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구청, 분당중앙공원, 탄천, 오리역, 어반 스케치, 동양화, 한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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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화단을 쳐다보는데 나비가 한 마리 날아다닌다.
베란다는 모기를 막기 위해 철저하게 막아 놓았는데 꿈인가 싶다가도 자세히 가서 보니 나비가 틀림없다.
얼마 전 열무에서 잡아낸 녹색 애벌레 한 마리가 생각났다. 해충이라 여겨져 (열무잎을 망사로 만들어놨다.) 잡아서 다른 세상으로 보냈는데 한 마리는 잘 숨어 이토록 우아한 나비로 변신했다고 생각하니 내손에 잡히지 않은 게 기특하고 대견하다.
여하튼 우리 화단엔 나비가 산다.
다리 밑을 지나 분당 '중앙공원'에서 연결해 가는 길을 찾는다.
이쪽 길에는 리본이 없다
대신 나무기둥 이정표가 조금 많은 편이다.
중앙공원 탄천 옆길을 따라가다 보면 길에 나무가 참 운치 있게 무성히 자라 있다.
호주에서 보았던 보타닉 공원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나무를 따라가다 보면 '꽃무릇'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계절이 아니다.
대신 연둣빛 푸르른 잎 가득한 나무와 건너로 물소리가 졸졸 흐르는 운치 넘치는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만족스러운 기분이 든다.
조금 너른 광장으로 나오면 이 씨들의 무덤과 수내동 가옥이 그들의 삶을 휴식과 같이 함께 하고 있다.
전통가옥을 둘러보다 건넌 마루에 앉아보니 바람 한줄기가 시원하다.
집에서 쪼개 온 수박을 먹고 싶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왔다 갔다 해서 바람만 한 모금 마시고 스케치북을 꺼내 집의 구조를 그려본다.
부엌의 바로 음식을 전달하는 구조가 참 맘에 든다.
텃밭에 자라는 작약도 이제 조금씩 저물어 가며 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린다.
아이들에게 옛날 집의 구조를 설명해주기 위해 손잡고 부모들이 왔다 갔다 하시는데 설명하는 방식들은 다 달라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들은 다 느껴진다.
가옥에서 나와 '당산공원' 방향으로 걷는다.
물가의 정자도 운치 있고 공원의 녹음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여유 있고 즐겁다.
공원 여러 개를 지나 '불곡산' 초입에 들어선다. 동선을 보니 불곡산 정상을 찍고 반대로 넘어가는 산을 종단하는 만만치 않은 길이다.
구미방향의 '무지개마을'까지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하길 바라며 부지런히 걷는다.
산에 녹음이 짙어져 해를 막아는 주어 시원하다. 길이 생각보다 오르막이 심해 정상까지 높이가 조금 있는 것 같다. 사람들도 간간히 다니시는 게 분당분들은 자주 다니시는 산인 것 같다.
왜 내가 7년간 일할 땐 몰랐던 곳일까?
생활의 공간과 여행의 공간은 같아도 같지 않다.
'형제봉'을 지나 정상에 오르니 정상석과 전망대가 있는데 전망대 2층의 높이에는 보이는 풍광이 녹음뿐이다.
다시 완만히 길을 내려가니 사람들도 녹음들도 조금씩 잦아들고 건너편 녹음 사이에 황금빛 석양이 반짝이며 부스러진다.
조금 더 내려가니 6.25 전사자의 유해가 발견된 곳이 나타난다.
잠시 묵념을 올리고 서둘러 내려온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올 무렵 무지개마을에 도착해 탄천을 건너 오리역까지 이동한다.
오랜만에 녹음에 파묻혀 걸었더니 폐 속까지 푸르러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