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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Dec 07. 2018

제주 비 온 날 물찻오름 지나  붉은오름 옆 사려니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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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naver.com/hongikgaepo




비가 온단다. 

마지막 날 브레이크를 걸고 쉬엄쉬엄 쉬다 가라는 제주의 사려 깊은 맘으로 비가 내리는 것 같다. 

비 오는 날 '사려니 숲길'을 가라고 누군가가 이야기해 준 것 같아 느지막이 움직인다. 

구터미널에서 281을 탄다. 

어디서 타는지 잘 살펴야 한다. 

'서귀포'에선 지도와 시간을 반만 믿어야 한다. 

반대방향에서 20여분 기다리다 구터미널 정류장으로 가 탑승 후 이동한다. 

네이버 지도를 믿지 말아야 하나?  


'교래입구'에서 삼나무 숲 속의 도로를 십여분 걷다 보면 '사려니숲길 입구'가 나온다. 

주차장에서 입구까지 거리가 있는 데다 입구로 돌아오는 구조가 아닌 편도여서 대중교통이 편하다.  

'물찻오름' '붉은오름'이 있는 촉촉한 숲길을 나선다.  

'사려니'는 '살암이' '솔안이'라고도 불리는데 '살' 혹은 '솔'은 '신성한 곳'을 의미한단다.

길을 걸으니 스산한 바람과 함께 얼마 후 비가 올 것 같아 입구에 멋있게 서 있는 '때죽나무' 앞에서 스케치를 한다. 

시작하자마자 쏟아지는 비 덕분에 우산을 쓰고, 우중 스케치를 한다. 

'때죽나무'는 열매가 회백색으로 스님들이 떼로 몰려있다는 의미의 떼중나무에서 바뀐 이름이란다.  

비가 오는 건 좋은데 비 오는 스케치는 쓸쓸하다. 

스케치를 하고 나서 사진을 찍고 화산송이 붉은 길을 걷는다. 




늦은 가을인데 고비들의 연두색이 숲의 갈색을 묘하게 희석한다. 

시멘트가 있는 길에선 조릿대가 늘어져 있고, 해발 1400미터 '어후 오름'에서 발원한 건천인 '천미천'을 건넌다. 

길은 예상보단 길게 늘어져 있고 가던 사람들은 되돌아 간다. 

아마 차를 가져와서 일 테다. 

왼쪽에 '무덤' 두 곳을 지나 '천'을 세 개 정도 더 건너니 '물찻오름 입구'가 나타난다.  

다녀오는데 50여분 걸린다고 하나 아쉽게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휴식년이다. 

다음에 올 이유가 또 생겼다. 







인도의 공주가 스님께 이별의 정표로 주었다는 사계절 푸른 '참식나무'를 지나(공주의 마음은 언제든 열려있다는 의미 아니었을까? 안타깝지만....) 안개 그윽한 길을 헤쳐나간다. 

길을 걸어가다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림 세라피 길'을 걸어 '삼나무 숲 속 산책로(460미터)'로 동그라미를 그으며 걷는다. 

마치 어머니 자궁에 들어와 있는 듯 아늑한 기분이다. 

길을 내려오다 표지판을 보니 빨간 알알이 버섯 같은 식물의 정체가 밝혀졌다.

 '천남성'이라고 사약의 원료이니 만지지도 먹지도 말란다. 

'가친 오름 입구'를 지나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다시 길 따라 오솔길 따라 마지막 삼나무 숲 탁자와 의자 있는 곳에서 쉬었다가 야광색 잎이 달린 산수국 길을 통해 입구로 간다. 

전에 해설사님이 '산수국'을 도깨비 꽃이라고 부른 이유가 조금 이해되는 듯하다. 

갈색 숲에 혼자 야광색으로 화려하게 빛난다. 



제주 시내로 와서 '동문시장'에서 방어와 갈치로 저녁을 먹고, 지하상가를 통해 칠성동에서 탑동 대형마트에 들렸다 방파제에서 바다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고 숙소로 들어간다.  




2018.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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