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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an 06. 2017

절뚝거리는 제주도.. 2017년 새날을 시작하며,

일출, 삼매봉, 외돌개, 위미 동백군락지, 동문시장,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삼매봉'이란다. 

서귀포에서 새해 첫날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삼매봉'이란 오름이란다. 

아니면 '외돌개'로 가야 하는데 어디에서 일출을 찍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 '삼매봉'으로 가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한다. 완전군장을 하고 어둠을 나서는데 어둠 속에서 걸어가시는 분이 계셔 그분께 여쭤뵈었더니 본인이 '삼매봉"으로 간다시며 따라오라 하신다. 

그 어르신도 다리를 다쳐 두 달 만에 오르시는 거라 하시며 성큼성큼 가신다. 나이가 여든이라 시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절뚝절뚝 부지런히 쫒아가니 '삼매봉'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금방 나온다. 지도에는 보이지 않던 길들이 그분의 성큼발에는 투시법을 쓰시는 것처럼 금방금방 나타난다. 30여 분 만에 서귀포시 중앙 회전로 근처에 있는 '민중각'에서 외돌개 앞 '삼매봉 정상'까지 날아온다. 

정상에 올라서니 서귀포시 전체가 거의 다 보인다. 

바다에는 고깃배가 둥실둥실 불빛으로 떠 있고 산 쪽으론 은가루를 뿌린 듯 아름다운 서귀포의 야경이 새벽이 아직 멀었다는 듯 반짝이고 있다. 한쪽만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데 아쉽게도 해가 뜨는 동쪽 방향이다. 

일출을 보려고 벌써 올라온 분들은 아직 모르고 있지만 해가 나무숲에서 한참 후에 떠오른다는 이야기다.



할아버님께 혹시 섭섬과 문섬 사이로 해가 뜨는 사진을 봤는데 어딘지 아시는지 여쭤뵈었더니 머릿속에서 무언가 반짝하신 듯 갈 거면 따라오라고 본인이 아는 곳이 있다고 하신다. 

아직 시간은 넉넉하고 어두운 길을 따라 '삼매봉'을 따라 내려가다가 우측으로 꺾으신다. 

우측으로 보이는 간판은 '한국 sgi 서귀포 연수원' 그곳에서 보는 일출을 보기 위해 어둠을 헤쳐나간다. 

어둠을 헤치며 오른쪽으로 꺾어가니 '팔각 휴게공간'이 보인다. 

그곳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불빛, 100원짜리 커피 자판기다. 

내가 20여 년 전 대학시절 마시던 학교 자판기가 100원이었는데 아직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신기했는데 어르신은 그런 점에서 쏠쏠한 재미를 느끼고 계시는 듯했다. 

잠시 후 사람들의 기척이 들리는데 어르신의 세명의 지인을 만나셨다. 

지인과 커피를 한잔 더하며 서울 이야기를 물어보신다.


 "서울은 경기가 어때?" 물어보시는데 

"서울은 빵빵 터지는 사건들 때문에 정신들 못 차리고 있죠" 했더니 잠깐 사이 '시국회의'가 벌어진다. 

헌재의 구성인원 성분이라던지 현 총리에 대한 불신이라든지 많은 구석구석 현안 이야기가 벌어져"썰전"못지않다. 그런데 왜 제주는'원희룡'이 잡고 있는지 의심이 간다. 

잠시 토론을 멈추고 뒤편 길을 따라서 '서귀포항'과 '보목리'와 '섭섬', '범섬', '문섬'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의 최적지에 도달한다. '삼매봉'에  있었으면 못 봤을 '외돌개'에서 서귀포 방향 그곳에서 오늘의 예술작업을 시작한다. 

그림보다는 사진으로 작업한다.

바다 쪽에 구름이 조금 깔려있지만 그 구름이 키가 작아서 해가 금방이고 껑충 뛰어오를 것 같다. 

잠시 후 붉은 혀와 같은 2017년 첫 해가 올라온다. 

그 아름다움의 일부라도 공유하고 싶어 사진으로 남긴다



덕담을 건네던 할아버님도 집으로 가시고 주변에 수십 명의 사람들도 흔적 없이 사라진 곳에서 나를 아는 많은 이들에게 문자와 사진을 보낸다. 

그렇게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나서 천천히 움직여 '위미 동백나무 군락지'로 가기 위해 100번 버스를 타고 네이버가 가르쳐준 데로 '농협주유소'역에 내린다. 

몇 년 전 돌았던 '올레길 5코스'의 중간 자락이 나타난다. 그날은 비가 엄청 와서 조금씩 기다렸다가 움직였었는데 그 길에 해가 쨍하고 비추이니 다른 공간처럼 느껴진다. 

'하자 학교 사진 전시 갤러리' '건축학 개론'에 나왔던 '서연의 집'을 지나 2시간 3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동백나무 군락지'. 

언론에서 말한 입장료 2000원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새로 만들어진 화려한 키 작은 동백나무 농장이고, 원래 전설처럼 이야기되어오는 그곳은 아직 계절이 덜 익어서인지 나무가 많이 노쇠해서 인지 꽃의 수가 적었다. 

하지만 그 고귀한 자태로 볼 테면 그 아름다운 기개가 엄청 키 큰 나무만큼 하늘을 덮었다. 

그 아름다움을 담으려고 길 위에서 그리려 했더니 귤 농장 아저씨가 역정을 내신다. 

"찻길이니 비켜서 그려야 해..." 

한편으로 물러서 조용히 그리니 사람들이 동백에 취한 건지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에 취한 건지 아름다운 한 마디씩을 하고 가신다. 잠시 역정을 내셨던 귤 농장 아저씨도 미안했는지 그림을 보고 칭찬해주시고, 마을과 본인의 역사에 대해서 한편에서 이야기해 주신다. 그리고 조용히 놓고 가시는 귤 봉지.. 


아름다운 그곳 '동백나무 군락지'로 가려면 100번 시내버스로 서귀포에서 "세천동"에

내려야 하는 걸 알았다. 

군락지에서 엄청 가까운데 있는 버스정류장이 그곳임을 발견한 것이다. 



한라산을 넘어 제주시에서 동생이 기다리는 '동문시장'으로 갈아타서 간다.

몇 번 가봤다고 시장이 엄청 친근하다. 

'올레 수산'에서 '참돔'과 '광어'와 '방어'가 모둠으로 들어있는 회를 사서 밥은 다른 곳에서 탕으로 먹고, 

회는 '탑동 방파제'에서 바닷바람에 말아 마시며 먹는다. 

회가 달아 입에 닿자마자 녹아버리고,

겨울바람은 시원하게 묵어있던 가슴을 씻어준다.  




201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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