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의 아침'이란 타이틀의 아파트를 지나니 나타나는 '적십자 병원' 20대 때 입원했던 흑역사의 병원이다. 그 병원 옆에 '삼성병원'이 더 크게 우뚝 서 있다.
병원 옆으로 무언가 공사 중인지 사다리차로 작업 중인 듯 보인다.
길이 막혔길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골목으로 올라간다.
그곳은 작은 블록 하나를 박물관처럼 만들어 놓은 '돈의문 박물관 마을' 구석구석 하나하나 원래의 틀을 유지하면서 공간을 살려놨다.
이 공간이 '서대문'이 있던 곳이기도 한데 서대문은 온데간데 없어졌나 보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서대문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흡사 국보 1호 남대문의 모습과 닮아있다.
일제강점기 때 전차가 '서대문' 안으로 지나가기도 해서 서대문의 용도는 유명무실 해지며 해체되고 그 자리에 한정식 맛집이었던 '한정'과 이탈리아 레스토랑 '아지오' 등이 들어서 영업해 오다 현재 그 지역이 '돈의문 역사박물관'으로 뒤바뀌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근방의 '신라장'이라는 여관은 전시실로 탈바꿈해 전시 중이고, 이발소며 가게들도 원래 모습을 유지하며 존치되었다.
'개량 한옥'으로 만들었던 여러 채의 집들은 수리 후 개방되어 전통 부채를 만들거나 다양한 전통문화를 배우는 공간으로 바뀌어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 듯하다.
이 공간이 이렇게 남지 않았다면 회색빛 건물로 바뀌어 사무공간으로 쓰였을 텐데 이런 공간이 남아있다는 게 감사하고 고맙다.
아마 처음엔 '서대문'을 만드는 것도 고민했으리라, 하지만 서대문 보다 서대문을 기억하고 변화해 온 과정을 박제하는데 더 의미를 두었으리라 생각한다.
그 공간 뒤로 말로만 듣던 '경희궁'이 보인다.
이발소 앞길로 나가 들어가 보니 바로 '경희궁'이 위치해 있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스케치를 한다.
'경희궁'이 시간이 되었는지 그리는 도중 문을 닫아 실내를 볼 수는 없어서 뒤로 둘러보기로 한다.
건물이 앞에서 본 것과 달리 더 규모감 있어 보이는데 안내문을 보니 '서울 고등학교'가 이 터에 있었고 경희궁의 원래 규모감은 훨씬 컸다고 하니 지금은 그 느낌만 찾아볼 뿐이다.
오른쪽으로 올라가니 경희궁의 내부가 시원시원하게 잘 보인다.
돌아내려 가며 '영렬천'이란 약수터에 물이 나오는데 식수로는 금지되었단다.
어두워지기 전에 '광화문 광장'으로 나간다.
퇴근하는 사람들과 같이 퇴근하지 않고 그들을 여행의 풍경으로 담는 것도 큰 재미 중에 하나다.
퇴근하는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 따라 '광화문 광장'으로 나오니 광장이 두배 이상 커졌다.
여러 개 설치된 바닥 분수로 아이들이 신나게 즐기고 있고, 한쪽에는 음악공연이 열리고 있다.
무언가 꿈틀꿈틀 코로나 이후로 맛보지 못했던 분위기다.
한쪽 편엔 물이 흐르며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이어져 있다.
한 부자가 하루에 고기를 몇 마리만 잡고 놀고 있는 어부에게 충고를 하는데 고기를 더 많이 잡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했다. 어부는 고기를 많이 잡은 후에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이냐고 물더니 부자가 되어 편히 쉬지 않겠냐고 했더니 어부는 나는 지금도 맘 편히 쉬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부자의 오만에 뒤통수를 치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 족욕하고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젤 부러운 사람들이었다.
'경복궁' 앞 '광화문'으로 넘어간다.
야간개장이 이루어져 한복을 입은 사람이며 연인과 어르신들이 불빛 화려한 야간 행궁 산책을 즐기러 간다. 나는 미리 예매하지 못하여 바깥에서 그 분위기만 즐기다
'국립 고궁박물관' 앞을 지나 '경복궁역'을 보고 꺾어 서촌 방향으로 해서 오른다.
여기서 집까지 걸어서 한 시간 반쯤 걸리는데 '인왕산'을 넓게 한 바퀴 돌게 되는 셈이다.
길 따라 가는데 전에 청와대에 대통령이 살 때 보이던 군인 경찰은 보이지 않고 길에 운치 있는 초가을 풍경들만 늘어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