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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an 04. 2023

겨울, 이슬람사원 남산타워가 보이는 한남동 그 숲 속에

한남동, 보광동, 우사단로, 이태원, 서빙고동, 동빙고동, 어반 스케치

http://cafe.naver.com/hongikgaepo







한남동은 내가 십 년간 살던 곳이다. 


그곳에 살면 그곳을 많이 그리고 그곳에서 많은 영향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보단 그렇지 못했다. 

그건 마치 연애를 시작하기 전 마음과 연애가 조금 권태로워 졌을 때 그리고 연애를 정리한 후 그 대상에 대해 다시금 바라보게 되는 감정들 하나하나가 내가 그 공간에 대해 느낀 그대로였다. 


난 그 공간과  연애 중이었나 보다 


십 년간 살다가 여기 '서대문'으로 이사 와서 벌써 이곳에 정착한 지 2년이 넘었다. 

그간 생각지 않고 있다가 오랜만에 그 공간을 만나니 연애할 때 감정이 샘솟듯이 공간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다. 

문득 찾아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버스를 잘못 탔다. 

가려던 방향에서 틀어 다리를 건너더니 '여의도'로 가로질러 '대방역'까지 간다. 

회귀점인데 잘못 타서 그냥 앉아있다 돌아와서 연남동에서 갈아탄다. 

'이태원'에서 내려 보광동 쪽 이슬람 사원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 근처 건물에서 '한남동' '보광동'을 한눈에 보았던 기억이 있어 기억 따라 찾아가 본다. 

어둑해지는 하늘 따라 동네의 120프로가 내 눈에 차 온다. 

이 풍광은 내가 따라 그리려 해도 흉내도 못 낼 장관이다. 

마치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과 '무주구천 계곡'을 발견할 때처럼 감탄이 나오는 풍광이다. 

해가 붙어있을 때 스케치할 시간은 촉박하고 며칠 내에 다시 오기로 마음먹고 그곳을 나온다. 

여행자 마인드를 장착하고 보니 내가 살던 곳이 다르게 보인다. 

10여 년 살 때 한 번도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공간이 하나 있다. 

'이슬람 성전'을 밖에서만 봤지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오늘은 용기 내어 성전 안으로 들어가 본다. 

약간 굴처럼 생긴 초입을 벗어나니 그 위로 성당과도 같고 성 같기도 한 이슬람 성당이 나타난다. 

왜 이 공간을 여기사는 10년 동안 들어오지 못했을까? 

생각보다 폐쇄적이지 않은 공간이다. 

더더군다나 한쪽으로 한남동의 야경이 정말 그림 이상으로 아름답다. 

그 풍광을 보고 있다가 정말 수일 내로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데미안의 알을 깨고 벗어나는 상황처럼 금기시된 무언가를 깨고 나온 느낌이다. 

그 공간이 급진 이슬람교도들의 맹목적인 테러들로 두려운 공간으로 이미지화되고 각인되어버렸나 보다. 

'이태원성당'을 지나 익숙한 공간을 지난다. 

헐 거 벗은 플라타너스 나무들도 조형 감 있게 서 있고 주로 장을 보았던 '럭키마트'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과거가 되어버린 이 년 전 나의 집으로 가는 길은 낯설면서도 정감 있다. 

이미 다른 사람의 집이 되어버린 그 공간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보고만 지나쳐온다.

오히려 내가 살던 집을 들어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한강을 따라가다 다시 이태원으로 올라와 집으로 나선다.












































꿈을 꿨다.

 

내가 살았던 그 공간에 대한 꿈이다. 

꿈속에선 지금 집이 아닌 과거의 집에 살고 있었고 과거의 기억들이 뱀처럼 내 몸을 감싸고 있었다. 

불과 이틀 만에 다시 그곳으로 간다. 

내리자마자 1029 참사 영정을 모신 곳에서 분향을 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분향소 바로 옆에 차와 엠프를 대어놓고 이상한 집회를 하고 있다.

망자들을 위로하는 곳에 악마들이 우글거린다.

'이슬람 사원'이 있는 곳으로 와 한남동이 한눈에 보이는 공간의 스케치를 한다. 

날이 추워서 풍광이 선명한 반면 손이 시리고 먹물이 얼어 그림이 딱딱해진다. 

그림이 안다. 

그래도 눈으로 얼추 전체적인 구도를 잡고 먹으로 슥슥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이슬람 사원'과 '남산'이 비슷한 높이에 있고, '제일기획 건물'이 거대해 보이며 그 뒤 북한산 능선이 살짝 보인다. 

점점 얼어가는 차가운 날씨와 거친 스케치를 맞바꾸고 '이슬람 사원'으로 넘어간다. 

스케치를 하기엔 이미 손과 컨디션이 저하되어 그 아름다운 풍광을 눈과 사진에 담고 집으로 돌아온다. 


내가 놓아준 그 공간에 미련이 많은 난 공간에 대한 사랑도 미련하게 미련이 많다.  








































 2022, 12, 28일과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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