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 준비운동 과정을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저자는 이 방법으로 조금은 더 큰 사람이 되었다.
글쓰기의 준비운동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 보겠다. 제목부터 거창하지만, 이론은 간단하고 그저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지금 당장 종이와 펜을 준비하도록 하자. 아니면 노트북의 키보드에 손가락을 살짝 올려놓아도 좋다.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제 무엇이든 써 보자.
그냥 써 보는 거다. 모든 것은 자유다. 글의 주제도 글의 분량도 자유여서 틀에 가두지 않는다.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전의 준비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 안의 나를 쏟아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다. 일단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글을 제대로 쓸 수 있다. 무작정 시작된 아무 말 대잔치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일단 100일 동안 매일 글 한 편을 써 보기로 했다. 매일의 주어진 주제 같은 것은 없다. 그냥 마구 쓰는 거다. 내 안의 나를 마구 쏟아내 보는 거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인지 글로써 토해내기 시작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를 이야기해 보겠다.
처음에는 그저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글을 써 보려는 내가 너무 기특했다. 그래서 온종일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만 써 내려갔다. 앞으로 글은 어떻게 쓸 것인지, 글쓰기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또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도 했다.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려면 글쓰기 관련 책을 읽는 경험은 필수다. 이렇게 글쓰기를 위한 자발적인 독서까지 이루어졌다.
시간이 흐른 후 뇌리에 꽂힌 것은 운동이었다. 일단 뭔가를 이루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대부분은 체력 고갈인 경우가 많다더라. 아이들에게 지원하는 물품이나 교육비 결제는 시원하게 푹푹 잘도 하면서 유독 본인의 자기 계발 비용 결제에 짠순이인 나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임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다. 가성비가 뛰어난 운동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파트 주변을 도는 걷기 운동으로 시작해 돈 한 푼 들이지 않는 아파트 계단 운동으로 정착하는 과정을 글로 쓰기도 했다. 계단 운동의 효과와 장점, 단점에 관한 이야기로 글은 채워졌다.
더 이상 쓸 거리가 없을 때는 먹고 사는 이야기를 했다. 명색이 이제 19년 차 주부가 아닌가. 사람에게는 먹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나는 가족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정작 요리 솜씨는 그동안의 경력 기간에 비해 약간 미흡하여 대기업의 추천 상품을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똑똑함을 장착했다. 워킹맘으로 살아가며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적절한 살림의 꼼수에 관한 이야기의 글감이 떨어져 갈 때면 이제 주제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다음 주제는 같이 살고 있는 동거인인 남편과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가장 만만한 글쓰기 주제가 가족이지 않은가. 가장 따뜻한 주제이기도 하다. 나의 일상에 밀착되어 지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글을 읽는 이의 공감을 얻기에도 좋다. 특히 가족과 함께하는 이야기는 매일 부대끼며 살아가기에 새로운 쓸거리가 쏟아진다. 그저 글감을 그대로 주워서 쓰기만 하면 된다.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갔다. 이런저런 주제의 글을 쓰다가 닿는 곳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나였다. 물론 세상 사람들이 나에 대해 궁금해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으면 그냥 쓰는 거다. 글쓰기의 주인은 일단은 쓰는 사람의 마음이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나에 관한 이야기다. 누가 쓰라고도 안 했는데 쓰기 시작했다. 내가 살아내고 있는 일상, 내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 출근하는 일상에서 느끼는 보람됨과 누적된 피로,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 과거에 가졌던 이루지 못한 꿈에 관한 이야기까지. 글쓰기를 하면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일단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내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매일 겪는 일상 중 가정에서의 일은 따뜻한 글이 많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 근무하면서 겪는 일은 가히 일상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특수한 경우다. 더군다나 3교대라는 특별한 시간의 근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간호사에 대한 직업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했다.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지루하고 딱딱한 전문 서적이 될 것이 뻔했으니. 글로써 본인의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쓸 때는 일반인이 아는 것보다 살짝 더 많은 정보를 주는 정도면 된다고 한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신인 작가의 경우 첫 책은 본인의 직업과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이 책의 시작으로 무난하다는 말을 들었다. 또, 브런치의 동료 작가님들의 의견에 의하면 사람들은 병원의 간호사가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해한다고 한다. 나에게는 일상인 삶이 누군가에게는 궁금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무작정 시작된 아무 말 대잔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는 점점 깊어졌고 결국엔 진짜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이런 글쓰기는 단순히 연습이었을까?
모두의 인생이 그렇겠지만 내 인생도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았다. 원래 계획은 매일의 글쓰기를 연습으로 본격적으로 진짜 책을 쓰려고 했다. 진짜 책을 쓰려거든 1가지의 뾰족한 주제를 가지고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글을 쓰라고 하더라. 대상 독자를 좁게 한정하여 글을 썼을 때 오히려 더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나라는 사람을 먼저 알고 싶었고, 내 안의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소 100일 동안은 쓰고 싶은 것을 마구 써 보기로 했을 뿐이다. 특별한 주제 없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느끼는 그대로를 써 내려갔다. 일상을 이야기하다가 이야기는 점점 내 속내로 향해갔고 점점 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게 되었다.
가볍게 시작한 글쓰기는 시간의 힘을 빌려 점점 쌓여갔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 글들은 내가 첫 책을 내는데 초고의 일부가 되었다. 물론 두 번째 책의 일부 내용으로 녹아들기도 했다. 이렇게 쓴 글들을 모아 예쁘게 다듬었다. 글 하나하나가 모여 책이 되었고 넓은 세상 밖으로 나가 서점과 도서관에 다른 책들과 함께 놓여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일단 글은 쓰고 봐야 한다. 무슨 글이든 일단 글은 씌어졌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게 된다. 일단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