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앤 송의 라이센스 (2)

Best or Worst

by 사립탐정 진 앤 송

전편에서 본 탐정이 꿈을 이루기 위해 획득한 라이센스들을 소개해 드렸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자격증들은 꼭 RPG 게임의 캐릭터가 가진 장비ㆍ아이템 같기도 했습니다. 꺼내어 장착했을 때 능력치가 발휘(?)된다는 점에서 말이죠.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전반적 트렌드가 <스펙 쌓기>이며 거의 모든 취업 준비생 및 학생, 일반인들의 겸직이 <자격증 수집가>인데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탐정이라는 꿈을 이루는 그런 능력치 위주의 라이센스를 모아들인 것일 뿐.


다만 세상에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는 것은 없듯이 처음 탐정이 되기 위해 준비하던 때부터 현재까지 물경 8년 이상이 흘렀는데 그동안 겪은 경험은 물론 마음 한켠에 늘 생각하고 있던 것을 토대로 본 탐정이 가진 라이센스들의 Best or Worst를 견주어 볼까 합니다.


1. 탐정 자격증ㆍ일본 탐정 면허


아무래도 탐정에게 있어 필수 불가결한 Best 라이센스는 바로 타이틀이 같은 <탐정 자격증>입니다. 탐정사무소를 열기 위해서는 원리상으로야 세무서에 가서 <탐정 및 조사 서비스업>으로 사업자등록만 하면 되지만 탐정 자격증 하나 있고 없고 차이가 굉장히 큽니다.


비록 민간자격이긴 하지만 탐정 자격증은 어느 순간 탐정사무소의 인증샷이 되었고 오죽하면 <불법 흥신소>를 분별하는 기준의 하나가 탐정 자격증 보유 여부일 정도이니 사립탐정이 되는 첫 발은 이 라이센스의 취득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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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 최고위과정을 수강하며 읽었던 책들인데 자격증이 장식품이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물론 실무서적만이 아니라 탐정의 본령에 맞게 추리소설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2. 부부심리상담사ㆍ결혼상담사ㆍ심리상담사


사립탐정은 사실 단순히 증거를 잡아주고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는 파파라치가 아니라 엄밀히 따지면 상당한 <종합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상담을 하고 현장을 뛰고 글을 써야 하는 다방면의 능력치가 필요한데 탐정사무소에 찾아올 고객ㆍ의뢰인의 상당수가 가정문제ㆍ부부문제로 가슴에 비수가 꽂혀 찾아오는 분들일 만치 그저 비즈니스만 할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조언들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탐정의 자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본인 일이라 잘 보이지 않아 판단을 헤매는 의뢰인에게 제대로 상황을 짚어주고 결단을 내리도록 돕는 게 매우 중요한 임무라 하겠습니다. 즉 앞전 탐정 자격증과 더불어 꼭 필요한 라이센스입니다.



3. 운전면허 1종 보통


설명할 필요가 없는 필수 자격증(....) 미행과 탐문 상당수가 차량으로 수행되는데 운전을 못하는 탐정은 반신불수나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흔하지만 정말 중요한 라이센스입니다.



4. CS 리더스


자격증 자체가 쓰이지는 않지만 준비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고객만족ㆍ고객응대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와 마인드를 배양하고 나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ㆍ의뢰인 중심의 사고를 갖게 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이게 없으면 <용팔이>가 되는 거죠. (손님 맞을래요?)



5. 작가


각종 자료와 첩보를 모아들이고 정리하고 정제한 후 글로 풀어내는 능력치인 필력은 탐정과 상관이 있겠나 싶지만 정말 중요한 능력으로 이게 없으면 실컷 단서를 모으고 사건을 풀어 놓고도 조사 보고서를 제대로 못 쓰고 헤매게 됩니다.


특히나 소설 1편, 성경 강해서 2권을 출간한 후 이곳 Daum 카카오 브런치의 작가로서도 활동할 꿈을 갖고 있던 (그리고 작가 등록에 성공한!) 본 탐정에게 있어 개인적으로도 정말 소중한 능력치입니다.


앞으로 추리를 기초로 역사ㆍ문학ㆍ부부ㆍ사랑ㆍ여성ㆍ사역 등 다방면의 매거진을 브런치에 연재하게 될 터라 계속해서 갈고 닦아야 할 라이센스입니다.



6. 목사ㆍ이단상담사


작가와 더불어 대체 이게 탐정과 무슨 상관인가 싶은 라이센스인데 본 탐정이 생각하기에는 어떤 의미에서는 탐정 자격증 이상으로 가장 근원적인 의미의 탐정능력이 배양되는 라이센스입니다.


목사가 설교를 하려면 성경 본문에서 근거를 찾고 여러 다방면에서 단서를 찾아 그것을 취합하고 가공하여 한 편의 설교문으로 그려내야 하는데 이게 딱 한 건의 탐정 활동을 축소ㆍ요약한 버전입니다.


이것이 오프라인으로 확대되면 그게 곧 사건을 추리하는 탐정인 거죠. 특히 이단상담사는 이단ㆍ사이비종교라는 빌런에 대해 성경을 비롯해 여러 가지 단서와 근거를 찾아 분별하고 분석하며 저쪽의 미혹을 추리를 통해 허와 실을 밝혀내는 능력치가 기본이기에 (* 애초에 양성 과정에서의 모든 교육이 상대측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증으로 구성됩니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는 것 이상으로 탐정으로서의 추리력을 키워주는 라이센스입니다.


여기까지가 Best이며 이제부터 그 반대입니다.



7. 특수경호사


명함이나 홍보물 업무란에 <의뢰인 경호> 한 줄을 더 넣는 것 외에 효용성을 딱히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의뢰인을 경호하려면 굳이 저 라이센스가 없어도 필요한 장비를 소지한 채 동행해도 무방하며 의뢰인의 경우에도 경호가 필요하면 전문 경호업체에 의뢰하거나 하지 탐정에게 맡길까 싶습니다.



8. 재난예방안전관리사


공사 현장 및 각종 장소에서의 안전관리와 급성 심정지로 쓰러진 사람을 심폐소생술을 통해 구호하는 이 라이센스는 사실 탐정 업무에 필요하기보다 그냥 한 사람의 시민 히어로가 될 수 있는 능력치가 아닐까 합니다.


이걸 써먹을 상황이면 상담 중이던 의뢰인이 심정지로 쓰러지거나 탐정이 추적하던 타깃이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상황이 생겨야 할 텐데 그럴 리가....



9. 행정사


위탁받은 사무에 대한 사실조사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하여 탐정과 상당히 결부되어 보였고 심지어 최고위과정을 수강할 때 교수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기도 했지만 (* 탐정이 행정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천하무적이라고....) 현실은 그럴 리가...


그렇게 알고 종횡무진하는 <행정사 탐정>들이 많아지자 행정사의 사실조사 영역과 탐정의 사실조사 영역에 대한 논란과 논쟁이 늘어나고 정말 꼼꼼하게 따지면 행정사와 탐정은 그냥 별개의 직종이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 겹치는 부문은 있겠지만.


이 라이센스는 탐정사무소의 영역을 좀 더 확장하거나 일종의 겸업을 하기에는 좋지만 탐정 본연의 퀘스트에 집중하기에는 힘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듯?



10. 생명존중강사 (* 자살예방교육 강사)


앞전 부부심리상담사와 결부되어 가슴에 비수가 꽂힌 채 탐정사무소를 찾아오는 의뢰인을 다독이고 힐링 시켜주는 데는 유용하게 쓰일 것 같지만 확실히 탐정 본연의 퀘스트와는 거리가 멀고 이 라이센스가 가진 기능은 이미 심리상담사 및 CS 리더스와 목사 부문에 다 녹아들어 있어 변별력이 다소 부족하겠습니다. 이 능력치는 탐정 활동과 별개로 봉사활동으로 하면 잘 어울릴 듯...



11. 일반 경비원 신임교육


탐정 활동과 전혀 상관이 없는 능력치인데 이 라이센스의 활용은 탐정사무소에 사건이 없어 경제적인 압박에 봉착했을 때 경비, 보안 업종에 취업해 급한 불을 끄는 한 마디로 <비상용>입니다.


탐정을 소재로 한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서 간혹 나오는 모습이 탐정사무소가 적자로 인해 재정난에 봉착하자 본업을 잠시 내려놓고 아르바이트나 다른 직종에 임시로 취직하는 장면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을 만드는 기반이 되는 라이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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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못 이겨 투잡을 뛰는 짠내 나는 탐정이 등장하는 드라마 아아탐정사무소와 애니메이션 유환괴사인데 <유환괴사>는 투니버스에서 <X사건 미녀탐정>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습니다.)



12. 태권도ㆍ경호무술ㆍ특공무술 단증


참으로 뼈가 아프게도 탐정활동에 있어서 가장 Worst 라이센스가 바로 무술 단증입니다. 심신수련과 체력단련 및 자신감의 배양에는 좋겠지만 이 능력치를 실전에서 써먹는 순간 탐정 퀘스트에 실패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탐정의 임무란 쥐도 새도 모르게 타깃에게 접근하여 필요한 사진이나 영상만 사사삭 채증하고 역시나 쥐도 새도 모르게 빠져야 하는 것인데 <무술실력>을 발휘할 상황이면 탐문에 실패해 모습을 드러내고 얼굴이 팔리고 덧붙여 쌍방폭행으로 법적 시비도 감수해야 하는 등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어젖힌 시추에이션입니다.


이쪽 능력치를 발휘하는 순간 수틀리면 탐정으로서의 커리어가 거기에서 한 큐에 절단이 나버릴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기에 있어도 없는 척 하고 할 줄 알아도 모르는 척 해야 하는 그야말로 씁쓸한 아이템이며 능력치입니다.


일본 탐정협회에서 발간한 <프로탐정의 테크닉>에는 진짜 호신술은 애초에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며 미리 탐문 전에 <가상 시나리오>를 만든 후 위기에 봉착하면 그 시나리오대로 얘기하고 최대한 정중히 응대하고 신속하게 빠져나오는 게 최고의 호신능력이라고 합니다. 정 위급상황이라 호신용품을 쓰더라도 한번 뿌리고 몸을 피할 수 있는 <립스틱형 가스분사기> 정도나 가지고 다닌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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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탐정이 보유한 <캡사이신 가스분사기>입니다. 호신용품을 하나만 갖고 있다가 뺏기거나 잃어버리면 위기에 몰리기에 현장에 나갈 때는 2정을 소지하고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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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허가증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가스권총들도 보유하고 있으며 생각해 보니 무술 실력보다는 이런 장비들이 더 실전에서의 효율성이 높아 보입니다. 탐정들이 자신의 각종 스펙들을 자랑하며 그 중에 <무술 유단자> 타이틀이 있다면 과연.....??)



여기까지 본 탐정의 라이센스와 능력치, 그 허와 실을 생각해 보았는데 사실 뭐든 있어서 나쁠 것은 없으며 좋은 탐정이란 의외의 만능 엔터테인먼트가 아닐까 합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들 앞에 작가로 서게 되었으니 여러 흥미롭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추리를 통해 풀어보며 본 탐정 “진 앤 송”의 노트를 펼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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