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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Dec 19. 2018

저는 내일로 끝이 납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계약직, 사각지대, 계약직 불합리, 충현복지관, 충현교회

저는 충현복지관의 대한민국 비정규직 강사입니다.


아이들에게 웹툰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6개월 계약직 강사 계약을 맺고, 아이들과 웹툰을 그리는 수업을 합니다.

지각한 일이 없는데 분당선 지하철 운행 중단으로 피치 못한 지각을 하게 되어 미리 연락드리고 조금 늦게 되었습니다.

10여분 늦어서 서둘러 가는데 정문 문이 반쯤 내려 있어 피해서 가다 이마를 다쳐 이마에서 피가 나더군요.

교무실에 가서 응급조치를 하는데 피가 조금 지혈되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치료를 받고 영수증을 챙겨 달라고 이야기 듣고 병원에 갔더니 다섯 바늘 정도 꿰매어야 하는데 얼굴인 데다가 깊이 찢어져 피부 안쪽에서 꿰매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꼬메고 치료받고 3주 후 영수증을 챙겨갔습니다.

복지관에선 보험사에 청구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번 주에 수업은 계약기간만 진행한다고 통보받고 내일 마지막 수업을 남겨놓고 전화가 왔네요.

계약직 강사는 고용보험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 방문한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치료가 안된다고...

오히려 단순 방문한 사람은 치료가 된다네요.

계약직 강사는 선생님도 단순 방문자도 아닌 아무것도 아니기에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걸 듣고 이나라 모든 대한민국 계약직 강사를 대표한 억울함을 느꼈습니다.

만약 제가 그 문에 부딪쳐 불구가 되어도 계약직 강사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치료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충현복지관에 한정되는 일이 아니길 바라지만 이 나라 계약직 직원들이 이런 상황들에 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기 그지없네요.



얼마 전 친구의 아버지가 주말부부였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친구가 그 자리에 서면서 아버지가  생각나서 슬펐다고 하더군요.

제가 계약직이면서도 계약직 근로자의 불합리함을 몰랐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들어줄 정부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서 무언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만 아직 멀었네요.

이 나라의 계약직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그 자리에 서고 보니 알겠네요.

불합리함은 고쳐나가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적어봅니다.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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