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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내린 비가 그친 듯 하지만 아직 하늘은 물기가 그득하다.
'강변터미널'에서 9시 50 버스를 타고 '일죽터미널'로 이동한다.
일죽에 11시쯤 도착했는데 10코스 시작점까지 가는 버스가 1시 20에 있다.
2시간 20분 후에 버스를 타고 갈까?
걸어서 한 시간 거리니 쉬엄쉬엄 가 볼까?
고민하다 옛길이 조금 더 길어진 거라 치고 시작점까지 걸어가기로 하고 지도를 켠다.
굽이굽이 산처럼 굽은 길을 지나 논에 대어놓은 물인지 연못인지 모를 물 사이로 거슬러 이제는 사람이 직접 하지 않는 모내기가 기계로 심어진 논을 거슬러 올라간다.
외양간에 소들도 안 보이고 흙담으로 지은 옛집은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해 확장해 공간을 넓고 슬기롭게 쓴다. 농촌은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생활하기 위해 사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 사시는 분들은 우리 아버님 어머님들이시다.
걷다 마주치며 인사하면 멋쩍은 듯 인사하시는 어르신들이 믿음직스럽다.
걷다 보니 저번에 지나쳤던 도롯가 길을 만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몰라도 도롯가 길은 옛길에 대한 이미지를 좋지 않게 한다.
썩은 고기 조금이 한솥의 썩은 찌개맛을 만들듯 갓길도 없는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길로 사람을 내모는 것은 길에 대한 이미지도 안 좋고 운전자 보행자에게도 위험하다.
도롯가 길들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면 좋겠다.
익숙한 길들을 지나니 나타난 '석성리 버스 정류장'과 '경기옛길 10코스 안내판'이 나온다.
어디로 가는지 체크하다 리본을 보고 다시 왔던 길로 살짝 되돌아서 역시나 도롯가길을 걷는다.
주변에 골프장이 있는지 차들이 무척 많다.
15분 정도 위험한 길을 걷다 천변 따라 걷는 길이 나온다.
길에 아카시아 꽃이 듬뿍 펴 한송이 맛보고 걷는다.
담백하면서 달큼한 아카시아꽃은 좋은 간식이다.
천변 따라 걷다 다시 밭 옆길을 걷는다.
마늘과 파와 양파가 옹골차게 심어져 있다.
잠시 길가에 앉아 간식을 먹고 마을로 내려간다.
'산양 2리'를 지나친다. 한 집 앞에 '작약'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그 옆으로 '딸기꽃'이 활짝 피어 있다.
딸기가 이미 맺혀있기도 하다.
조심스레 사진만 찍고 지나가는데 밭가에 보라색 화려한 꽃이 뭉텅이로 있다.
꽃을 다발로 선물 받은 듯한 기분에 사진을 찍는데 멀리서 어머님이 아는 척 오신다.
본인 하우스에서 무가 꽃대가 올라와 잘라버렸다고 하신다.
무가 꽃대가 올라오면 씨를 맺는데 그럼 무의 인생은 끝나는 것이라 한다.
무마저도 그 인생의 꽃 피우고 씨 맺는 계절이 있구나 싶으니 살짝 서글프다.
인사드리고 내려오니 집 앞에서 밭일하시는 어머님이 계신다.
맨손에 잡초를 뽑고 계신데 집 앞을 아름다운 화단으로 만들고 계신다.
'금낭화'도 '양귀비꽃'도 아름답다.
꽃을 구경시켜 주시고 아쉬우신지 '양귀비꽃'을 가져가시라 하신다.
삽으로 손수 퍼서 주시는데 양귀비꽃이 큰 배낭 한가득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긴 너무 미안한 크기다.
길을 걸어 '복숭아나무'를 바라보다 내려가니 석성 2리 부내미마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스탬프를 찍고 마을회관까지 내려가 '석성호' 저수지를 둘러보고 화장실에 들린 후 다시 스탬프가 있는 부내미 다목적회관에 올라와 스케치를 한다.
'복숭아나무'가 줄지어 있고 한쪽으론 나무가 동굴을 만들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사람을 잘 그리지 않지만 일하시는 부부의 모습도 풍경으로 느껴져 살짝 그려 넣는다.
그곳을 떠나기 전에 마당이 없는 집에 사는 내게 커다란 양귀비꽃은 부담이어서 스탬프 옆에 꼼꼼히 묻어주고 온다.
굽이굽이 길을 걷자니 멀리 '석성호'를 배경으로 나무와 하늘이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산길을 걷다 내려가니 버스가 지나친다.
이런 외곽은 버스 시간표도 공개하지 않고 하루에 3,4대만 운행하는 곳이 많아서 돌아갈 일도 걱정인데 그 버스가 막차가 아니길 빈다.
'어재연 장군 생가터'까지 올라간다.
집이 태풍에 무너졌는지 보수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을 찍고 급히 정류장으로 내려가면서 검색하니 '장호원'으로 가서 '서울'로 가라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늦다.
버스정류장을 지나치시는 어머님 뻘의 어르신께 여쭤보니 충북 음성에서 운동으로 걸어오시는데 아마
'삼성'가는 막차가 있을 거란다.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차가 온다.
인사드리고 탑승한다.
막차 기준 6시 45분에 714 버스를 타고 '삼성터미널'에서 7시 15분 강변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쉴 틈 없이 연결되는 버스 연결 타임에 마지막길을 걸으며 좋은 일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