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근무 속 글쓰기 루틴

by 소곤소곤

병원에서의 3교대 근무는 몸과 마음을 극도로 지치게 한다. 낮과 밤 그리고 새벽이 뒤섞인 일정 속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글을 쓰기 위해 하루 속에 작은 루틴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시간이 있을 때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 기꺼이 시간을 내어 글 쓰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 아침 7시 출근인 데이 근무에는 저녁 글쓰기를 한다.

오후 2시 출근인 이브닝 근무에는 아침 글쓰기를 한다.

저녁 9시 출근인 나이트 근무에는 퇴근 후 아침 글쓰기를 한다.

오프인 쉬는 날에는 잊지 않고 하루에 하나의 글쓰기를 한다. >

처음에는 하루의 시간을 쪼개는 것이 힘들었다. 점점 쌓여가는 피곤함에 눌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오늘 한 줄이라도 쓴다.”

그 약속이 내 루틴의 시작이 되었고 삶에 글쓰기가 스며들었다.

아침 시간은 하루 중 가장 빨리 지나가기 마련이다. 분명 시간은 같은 속도로 지나간다는데 아침의 5분은 저녁의 그것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데이 근무 출근 전은 기본적으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차분한 글이 써지지 않는다. 마음의 안정이 찾아오는 저녁의 글이 더 좋다. 그러면 저녁에 쓰는 거다. 인정할 것은 인정한다. 규칙적인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규칙적인 매일의 아침 글쓰기를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일단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는 그 모습이 중요하다.


평일의 이브닝 출근을 하는 날은 글쓰기에 안성맞춤이다. 부산스러운 아침을 보내더라도 아침 8시 30분이 지나가면 가족들을 모두 각자의 자리를 향해 밖으로 나간다. 금세 폭풍 후의 고요함이 찾아온다. 눈앞에 걸리적거리는 집안일만 어느 정도 정리된다면 홀로 남은 집에서의 집중력은 스터디 카페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비밀이지만 나는 평일 이브닝 근무를 즐긴다. 분명 이브닝 근무가 가지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하루를 꽉 채워 살아갈 수 있는 시간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아침에 가족들을 잘 챙겼다는 만족감도 있고 하루의 근무를 무사히 해냈다는 보람도 있다. 그리고 출근 전 글쓰기까지 이뤄낸다면 그 성취감이야말로 엄청나다. 커피믹스 두 잔을 연거푸 마신 것보다 더한 도파민이 솟아난다. 이렇게 하루를 꽉 채운 날은 보너스로 숙면까지 이룰 수 있다.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겨우 집에 돌아오면 몸은 지쳐 있다. 치밀어 오는 배고픔과 졸음에 힘겨워 짜다만 행주처럼 몸이 축 늘어진다. 밤새 환자를 돌봤다. 긴장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퇴근 후 겨우 아침밥을 차려 먹고 바로 침대에 몸을 눕히곤 했다. 너무 늙지도 않았지만 꽤 젊은 편도 아니다. 슬슬 몸 관리를 해야 하는 40대 중반이란 말이다. 식후 바로 잠자리에 드는 것은 건강에 해롭다기에 운동을 하려 했다. 하지만 다시 이어질 나이트 근무를 위해 체력 비축을 해야 한다. 그래서 글쓰기를 하고 잠에 드는 습관을 들였다. 1시간 정도 글쓰기에 시간을 투자한다. 단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과는 확연히 다른 컨디션이기는 하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기어이 노트북 앞에 엉덩이를 앉힌다. 밝은 대낮이지만 더 나빠질 시력 보호를 위해 거실 등을 밝힌다. 따뜻한 조명 아래 노트북을 켜면 조용한 세상은 오직 나와 글뿐이다. 그 순간만큼은 엄마, 간호사, 아내가 아닌 순수한 글을 쓰는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손이 무겁고 눈꺼풀이 내려앉아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붙들고 쓰다 보면 하루 동안 쌓였던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며 마음이 가벼워진다. 피곤함 속에서도 글쓰기가 주는 몰입감과 성취감은 놀랍다. 일단 뭐라도 했으니 기분 좋게 잠에 빠져들 수 있다.

오프인 쉬는 날에는 잊지 않고 하나의 글쓰기를 완성하기만 하면 된다. 여유로운 하루 중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글쓰기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을 잊지만 않으면 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일의 글쓰기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글은 잘 써지는 때도 있고 첫 문장에서부터 막히는 때도 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쓰는 습관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 시간을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내가 조금씩 변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나 글쓰기는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 되었다. 가끔은 하루를 살아내기 힘든 날이 다가오기도 한다. 글쓰기가 점점 삶의 일부가 되면서 꾸역꾸역 살아내는 하루의 일상에서 마음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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