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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Aug 01. 2022

장마 끝나고 연꽃 핀 세미원에서 남한강 북한강 두물머리

평해길, 두물머리나루길, 추사 김정희 세한도, 50렌즈, 18 55렌즈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장마가 끝나고 '중복'을 지나며 이제 한 여름이란 무엇일지 제대로 가르쳐 주는 날씨다. 

40도를 넘지는 않았지만 밤에 열대야 현상으로 잠자리를 설치는 날이 계속되는 건 여름이 잘 익었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한 열흘 후면 입추다. 

더위의 정점에 올랐으므로 내려갈 길만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잠을 설친 컨디션이지만 쉬엄쉬엄 준비해 '세미원' 이 있는 '양수역'으로 간다. 

첫째 이유는 '세미원'을 못 가서 가고 싶은 이유와 두 번째 이유는 지금이 장마가 끝나고 연꽃을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고 세 번째 이유는 '평해길 두물머리 나룻길'에 스탬프가 두 개인걸 체크 못해서 못 찍은 도장을 찍으러 가려는 세 가지의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역방향인 '양수역'에서 '운길산역'으로 이동한다. 

지하철에서 보니 연잎은 우거진데 꽃이 보이지 않아 살짝 걱정이다. 

'연꽃'을 봐야 하는데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번 걷고 나니 굳이 리본을 찾지 않아도 길을 찾아갈 수 있겠다. 

'양수역'에서 연밭으로 나가는데 역시나 꽃이 저 멀리 한송이 피었다. 

연잎만 보고 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가운데 건너편에서 오신 할머니께서 연꽃은 못 봤다고 체념하며 오신다. 

나는 그래도 '세미원'에는 꽃이 있지 않았을까 내심 기대를 하며 열심히 걸어간다. 

연밭을 지나 '세미원'에 도착하니 입구에 쓰여있는 '배다리'가 철거 중이라는 안 좋은 소식, 원래 동선은 세미원을 보고 배다릴 건너는 것이었는데 동선이 돌아가게 되었다. 

5000원에 표를 끊고 입구에 있는 '연꽃박물관'을 들려 연을 테마로 한 공예품과 회화작품을 보고 나와 자연과 나는 둘이 아니다란 의미의 '불이문'을 지나 개울 따라 나 있는 징검다리를 따라가다 섬처럼 만들어진 언덕에서 한반도 모양의 연못이 있는 ' 국사원'에 들러 '장독대 분수'로 바로 넘어간다. 

지도를 보고 크게 돌기 위해 '페리 기념 연못'을 지나 '백련지'를 따라가다 햇빛에 투과된 연잎의 연둣빛이 너무 아름다워 벤치에 앉아 스케치를 한다. 

화려한 연꽃도 아름답지만 투명한 연잎의 색이 발광하듯 빛나서 환상적인 공간에 와 있는 듯 싱그럽다. 














그림을 관심 있게 봐주신 어르신이 그림이 끝나고 와서 본인은 옆 자리에 앉아 시를 쓰셨다고 보여주신다. 

간결하고 아름다운 시를 보여주셨는데 지나고 보니 아쉽게 시구를 촬영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우리 과후배의 시아버님이시기도 하셨다. 

인연은 또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

길을 걸어 연꽃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홍련지'를 지나 '세한정'으로 넘어간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그림의 건축물을 그대로 만들어 놓았는데 앞에 소나무는 비슷한 나무를 찾지 못했나 보다. 

'세한정'을 따라 걷다 '모네의 정원'이라 불리는 연못에 이른다. 

구조는 조악하지만 꽃이 아름다워 용서가 된다. '세심로'를 따라 나오다 '열대수련 정원'과 '빅토리아 연못'을 지나 '세계 수련관'을 지나 오지만 크게 눈을 끌만한 꽃들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되돌아와 '우리 내' 란 개울의 징검다리를 따라 나가는데 우거진 숲과 '똘똘똘'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해 이것 만으로도 이곳에 올 이유가 된다.  

해지는 풍광 따라 걷다 농협과 카페가 있는 건물의 옥상에서 아름다운 남한강 사진을 찍고 스탬프를 찍은 후 두물머리의 익숙한 풍경들과 조우한 후 '두물경'까지 단번에 도착한다. 

해는 점점 어두워져 북한강가를 따라 물비린내를 맡으며 두물머리 수변도시의 정취를 느끼며 걷는다. 

아는 길은 밤길이라도 무섭지 않다. 

파밭도 아파트도 나오고 예쁜 카페를 지나 어두운 숲을 따라 걸으니 자전거길이 나온다. 

자전거길에서 잠시 정리한 후 다리를 건너니 나오는 '운길산역' 

이제 눈에 너무 익어 친척이 사는 동네 역 같다. 

이제 서울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며 내가 사는 삶을 다시 펼쳐 본다. 

삶이 길지 않다. 

오늘 걷는 익숙한 길처럼 편한 기분으로 걸으면 좋으련만 남아있는 내 삶의 길은 다 처음 가는 길이다. 

처음 가는 길이지만 예상 가능하기도 하고 전혀 모르는 길로 회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길을 다 걸었을 때 기분 좋은 길이었길 미리 바라본다.    





























202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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