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Aug 16. 2016

가구거리, 녹사평, 해방촌에서 후암동-한남동 부르스 2

이태원가구거리, 녹사평, 이태원, 해방촌, 후암동, 신흥시장, 한국화 

http://cafe.naver.com/hongikgaepo

더위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걸 생각하며 견디고는 있지만

당장 현재가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그런데 아침이 되어 창을 열고 이변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더더군다나 폭염 이후 이 얼마만의 구름에 가려진 걸을 수 있는 하루인지.....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가 너무 아까웠다.

며칠 먹을거리를 만들어 놓고, 가벼운 청소를 한 후 밖에 흐르는 비를 따라 콧노래를 부르다가 짐을 챙긴다.    


비가 그치고 걷는 이태원 근방 '가구거리'의 공기는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내일 광복절 휴일을 맞아 쉬는 곳도 많았다.

거리에 사람이 없고 마치 평일과도 같았다.

앤틱 가구점들을 들러보니 호주에서 영국에서 봤던 톤의 엔틱가구들과 물건들이 가게들에 진열되어 나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앤틱 가구골목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비가 다시 조금 내린다.

비와 함께 땀도 송골송골 맺힌다.

이태원은 항상 외국인이 있는 곳이다.

그들을 따라 이태원 메인이 아닌 아랫 골목으로 들어선다.

‘자니 덤플링’이란 만두가게가 있는 그 골목에는 골목의 사이 사잇길로 많은 가게들이 생기고 있는 중이다. 마치 가게는 비싼 임대료를 피해 생성되고, 다시 생성되는 것처럼 골목골목 낯선 가게들이 많이 보인다.

골목을 나와 녹사평 방향으로 움직인다.    


'녹사평' 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많다.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길에는 사람이 드문드문하던 곳인데 이제는 이태원의 물고가 '녹사평 경리단길'로 트여서 많은 사람들이 가게를 오픈하고 찾는다.

매달 새로운 가게들이 생기고 문을 닫는 바람에 갈 때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무슨 가게가 새로 생겼는지 사람들이 줄을 선다.

그들도 줄까지 서서 가야 하다니 이야기하며 장난스레 억울해한다.

나는 성격이 조급증에 걸린 것도 아닌데 줄을 서서 먹진 않는다.

차분히 서서 기다리다가 나오는 그 궁극의 맛을 느껴야 하는데 도무지 그러지 않는다.

그러고도 싶지만 내가 만난 여성분들이 그걸 좋아하는 분을 만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반미식가가 된 건 아니겠지?    

'녹사평'을 탈출해 '해방촌'으로 꺾는다.

오늘의 메인이 '해방촌'이어서 ‘얏호 해방이다 ‘ 하고 외친 건 아니다.

사실 내일이 8월 15일 광복절이기도 하고, 민족이 해방된 날인데 '해방촌' 이란 공간 정도는 들려줘야 민족의 해방을 더욱 완벽하게 느낄 수 있을까 싶어 오른 곳이다.

해방촌은 상당히 고지대에 위치한 산동네여서 낮은 규모의 산을 오르듯 시늉을 내야 한다.

힘겹게 오르고 메인에 위치한 ‘신흥시장‘ 입구를 발견한다.

시장은 입구를 중심으로 내려가듯 그리고 어두운 굴에 들어가듯 조용한 공간에 있었다.

철물점도 있었고, 횟집도 있었고, 방앗간도 있는데 15년간 그 자리를 지키시던 세탁소가 이전을 해서 그 자리를 전시공간으로 만들어 쓰고 있었다.

건너편에는 커피를 만들어 파는 공간이 자리 잡고, 대각선 공간에는 공방이 있었다.

‘아, 이 공간도 이렇게 조금씩 변모해 가는구나 ‘

마치 생기를 잃은 시장에 젊은 피가 수혈되듯이 군데군데 그 생명력이 느껴졌다.

'두텁바위로'로 걸음을 옮기니 몇몇 가게가 집을 개조해 레스토랑과 펍으로 쓰고 있었다.

그 공간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하늘,

오늘은 비가 왔던 하늘이어서 그런지 구름이 많이 모여 있으면서 그 사이에 해가 부분 보이며 찬란하다.

그 찬란함이 가로등과 중첩되어 보이면서 그 풍경은 마치 고도의 연출력으로 연출된 것처럼 정교하고, 느닷없다.

바로 물감을 꺼내어 먹으로 구름을 먼저 그려 넣는다.

그 구름 사이에 해와 그리고 가로등을 함께 넣는다.

이 근방을 자주 다녔음에도 이 시간의 이 아름다운 순간의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건 타이밍이었구나.

무아지경에 이르러 그림을 완성하는데 아랫집에 사시는 할아버지께서 봄이면 이 시간에 많은 사진가와 화가들이 이 자리를 찾아온단다.

'그들은 왜 나랑 같은 눈을 가진 걸까?'

다시 그림에 집중한다.

걸작이 나오진 못해도 감정에 충실한 작업이 나올 것 같다.

‘후암동‘으로 내려간다.

후암동에는 오래된 집들도 있지만 역시나 많은 젊은이들의 기회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방과 연습실과 배움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 공간들을 바라보며 걷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오른쪽으로 튼다.

오른쪽으로 트니 상대적으로 번화하고 사람들도 다니는 공간이 있다.

그 끝에 ‘후암동 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신흥시장'처럼 과거의 의상을 버리지 못한 모습이 아니라 새로운 설빔으로 갈아입은 현대식 시장이다.

그 시장을 가로질러 가다 내려가니 서울역 근처다.

반대로 꺾어 숙대 입구 쪽으로 간다.

‘청파동‘ 대학교 1학년 때 미팅해서 만났던 그 아이가 졸업한 그 학교가 있는 곳,

많이 변했다.

그녀도 많이 변했겠지....

'삼각지'를 통해 집으로 가는 길의 물고를 튼 후

문득 여름이 아쉬워졌다.

아직 가지 않은 여름이 벌써 아쉬워졌다.

이 무더위가 아쉬워졌다.

가면 다시 내년에야 오는 것을 너무 빨리 가라 재촉했나 보다.

가지 않았지만 벌써 아쉽다, 여름아, 무더위야 미워해서 미안해.   


2016.08.14          


매거진의 이전글 청계천에서 끝까지 가면 어디가 나올까? 서울숲? 한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