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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연 Jan 10. 2023

겨울, 북한산의 양면 그리고 눈을 머금은 만경대 스케치

북한산성입구, 북한산계곡, 보리암, 우이동, 겨울산, 스케치, 김태연작가

http://cafe.naver.com/hongikgaepo



겨울 산을 오른다. 

북한산을 오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따라 미세먼지가 그득해 가시거리가 넓지 않다. 

인왕산을 같이 갔던 동료와 이번엔 북한산을 오르기로 한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가면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836m)'로 가는 제일 빠른 길로 간다. 

북한산은 오른쪽 '형제봉'에서 시작하는 능선길도 있고 왼쪽 '향로봉'에서 시작하는 능선길이나 '의상봉'에서 시작하는 능선길  안으로 들어가면 최고봉 '백운대'를 오르는 '북한산성 계곡길' 그리고 더 깊이 올라가 '숨은 벽'에서 올라가는 길이며 산을 타는 길과 방향과 코스가 다양하다. 

오늘은 최고봉을 제일 빠르게 오르고 제일 빠르게 내려오는 '북한산성입구'를 들머리로 '우이동'을 날머리로 잡는다. 

가을에 와 봤던 같은 코스지만 그땐 '가을'이고 오늘은 '겨울'이라 다른 산의 모습을 기대한다. 

초입에서 외국인 두 명이 길에 대해 물어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같은 코스다. 

외국인들 사이에 이코스가 많이 알려졌나 보다. 

산을 오르며 계곡 쪽으로 방향을 트니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이 느껴진다. 

작은 폭포와 계곡은 눈과 얼음으로 덧 씌워 재창조되어 새로운 공간으로 리모델링되었다. 

철계단과 숲길을 교차해서 올라가다 '보리사'가 있는 곳에서 가파른 길과 완만한 길로 나뉘는데 거리가 1킬로 이상 차이 나서 가파르고 빠른 길을 선택한다. 

빠른 길이라 더 위험하고 한 것도 없다. 

올라 갈수록 점점 더 녹지 않은 눈이 산재해 있고 길이 조금씩 미끄럽다. 

그래도 힘을 내 가파른 계단들을 올라서 '백운동암문'이라 불리는 북한산 위문에 올라선다.

그곳으로부터는 암벽을 쇠바를 잡고 올라서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처음 가시는 분은 조금 힘들 수 있는 코스다. 

바위 사이사이  얼음이 얼어 있는 데다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좁아서 정체되기 시작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늘따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정체되는 데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미세먼지도 조금씩 거치기 시작해 멀리는 아니어도 앞에 봉우리 봉우리들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길에 '오리바위'를 지나 오르는데 중국 학생들 세 명이 운동화를 신고 오르고 있다.

젊음은 제일 좋은 장비인 듯하다.

쇠바를 잡고 매달리기를 30여분 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국기봉'에 태극기가 휘날리는데 정상석에서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 사진을 쉽게 찍는다.

'백운대'에서 바라보는 '만경대'와 그 너머 능선들를 보니 너무 아름다워 오늘은 '만경대'를  

그리기로 한다. 

바람도 많이 불지 않고, 앞에 새들도 보초를 서주고, 고양이들이 애교를 부려줘 그리는 시간이 더욱 즐겁다. 아까 그 중국 대학생들이 스케치를 구경하길래 학교를 물어보니 성균관대 학생들이다.

성균관대에서 가을에 그린 은행나무를 보여주니 사진을 찍고 칭찬해주고 먼저 내려간다.




















겨울의 하산은 더욱 어려운 길이다.

더더군다나 아이젠과 스틱이 없이는 내려서는 한걸음 한걸음이 살얼음을 걷는 길이다.

어떤 구간은 당연히 미끄러질 수밖에 없어 보여 엉덩이로 썰매를 타며 내려간다.

썰매를 타고 눈밭에 다이빙을 몇 차례 하다 보니 '북한산 산장'이 나타난다.

그곳으로부터 다시 우이동 방향으로 내려간다. 

확실히 이쪽 방향은 해가 비취질 않아 눈이 많이 쌓여있다.

'한라산'도 올라가는 '성판악 코스'는 눈이 좀 적은 반면 '관음사 코스'로 하산하면 겨울 왕국 눈의 향연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쪽 우이동 방면이 눈이 잘 녹지 않아 눈구경은 제대로다.

산악구조대 본부를 지나 천천히 내려가니 아까 만난 중국 친구들을 만난다. 

확실히 하산길은 그 친구들에게도 어려워 보인다. 

비록 휘어진 스틱이지만 빌려주고 밑에서 받기로 한다.

밑으로 내려올수록 눈도 많이 녹아서인지 길이 쉬워진다.

어둠이 천천히 몰려오고 절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곳으로부터는 도로길이라 수월하게 걷는 길이다.

스틱을 돌려받고 마음을 다잡은 뒤 천천히 길을 나선다.


서울에 있는 산이라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칠 수 있는 조심스러운 겨울 산행이었다.

 
















   2023, 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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