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파업, 한남 재건축, 이슬람사원, 어반스케치, 한남동뷰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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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버스가 사라잔 날 익숙한 '이태원'과 '한남 재건축지대'를 보러 나선다.
날이 무척 춥다
어제 눈이 내려서인지 그 눈이 얼어서 냉각효과를 낸 건지 바람도 공기도 정말 차갑다
그런 차가운 공기 속에 서울의 버스는 사라졌다.
길에 버스가 보이지 않으니 무언가 허전하면서 불안하다.
항상 있던 것들이 보이지 않을 때 어색하고 쓸쓸한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지하철 녹사평역으로 나와 경리단길을 걷는다.
서빙고 살 때 동네 산책코스였는데 이제 나에게 여행지가 되어 버렸다.
잘 나가던 추로스집도 이태리식 조각피자 피자리움도 사라졌지만 스탠딩커피는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항상 줄 서서 마시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우체국 옆길로 샛길 골목으로 올라간다.
처음 가보는 길이지만 어디쯤이 나올지는 상상할 수 있다.
골목울 올라가다 보니 '이태원초등학교' 뒷문 쪽을 통해 이태원길이 나온다.
흙언덕에 튼튼한 데크가 만들어져 조금 더 여유로워진 분위기다.
건너 맥도널드는 아름다운 테라스가 사라져 아쉽다.
이태원 메인골목을 걷는다.
대로변이 아니라 핼러윈데이 때면 사람들이 꽉 차 움쩍달싹 못하던 세계음식거리다
낮이라 사람이 없어서인지 가게들이 하나하나 재미있다
팬케이크 가게는 사라졌고 정원이 있는 음식점은 돌사자가 그대로 지키고 있고 만두집 역시 사라졌다.
야금야금 변하는 곳이다
골목을 나와 앤틱 거리로 나선다
날이 추운데 어딘가에서 사람이 몰려온다.
복장으로 봐선 건설 노동자분들인데 버스가 없어져서인지 지하철역 방향으로 꾸준히 올라오신다.
미묘한 생김과 옷차림으로 느끼는 국적은 중국분들이 더 많아 보인다.
그분들 너머로 새로 짓는 아파트 골조가 마치 고래 척추뼈처럼 희고 촘촘하다.
잠깐 잊혔던 동네가 달라지고 있다.
삼거리에서 보광초등학교 방향으로 걷는다
걷다 보니 '보광초등학교'가 터만 남기고 사라졌다.
그 터에 그대로 학교를 다시 짓는 것 같다.
학교에 건물이 보이지 않고 터만 보이니 투명 건물에서 아이들의 함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길을 꺾어 이슬람사원이 있는 우사단길로 향한다
그곳은 재건축으로 커다란 벽으로 막혀있지만 제일 잘 관망할 수 있는 이슬람사원 앞마당으로 가보려는 것이다.
사원으로 올라가는 길이 오픈형 계단으로 바뀌고 바라볼 수 있는 곳이 터를 넓혀 주차공간과 벤치공간으로 바뀌었다
거기서 본 그 감정으로 '정글과 맹수' 시리즈를 그렸는데 이제 그곳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집들이 해체되고 그곳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겠지만 내게 더 익숙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다양한 형태의 집들이다. 창문들이 깨지고 해골과 같은 모습으로 집들이 자신의 죽음의 날짜를 세고 있는둣 보인다
그 절박함을 담고 싶어 얼굴이 얼어버리는 영하 5도의 날씨에 먹을 꺼낸다
물성에 집착하진 않지만 건식 재료보단 습식 재료가 좋다 하지만 습식을 쓰고자 할 때 얼어버린 붓의 물감은 건식인가 습식인가?
궁금해진다
하나하나 자세히 그리기보다 그 무너지는 퍼즐을 무너지는 산 같은 공간을 그리기 위해 크로키하듯 20여분 붓을 놀린다.
아름다운 이 공간도 게임 로블록스 블록 같은 아파트로 들어설 거라 생각하니 아쉽다. 얼어버린 붓과 얼어버린 그림을 손에 들고 변해가는 하늘색과 스카이라인을 바라보다 버스가 사라진 날 지하철 역으로 달려간다.
202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