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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Sep 14. 2015

바다가 선물해준 ‘선재도’에서 ‘농어’와의 조우

아름다움으로 미국 CNN에서도 알아본 '선재도'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일행이 있었다, 오랜만에 그 친구와 같이

대부도와 영흥도 사이에 아름다운 '선재도'를 가기로 했다.

오이도에서 790번 버스를 타고 ‘문말 삼거리 정거장’에서 하차한 우리는 선재대교 쪽으로 다시 올라가 ‘목섬’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한 모금 마시고, 건너편의 마을로 가기 시작했다.

마을은 토박이 농사짓는 분은 안 보이시고 아마 펜션이나 별장을 짓고 사시는 외지분들이 대다수이신  듯했다. 그만큼 여기 ‘선재도‘는 타인들의 시선에 부럽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보다.


마을을 지나쳐 건너편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갔다. 일행과 어느 정도 각자의 작업을 하다 만나기로 하고, 나는 선재대교 다리 밑에서 ‘목섬’을 바라보며 스케치를 했다.

스케치를 하는 사이 물이 빠르게 밀려 들어와서 다 그리고 나서는 다른 풍경이 있었다.

요즘 채색으로만 한 것 같아 먹으로만 가볍고 묵직하게 그려봤다.

새 스케치북, 이 종이에는 먹이 수채화처럼 먹어 든다.

마치 그 아름다운 뻘의 골과 물의 골이 만나 조금씩 바다로 차는 모습처럼.....

주변을 살피다가 지도가 보인다.

어차피 그렇게 커다란 섬도 아니고, 정해진 길은 없지만 섬 주변을 한바퀴 돌기로 한다.

바다를 따라 걸으니 강태공들이 군데군데 무언가를 잡고 있다.


‘여기서는 망둥어 말고는 잡힐게 없을 텐데...’


해안가, 바위를 따라 걷는 길은 해변이 사람들에 의해 덜  괴롭혀졌음을 느낀다.

바다고둥들이 해변 바위 뒤로 꽤 많다.

뻘게들은 뻘짓을 하고 있고,

모두 아직 작은 녀석들이라 구경만 하고 해변을 따라 걷는다.    

눈에 가까운 곳에 ‘측도‘가 눈에 들어온다. 측도로 가는 길은 마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것처럼 전기와 불이 바다 전봇대를 통해 들어간다. 그 길을 따라 차가 지나갈 정도의 자갈길이 있다. 바다를 가른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측도‘에 다다랐을 무렵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앗뿔싸!”    


길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오늘 꼭 다시 가야 해서 옷을 버리는 걸 불사하고 ‘첨벙첨벙’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물살이 꽤 세서 물이 더 차면 지나가지 못하겠구나 싶다.

중반쯤 달렸을까 물 위에 번쩍이는 무언가가 있다.

이런! 길이가  50cm가량 되는 큰 놈이다.

양손에 그 녀석을 잡고 없어지는 바닷길을 필사적으로 건너간다.


‘철퍽철퍽‘ 다행히 길의 시작점은 물이 덜 차올라 간신히 다다른다.

달려온 반대편을 보니 이미 깊은 바다다.

한숨을 내쉬고 신발을 벗어 물을 말리며 지인에게 사진을 보내 물고기의 정체를 알아낸다.    

‘농어’라는 짤막한 문자    

아, 이 녀석 사후 경직이 있어서인지 몸이 딱딱했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지인의 조언대로 상하기 쉬운 내장을 따고, 차가운 얼음생수에 같이 넣어 꽁꽁 싸매 둔다.    


이제 측도는 완벽한 섬이 되었다.


손가락에 먹을 묻혀 어린이가 된 것처럼 손가락 그림을 그려본다. 그 섬을,

그리고, 여유를 가지고 측도의 아름다움을 천천히 다시 한번 담는다.    

몸이 마르고 천천히 다시 발걸음을 뗀다.


바다를 따라 걷다가 ‘영흥교’를 만난다.

‘영흥도’가 한눈에 보인다.

대교의 아래쪽으로 가니 낚시하는 강태공들이 있다.  

선재도 초입보다 이쪽 물이 훨씬 맑고 깊어 보인다.    

섬의 왼쪽으로 왔으니 오른쪽으로 돌아가려는데 길이 없다.

도로를 따라 되돌아가다 샛길을 통해 오른쪽으로 나 있는 도로를 발견한다.

그 도로를 따라 가니 펜션과 모텔들이 즐비하다.

아, 이렇게 또 다른 세상이 있구나 싶었다.    

지대가 조금씩 올라가고 내가 지나왔던 길들이 조망되면서 바다가 보이고 낙조까지 가세한다.


아름다운 서해의 낙조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만나기로 한 곳으로 향한다.

     


길이 엇갈렸지만 이내 찾아 790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익숙한 곳이 있다.


“어‘ 여기 내가 왔던 곳인데... “    


식당과 경찰서를 보니 익숙한 곳이다.

‘인사동 스캔들’이란 영화를 한나절 찍었던 곳이었다.

이렇게 같은 공간을 다르게 접근하면 달라 보이는구나 싶었다.

중간에 버스를 경유해서 안산 원곡동 다문화 시장에 들러 ‘시홍스지단’과 ‘차오면’으로 내장을 채우고 농어를 챙겨 집으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     


201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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