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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May 15. 2018

삶의 공간, 그곳을 여행하다

서빙고, 동빙고, 일본인 마을,  용산, 이태원, 철길, 한옥마을, 서울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이번 주말에는 비가 온다는 소식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는데 나름의 경험으로 의심이 갔다.   

아니나 다를까 비는 일요일 아침에 그치고, 빨래 청소 쇼핑 등 기분 좋은 집안일을 마치고 동네 여행을 간다.

동네는 '동빙고동'에서 시작해서 출발하는데 비 온 뒤 상쾌한 공기를 폐부에 가득 채우니 내가 풍경이 된 것 같고 풍경이 나인 것 같다.

서울 지도를 눈감고 콕 찍으면 '서빙고'가 나온다. 

그런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변두리 정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정말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그 공간을 여행 온 듯 걷다가 5년 사는 동안 아직 발자국을 딛지 못한 새로운 공간으로 향한다. 




신기하게도 1호선 라인이라 철길이 야외로 놓여 있어 철길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건넌다.

과거에만 있을법한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땡땡땡' 소리와 함께 차단벽 앞에서 기다리며 한강으로 나가는 길을 가곤 했는데 오늘은 왠지 바로 오른쪽으로 나 있는 기찻길 옆 집들이 머리를 스치듯 떠올라 무작정 그 방향으로 걸어보기로 한다.

걷다 보니 항상 지나치기만 했던 지하로 뚫려있는 길의 용도도 알게 된다.

아파트에서 편의를 위해 지하로 길을 뚫은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니 기찻길 옆 오막살이는 아니지만 기찻길 옆으로 집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람이 사는 곳도 있고, 사람의 흔적이 안 느껴지는 곳도 있다.

재개발을 하기엔 공간이 협소하기에 오래된 주택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집들의 모양 하나하나에서 70년대 주택들의 모습들이 정겹게 남아있다.

평상이 집 앞에 있는 모습이며, 마당이 소소하게 자리하는 모습들과 작은 텃밭이 정겹다. 

아파트 공화국이 아니었다면 이런 집들이 좀 더 남아 있었을 텐데 이제 점점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집들이되어간다.

골목을 지나치다 나무가 시원하게 자리 잡은 배경이 너무 정겨워서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을 보고 스케치북을 꺼내 든다. 

시원한 바람이 '쏴~' 지나칠 뿐 아무런 인기척도 없다가 일본인 부부인듯한 분들이 그림에 잠깐 관심을 갖고 보다가 집으로 들어가신다.





철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니 항상 내가 이용하던 서빙고 역사의 반대편이 나온다.

반대편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하기만 했는데 5년 만에 그 너머로 넘어온 듯하다.

사실 그곳은 구멍가게보다 조금 큰 마트가 바로 나오고, 바로 아파트 단지로 이어진다.

그 단지를 가로질러 나가니 '이촌동' 그 익숙한 길이 나오고 육교 너머로 건너서 '용산 가족공원'과 '한글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을 지나쳐서 용산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요일인데도 한가로운 공원들이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한다.

철길을 따라가다가 '용산 세무서'가 가까워질 무렵 70년대 개량 한옥들이 늘어져 있는 골목이 보인다.

그 골목들 사이로 거슬러 올라가니 막다른 곳에 갑자기 지하철이 지나간다.

비현실적인 풍경에 사진을 연신 눌러대다가 뒤돌아보니 아름다운 한옥과 건너편 산 같은 건물들의 대비가 재미있다. 





'용산 세무서'를 지나쳐서 플라타너스가 아름답게 크게 서 있는 길을 지나 미군 기지가 철수한 공간을 따라 재개발이 한참 진행 중인 지역으로 들어간다. 가는 길에 자그마한 맛집들이 구석구석 보인다.

그대로를 따라가다 재건축이 진행 중이어서 한참 서류를 만드는 공간에 도착한다.

이 공간은 이제 몇 년 후면 볼 수 없는 공간이라 생각하니 사진으로라도 담고 싶어 연신 카메라를 눌러댄다.

어둠도 조금씩 깔리고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주인을 기다리는 듯 황구가 애처롭게 동네 밖을 쳐다보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그 길을 따라 돌아 나오니 '용산역' 근방이다.

'용산역'은 이미 건물들이 하나 둘 올라서면서 대도심의 빡빡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 모습들을 바라보니 조금 답답하기도 하다. 

마치 '홍콩'이나 '싱가포르'같은 어느 낯선 도시에 와 있는듯한 착각과 함께....     

'삼각지' 그 정겨운 동네를 거쳐 '녹사평''이태원'을 지나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한다.



2018,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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