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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un 23. 2015

길 위에 길-강화 나들길 8 코스 (철새 보러 가는 길

초지진,동검도, 후애돈대, 분오리저수지,동막해수욕장, 어반스케치, 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초지진-황산도-소황산도 주차장-둑길-동검도 입구-후애돈대-선두4리 선착장-분오리 저수지-분오리 돈대-동막 해수욕장

     

항상 길은 한 가지 밖에 없는 걸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 일 텐데 그것을 알아보지 않고, 혹은 알던 길이 그냥 편해서 그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덕분에 난 여러 가지 길을 맛만 보고 있으니까? 한 가지 길을 고집하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선택의 문제지.

강화로 가는 길은 강화읍으로 가는 길 말고도 다른 길들 이 존재한다.

초지대교를 건너 초지진을 통해 가는 길이 강화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다.

이 길은 다른 루트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그 길을 통해 오늘의 ‘철새 보러 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초지진’은 그닥 규모도 크지 않지만 중요한 위치에 있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었다. ‘초지진‘을 지나 과거에는 섬 속에 섬이었을 ‘황산도’에 도착했는데 한참 밴댕이회 철이라 다듬고 계시는 아주머니들의 손길이 빨랐다. 황산도 언덕길을 올라가니 마을과 염하와 초지대교가 한눈에 찬다. 그냥 가기 아쉬워 스케치북을 꺼내 들고 낙서하듯 그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제법 왔다 갔다 하는데 언덕배기는 벌목을 했는지 한 부분의 나무들이 베어져 있어서 조금 애처롭기도 하다. ‘초지대교’가 한눈에 보이고, 세차게 흐르는 ‘염하’는 바다인지 강인지 모르게 세차게 흐른다. 언덕길을 오르고 올라 시원한 길의 끝에 다다르니 ‘소황산도’에 도착하는데 거기까지 걸어갈 수 있게 길을 대어 놓았지만 그냥 지나쳐 간다. 이르게 온 여름 햇살의 이글거림을 둑길을 걸으며 느낀다. 여름엔 완전 타 죽겠구나... 목이 마르다. 얼음을 얼려 온 게 생각나 목을 축인다. 항상 시원함은 더울 때 느낄 수 있다. 추울 때 따뜻함을 느끼듯이...

바닷가 쪽으로 걷다 보니 동검도로 가는 길이 나온다. 동검도는 생각보다 큰 섬이어서 한 바퀴 돌려면 2시간은 잡고 걸어야 할 것 같아서 다음 기회에 가기로 하고 나들길 정 코스로 따라간다. 작은 축제 같은 선착장을 지나 ‘후애 돈대’에 이르니 아무도 없지만 망망대해를 지키던 과거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 하다. 다시 바닷길을 걷고 걷는다. 이 길은 사람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지 펜션들이 끊이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펜션들을 지나 ‘선두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곳 어딘가에 저어새 서식지가 있다고 해서 눈을 크게 뜨며 걷다 보니 깜짝 놀라 날지도 못하고 달리는 꿩 모녀를 발견하고 서로 놀랐다. 저어새는 철이 아닌가 보다.

‘분오리 저수지‘에 이르니 어제 내린 비로 물이 차서 조금은 넉넉한 분위기가 생겼다.

두 팀의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다가 한 팀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넉넉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이끌려 풀밭에 짐을 던져두고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한참 스케치의 삼매경에 빠져 들었을 무렵 손위로 올라오는 아주 작은 거미 같은 벌레, 귀엽다 하고 보는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 ‘살인 진드기?’ 메르스 때문에 이 청정지역으로 주말을 보내러 왔는데 도리어 온몸에 진드기들이 득실득실하게 생겼다. 수십 마리의 진드기들이 가방이며 심지어는 윗옷에까지 올라와 잠시 공포심이 부추긴 댄스타임을 갖고 그 자리를 피했다. 계속 어딘가에 붙어 왔을 것 같아 조심조심 살펴보며 온몸의 촉각을 세웠다. 잠시 더 걸어 작년에 와본 애정 하는 ‘분오리 돈대‘ ‘동막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분오리 돈대‘에는 추웠던 작년과 달리 시원한 복장의 남녀 커플들이 사진 부탁들을 해 온다.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들고 다니니 저 사람은 사진을 잘 찍을 거야’ 하는 생각들을 하나보다 오늘따라 사진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메르스 때문에 다른 사람 물건에 손대기 싫은데 거절할 용기가 없어 촬영해준다. 동막해수욕장은 물때가 딱 맞춰져 은빛 물이 넘실대고 있었고, 다행히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강화도 절반을 투어 하며 서울로 오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집에서 살인 진드기에 대해 검색해 보고 치사율과 대치법을 공부했다. 갑자기 그 증상들이 다 몰려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괜찮으리라 믿는다.  

         

2015 0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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