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가장 먼저 읽는 사람은 누굴까? 그건 언제나 나다. 그리고 내 글을 가장 많이 보는 사람도 역시 나다. 출간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얼마나 웃기는지 모른다.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작가들은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어주기를 그토록 바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은 바로 저자
자신이다. 혹여 오타라도 있을지, 좀 더 쉬운 표현으로 문장을 수정한다거나 좀 더 매끄럽게 글을 다듬으며 내가 쓴 글을 손가락 발가락을 다 합친 수보다 훨씬 더 많이 읽고 또 읽는다. 토가 나오도록 본다고 하여 퇴고가 아닌 퇴, 퇴, 퇴, 퇴고라고도 한다. 내 글을 내가 가장 많이 읽는다. 내 책을 내가 가장 많이 읽는다.
막상 대부분의 독자는 한 번이나 많으면 두 번 정도 읽어볼 것이 뻔하다. 이처럼 브런치에 올린 글도 내가 가장 많이 읽는다. 글을 처음 쓸 때 읽고, 여러 번 퇴고하는 숫자만큼 읽고, 마지막으로 발행하기 전에 또 읽는다. 물론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서도 발행이 잘 되었는지 여러 번 다시 읽곤 한다.
어느 날 내 글 아래에 낯선 이름의 댓글이 달렸다.
“오늘 아침 우연히 읽었는데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짧은 한 줄이었지만, 그 문장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내 글에서 무언가를 건져 갔다는 사실. 그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댓글을 남긴 사람은 아마도 다시는 내 글을 보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시간이 지나면 글을 쓴 사람의 아이디조차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낯선 이의 말은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았다. 가까운 사람의 칭찬보다 오히려 더 진하게 마음속에 새겨진다. 가까운 사람은 내 글을 이해하기보다 나를 먼저 떠올리지만, 낯선 사람은 오직 내 글만 보고 반응한다.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내 글은 나를 넘어 누군가의 삶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글이란 결국 그렇게 낯선 이와 나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된다는 것을.
처음 글을 쓸 때만 해도 나는 혼자였다.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시간은 고독했고 그 고독이 글을 자라게 한다고 믿었다. 어느 순간부터 글은 나를 혼자 두지 않았다. 내 글을 읽고 찾아온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면서 작은 울타리가 생겨났다. 브런치의 메인 화면에는 작가의 필명을 작성하게 되어 있다. 나의 필명은 ‘소곤소곤’이다. 이 필명 아래 ‘구독자’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이 숫자만큼의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두는 동료 작가들인 것이다.
댓글을 자주 남겨주는 분들, 메일을 주고받던 사람들 그리고 결국에는 그들이 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찐한 동료애가 솟아난다. 우리는 서로의 글을 읽고 마음을 건네고 때로는 조용히 기다려 준다. 누군가의 글이 오랫동안 올라오지 않았다가 다시 글 발행을 하면
“괜찮으신가요?”
“작가님 글 기다렸어요.”
라며 그동안 글 발행을 못 했던 나를 무안하지 않게 반겨준다. 누군가의 글이 특별히 빛나는 날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는 현실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는 서로의 직업도, 나이도, 삶의 다른 부분을 많이 공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브런치 작가라는 공통 분모를 가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다. 오히려 불필요한 정보가 없어 더 스스럼없이 다가왔을 수도 있다. 이 작은 공동체 덕분에 글 쓰는 힘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글쓰기가 사실은 보이지 않는 연결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제 나는 안다. 글은 때로는 책이 되고 때로는 기록이 된다. 그리고 글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