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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Feb 14. 2017

봄 햇살 좋은날, 메이커 브라자는 버려져도 주인이 있다

중앙시장, 황학동 벼룩시장, 숭인 근린공원, 광장시장, 명동, 남산타워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중앙시장'에는 호떡이 크다.

시장마다 호떡의 모양과 크기와 재료가 다르지만 어느 시장에 가도 그 시장 호떡집엔 줄이 세워져 있다. 호떡이 먹고 싶게 줄을세 우는 게 사장님들의 전략일지는 몰라도 그 줄을 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알아보고 싶지만 길의 시작이 늦은 이유로 맛보지 않고 눈으로만 먹고 길을 따라간다.

여느 다른 시장처럼 먹거리 볼거리들이 많은 '중앙시장'은 항상 아치의 지붕이 인상적이다.

마치 '오르세 미술관'처럼 구조물의 구조가 아름다워 소장품의 가치가 더 활기차 보이는 것처럼

'중앙시장'은 그것 때문에 더 아름답다.




햇살 덕분인지 사람들이 '황학동 벼룩시장'에 많이 나오셨다.

오면 올수록 다른 걸 볼 수 있는 '황학동 시장'은 점점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느는 것 같다 굳이 무언가를 산다기보다 굳이 무언가를 찾는다기보다 사람들의 정경이 흥겹다. 사람들의 물결이 그 자체로 즐겁다.

입춘이 지나 대보름을 맞이하여 봄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목마르다.

물건들도 더욱 다양해진다.

겨울 물건과 봄 물건이 같이 존재해서 그런 것 같다.

한쪽엔 종이판에 '메이커 브라자 2000"란 문구가 씌어 있다.

메이커면 팬티도 속옷도 중고가 되어도 주인이 있나 보다.




인파에 밀려 '동묘공원'으로 흘러들어간다.

몇 번 와봤지만 관우의 사당이 우리나라 중심도시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건 중국이란 나라와 우리와의 관계를 삼국지에서 주인공들의 친숙함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만약 일본 사당이었다면 그터마져도 존재하지 않았을 듯하다.

내부로 들어가면 가벼운 중국풍의 나무와 정원의 모습으로 조금 편안한 기분을 준다.

탑골공원처럼 번화하지 않으니 나름 여유를 부려볼 만도 하다.  




공원을 나와 골목에 있는 재미거리들을 찾는다. 골목에는 '깡통 카페'라는 소규모 미니카페들이 오픈해서 젊은이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고 있다.

나름 번잡함을 피해 여유를 부려볼 숨은 공간들이어서 마니아층이 생길 듯도 하다.

시장 골목을 따라가다 미니 경매가 이루어지는 경매장이 보인다. 난로가 가까워 모여 있는지 몰라도 경매를 진행하는 진행자의 모습은 소더비 경매 못지않게 사뭇 진지하다. 다만 졸고 있는 입찰자의 모습은 마치 추위를 피해 피난 온 사람의 졸음처럼 피곤하게 느껴졌다.

더 들어가 '풍물시장'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골동품들이 보이는데 30여 년 전 먹던 라면의 포장지도 액자에 넣어 파는 걸 보니 지금 먹는 과자의 포장지도 시간이란 마법을 부리면 매매가 가능해질 수도 있겠다 싶다.

'풍물시장'은 안보다 밖이 더 화려해 보이나 밖은 어둠의 기운이 깔리면서 하나 둘 짐을 싸는 분들이 계셨다.

짐을 싸는 분들을 지나쳐 실내로 들어가니 7080 세대를 위한 작은 재미거리들이 젊은이들의 장터에서 이루어지고 느껴지고 있다.




길을 나와서 걷다 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로 그리 높지 않은 곳에 '팔각정'이 보인다.

'저곳은 어디일까?' 궁금해져 무작정 올라가기로 한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길을 찾기 애매했지만 높지 않아 금방 공간이 나왔다.

'숭인 근린공원' 그곳에는 서울시의 저녁 무렵이 약 부감으로 잎이 떨어진 나무들과 함께 시원하게 보였다.

동대문을 연결하는 성벽들이 노란 암바 조명을 받으며 길게 늘어져 있고, 까만 천 위에 노란 귤껍질을 말리는 듯

불빛들은 까만 집들과 길들 사이에서 알알이 박혀 있었다.

그 불빛들을 바라보며 맞는 바람은 차갑지만 차갑지 않은 바람이었고, 그 바람과 함께 봄 겨울 저녁 하늘은 묽게 물들어 갔다.



내려오면서 방향을 보니 시내 쪽이 오른쪽이라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동대문 근처에는 아시아 국가들의 흔적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네팔 상점과 식당도 있고 중국 상점과 식당도 있다. 나름 그네 나라 색깔을 지닌 물품들이다.

동대문 시장을 지나쳐서 종로 방향으로 올라가니 게스트하우스가 골목으로 보인다.

이제 서울에도 '게스트 하우스'가 심심치 않게 위치하고 있다.

제주도 경주도 아닌데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가 서울에 위치해 있다.

새로운 국제도시의 트렌드인가 보다. 겉에서 보았을 땐 분위기도 살뜰해 보인다.



그  게스트 하우스 몇 개를 지나쳐 시내로 올라가니 자정이 넘어도 사람들이 몰아친다는 '광장시장'에 도달한다.

시장에는 사람들이 따닥따닥 앉아서 '마약 김밥'과 '빈대떡'과 '만두'를 먹고 있었고, 그내들을 바라보니 시대가 많이 바뀌어 온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번쩍이는 건물들이 생기고 젊은 이들의 옷차림이 바뀌어도 시간은 신의 관점으로 볼 땐 빨리 지나치지는 않은 것 같다.

70,80년대의 정서가 여기 골목골목에 남아있다.

종로를 지나면서 건물 사이를 보는데 무언가 얼굴만큼 커다란 노오란 덩어리가 둥실둥실 떠 있다.

'대보름 둥근달'이었다.

약간 붉은빛을 띠면서도 달이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달리면서 뛰어오르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이 가까운 거리에 있는 듯했다.




그 정서를 따라서 관광객들이 하나둘 흘러넘치는 '명동'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와보는 '명동'이라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궁금했는데 외국인들 대상으로 먹을 것 식단이 달라져 있었다.

길거리 음식 중에 눈에 띄는 건 단연 '랍스터 치즈 구이' '게 튀김'도 식감을 자극했고 '딸기 찹쌀떡'과 '떡갈비 꼬치'도 눈과 침샘을 자극했다. 한쪽에서 거리의 화가들이 외국인을 그려주는 모습도 여전했고, 명동은 더욱 진화해 가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았지만 명동은 명동이었다.




'퍼시픽 호텔' 옆 골목으로 '남산'으로 따라 올라간다.

그 골목은 많이 바뀌진 않았지만 애니메이션 특화 골목인지 건물마다 우리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이 긴장하며 붙어 있다. 조금 올라가니 '게스트 하우스'가 여기도 많아졌다. 이 골목은 중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인 것 같다.

남산 케이블카 스테이션에서 타워를 바라보니 달이 타워와 싸운 듯 멀리 떨어져 한 앵글에 잡기 힘들다.

점점 도서관 쪽으로 가니 조금씩 달이 타워에 안긴다.


그리고 보름달은 높이 오르사 어두운 밤하늘에도 빛이 있음을 보여준다.





2017.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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