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장점은 가시거리가 좋아진다는 거다. 기온이 차가워지면서 공기가 무거워져 대기 중에 미세먼지들이 뿌옇게 떠다니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시야가 아까워 15분이면 올라가는 '인왕산'보다 힘들기가 두 단계 아래급인 '백련산'에 오른다.
5시 45분에 오르기 시작하니 하늘에 벌써 먹빛이 깔려있다.
'백련산'으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개지만 홍은사거리에 있는 들머리로 오르면 반은 데크계단이고 반은 인왕산과 같은 바위들이다.
그렇게 15분 오르면 소박한 정자가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올라올 때마다 놀라게 되는 15분짜리 장관이다. '궁동산' '안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이 파노라마로 보이고 '형제봉' '보현봉' '문수봉' '나한봉' '승가봉' '비봉' '향로봉' '쪽두리봉'이 오른쪽부터 쫘악 펼쳐져 있다. 해는 이미 보이지 않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북한산 능선 파노라마를 먹으로 크로키하듯 그린다.
어두워져 산의 모습이 물에 퍼지는 먹물처럼 번지듯 사라지다 다시 큰 형태만 묵직한 먹색으로 남는다.
길을 더 걷고 싶어 중간쯤 내려갔다 현대 아파트 방향으로 돌아가는 길을 가본다.
둘러 둘러 가다 새로운 공간들이 나오다 비밀의 길처럼 연결된 길을 따라가니 아까 그 정자가 있는 전망대다. 이 길은 둥그렇게 연결되어 있나 보다.
능선을 따라 15분 길을 걷는다.
능선길은 편안한 편이다.
그 길을 걷다 녹번 방면에 가까워지니 정상에 또 다른 은평구의 전망이 아름답다.
'봉산' '앵봉산' '이말산' '북한산'이 파노라마처럼 연결되며 그 사이에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듯이 조명들이 화려하다.
예전엔 노란 별과 빨간 별이 많았지만 지금은 하얀 추워 보이는 색온도의 별들이 많다.
그 파노라마 경관은 새로 지어진 전망대에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다.
'백련산'에 오르면 이 전망은 꼭 봐야 한다.
정상인 '은평정'의 전망도 날씨 좋은 날 '서해바다'까지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이지만 이쪽 전망대 전망은 막힘 없이 시원하다.
그 아름다운 별빛들과 산들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은평둘레길 5코스' 라인인 '생태다리'로 내려와 15분짜리 왕초보 등산을 마치고 어슬렁 저슬렁 동네 산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