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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an 03. 2017

절뚝거리는 제주에서 브로맨스

안친오름,비자림,성산일출봉,월정리해변

http://cafe.naver.com/hongikgaepo 



깁스 풀자마자 절뚝거리는 발로 공항철도를 탄다..

전생에 못 돌아다닌 부뚜막 귀신이 붙어 한을 푸는 건지 불쌍한 절뚝거리는 발걸음으로 티켓팅을 하고 가끔 통증을 느끼면서 보이는 비행기가 덜컹덜컹 시야에서 흔들리는 것 같다.

대기하고 있는 라운지에 서성거리다 버스로 옮겨 타고 비행기에 오른 뒤 금빛 보석들이 다닥다닥 박힌 검은 종이에서 점점 검은 먹물이 녹아들듯 짙은 어둠으로 비행기는 빨려 들어간다.

어둠으로 어둠으로 더 까만 어둠으로 들어가다가 잠깐 잠이 들었을까 안내방송과 함께 금빛 대지가 나타나고 그렇게 '밤의 제주'가 나를 반긴다.


나를 스며들듯 검은 제주에 그렇게 도착한다

 


제주에 살고 있는 동생의 마중으로 그래도 편하게 움직인다.

저녁으로 시외버스터미널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한 시간 못 걸려 검은 숲 속의 작은 무대 같은 '보리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다. 환영해주는 강아지와 함께 공간을 눈에 담고, 아침 오름 투어를 예약한 뒤 잠으로 탑승한다



터줏 강아지 '부심이'와 '애월이'의 짖는 소리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안침 오름'으로 미니 오름 투어를 간다.

무밭을 지나 철조망을 따라 서리가 낀 언바닥을 밟고 3분 정도 올라서니 맑은 하늘에 '한라산'이 보인다.

머리에 하얀 모자를 쓴 듯 아름다운 한라의 모습과 주변 오름의 모습이 아름답다.

멀리 '용눈이오름'이 보인다.. 다음에 꼭 가보리라 마음먹고 되돌아와 정리한 후 '보리게스트하우스'와 인사한 다음 근방에 있는 '비자림'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비자림'은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인 데다 어제 숙소와 거리가 가깝기에 들러가기로 했는데 동생이 성장기(?)인지 허기진다며 불평해 입구에 있는 매점 옆 식당에서 꿩만두국을 먹고 '비자림'으로 향한다.

빨간 화산석을 밟으며 숲이 내어주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숲으로 들어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40여분 걸어 들어가자 이름도 거창한 '새천년 비자나무'가 웅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가 800살이 넘었다는데 나무는 노쇠한 기색 없이 울창하다.

그 나무를 조금씩 종이에 박아내며 숲에서의 시간을 누려본다. 돌담 쪽으로 돌아 나오며 숲이 주는 생명수를 약수로 나눠먹으며 비자림의 아름다움에 시원함을 더한다.


 


오늘 원래 가려던 곳은 동생이 가보지 못한 '성산일출봉'이 메인이므로 서둘러 성산방향으로 차 머리를 돌린다. 30일부터 1일까지 일출 관련 축제이므로 입구부터 다른 날보다 훨씬 붐빈다.

간신히 주차하고 나서 동생은 일출봉으로 올라가고, 나는 '해녀의 집'으로 꺾이는 삼거리쯤에서 일출봉의 서쪽 얼굴을 그린다. 동쪽 얼굴은 자주 그렸었으나 보기만 하고 지나치기만 했던 서쪽 방향은 바위가 드러난 민낯이다.

계단에 서서 그리는데 많은 중국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중국말로 '그림이 좋다', '사고 싶다' 이런 말들 아니었나 싶은데 '팔겠다'라는 말을 몰라 안타깝게도 팔지는 못했다. '성산일출봉'을 날라서 다녀왔는지 30여분에 왕복한 동생 덕분에 서둘러 마무리를 하고 바닷가 도로를 통해 '월정리 해변'으로 간다.


'월정리'는 매년 한 번씩 3년간 들렀는데 갈 때마다 달라진 해변의 얼굴에 놀라곤 했다.

아니나 다를까 상점도 식당도 너무 과밀된 것 같아 이번에 갔을 땐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친구를 만나는 듯한 감정으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제주 촌놈 동생이 가보지 못한 그곳에서 따뜻한 편의점표 뱅쇼를 마시며, 외국 어느 해변에 와 있는 기분을 내봤다.

제주시로 이사 와서 몇 달간 제주의 메인 관광지를 가보지 못한 동생과 브로맨스 분위기로 제주의 동쪽을 여행한 하루는 그렇게 지나간다.  

2016.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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