가득 채워진다. 아이들이 깊이 잠든 밤, 집 안은 조용함으로 가득하다. 가끔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기분 좋은 소리만 들릴 뿐, 낮 동안 바삐 움직이던 새들도 둥지에 들어앉았다.

하루 종일 이어진 시끌벅적하고 부산스러운 소리가 모두 가라앉은 늦은 저녁, 거실에서 들리는 것이라곤 오직 벽시계의 초침 소리뿐이다. 그때가 바로 나만의 시간이자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순간이다.

도둑고양이처럼 뒤꿈치를 살짝 들어올려야 한다. 아주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힘들게 겨우 어르고 달래어 재운 아이가 잠에서 깨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어른인 우리는 아이들이 잠을 잘 자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밤에 잠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하루를 살아내느라 종일 시간과 일에 부딪혀 쌓인 피로 섞인 한숨을 내쉴 수 있다. 휴우~ 하고 말이다. 이제 겨우 잠에 든 아이들이다. 괜한 부스럭거리는 소리로 곤히 잠든 아이들을 깨울 수는 없다. 살금거리는 걸음으로 아이들이 잠든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모든 방문을 조심히 닫고 거실에 홀로 앉는다. 오직 거실 천장 위의 등만이 외롭게 켜져 있고 노트북의 화면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키보드를 두드릴 때 나는 소리가 아이들을 깨울까 봐 손가락을 살살 눌러가며 조심스럽게 글자를 찍는다. 그 순간은 마치 비밀스러운 의식을 치르는 것 같다. 낮 동안은 엄마이자 간호사로서 해야 할 역할에 묶여 있다. 하지만 새벽만큼은 온전히 작가로서의 나로 살아갈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건 가슴이 뛰지 않을 때의 경우다. 온종일 출근과 집안일에 치여 피곤함에 지쳐 눈이 감기려 한다. 하지만 한 문장을 완성할 때 느껴지는 짜릿함 내지는 뿌듯함이 주는 만족감은 커피보다 강해서 금세 자정을 넘기기도 한다. 매일의 글쓰기는 잘 써지는 때도 있고 한 문장을 나가기도 힘든 날도 있다. 매일 그렇지는 않지만 어쩌다가 글이 너무 잘 써지는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마치 길 가다가 동전을 주운 기분 좋은 날처럼 내가 봐도 너무 잘 쓴 것 같은 날 말이다. 그때의 희열은 낮 동안 쌓인 노곤함을 모조리 가져가 버려 몸 안에 도파민 농도가 진해지는 기분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길게 이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낮에 느꼈던 마음의 감정들이 글자로 흘러나오며 비밀 일기처럼 화면에 글이 쌓인다. 저녁 글쓰기는 평범한 일상 속 작지만 기분 좋은 일탈이다. 그렇게 묵묵히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는 일상의 소란함과 나란히 어울려 함께 버무려져 있다. 그 평범한 흔적들이 글에 따스함을 주고 생동감을 더해준다.

또다시 아침이 찾아오면 다시 엄마의 일상이 시작된다. 나는 현실을 사는 엄마이고 동화책 속의 주인공이 아니다. 마치 신데렐라의 일상을 사는 기분이다. 늦어도 자정이 되면 자야 한다. 다음 날의 평안한 하루를 위해서. 여느 날처럼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밥을 준비하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어두운 밤 쓴 문장은 아무도 모르게 컴퓨터 안에 저장된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갈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그 문장들이 쌓여 언젠가 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지금은 비록 작은 글 하나이지만. 하루가 쌓이고 또 하루가 쌓인다. 이렇게 번개처럼 빨리 지나가는 하루를 붙잡고 싶다. 이렇게 하루에 하나씩 뭔가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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