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가정의 미스터리

성군 아버지 밑에 폭군 아들?

by 사립탐정 진 앤 송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주일학교를 다니고 신앙생활을 해온 본 탐정이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파트가 바로 이스라엘의 분열왕국 시대,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갈라진 남북조 시대의 각 왕들의 치세를 다루는 <열왕기>입니다.


일단 본 탐정 자체가 역사 부문의 매니아인데다 하나님을 잘 믿으면 번영하고 믿음이 없으면 심판받는 딱 부러지는 내용의 열왕기가 무척 마음에 들어 정말 여러 번 탐독했는데 읽으면서 가장 이해하지 못한 부분 중의 하나가 <왜 아버지가 폭군이면 아들이 성군인 경우가 많고 아버지가 성군이면 아들이 폭군인 경우가 많은가> 였습니다.


어차피 북이스라엘이야 여로보암 왕조가 2대 만에 끊기고 그 후로 수많은 왕조들이 교차하였기에 올곧게 이어지는 샘플을 찾기 어려웠고 나라 자체가 그 베이스에 반역과 배도가 깔려 있어 실험 조건으로 따지면 <오염된 샘플>이기에 남유다를 대상으로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북이스라엘에는 <성군>이 존재하지 않으니...)



1. 솔로몬(성군) → 르호보암 (폭군)

2. 르호보암(폭군) → 아비야 (성군)

3. 아비야(폭군) → 아사(성군)

4. 아사(성군) → 여호사밧(성군)

5. 여호사밧(성군) → 여호람(폭군)

6. 여호람(폭군) → 아하시야(폭군)

7. 아하시야(폭군) → 아달랴(폭군)

8. 아달랴(폭군) → 요아스(성군)

9. 요아스(폭군) → 아마샤(성군)

10. 아마샤(성군) → 웃시야(성군)

11. 웃시야(성군) → 요담(성군)

12. 요담(성군) → 아하스(폭군)

13. 아하스(폭군) → 히스기야(성군)

14. 히스기야(성군) → 므낫세(폭군)

15. 므낫세(성군) → 아몬(폭군)

16. 아몬(폭군) → 요시야(성군)

17. 요시야(성군) → 여호아하스(폭군)

18. 여호아하스(폭군) → 여호야김(폭군)

19. 여호야김(폭군) → 여호야긴(폭군)

20. 여호야긴(폭군) → 시드기야(폭군)

(이 계보를 잘 보시면 앞에서는 성군이었다가 뒤에 폭군으로 바뀌고, 앞에서는 폭군이었다가 뒤에 성군으로 표기된 왕들이 있는데 이런 왕들의 경우 <승계받을 당시와 물려줄 당시>의 상태 비교입니다.)



므낫세의 경우 히스기야에게 승계받을 때는 폭군이었다가 바빌론 유학을 다녀온 후 회개하고 아몬에게 물려줄 즈음에는 성군이었으며, 요아스의 경우 반정으로 즉위하여 여호야다가 보필할 때까지는 성군이었다가 아마샤에게 물려줄 즈음에는 폭군이었고, 아비야도 르호보암에게 물려받을 당시에는 북이스라엘을 믿음으로 쳐부순 성군이었다가 아사에게 물려줄 즈음에는 폭군이었기 때문입니다.


계보에서는 성군→성군으로 되어 있지만 실은 아사의 경우에도 평생 성군으로 살다 여호사밧에게 물려줄 무렵의 말년에는 폭군이었습니다.


이 계보에서 순수 다윗 왕가의 혈통이 아닌 이세벨의 피가 섞인 아하시야와 아달랴를 빼고 본격적으로 남유다의 멸망이 진행되는 여호야김, 여호야긴, 시드기야를 빼고 나라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던 무렵의 계보만 보시면 정말 성군→폭군, 폭군→성군의 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희한한 각이 나오는 것일까요?


과연 이 시대의 왕들은 <자식교육>이란 것에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요?


만약 자식교육을 똑바로 못 시켜 성군 아버지 밑에 폭군 아들이 나왔다면, 폭군 아버지 밑에 성군 아들이 나온 것은 그 아버지가 자식교육에 뛰어난 재능을 가져서였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성군 아버지 밑의 아들이라면 보고 배운 것이 아버지가 정직하게 훌륭한 정치를 하는 것일 테고, 폭군 아버지 밑의 아들이라면 보고 배운 것이 악을 행하고 죄에서 떠나지 않는 것일 텐데 어째서 이 아들네미들은 아버지 생전에 보고 배운 것과는 반대되는 정치를 펼쳤던 것일까요?


솔직히 솔로몬과 르호보암 콤비의 경우는 이해가 됩니다.


솔로몬은 <모든 것이 헛되다>면서 전도서를 쓰고 <내 아들아~~> 하며 잠언서를 썼지만 르호보암은 콧방귀만 뀌었을 테니까요.


백날 천날 잠언에 <돈을 좋아하지 말고 여자를 좋아하지 말고> 써놓으면 뭐 합니까?


그걸 쓴 아버지란 양반은 사방팔방에 금칠을 하고 은 따위는 귀금속으로도 여기지 않을 만큼 사치스러운 데다 마누라가 900명이 넘는데 자기 자신도 실천 안 하는 그런 잠언이 대체 아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아버지 행실이 저러니 아들이 그 귀한 잠언과 전도서는 팽개쳐 놓고 새파란 양아치들과 어울려 다니며 전갈채찍 어쩌고 헛소리나 삑삑 해대고 있지.... 이거 솔직히 반은 솔로몬 책임이다. 요즘 말로 하면 솔로몬 정권 때의 적폐로 아들 정권을 말아먹은 것.)



그러나 본격적으로 열왕기 시대로 접어든 이후부터의 이러한 각은 아무래도 단서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이날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 문득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홀딱 벗고 나와 대낮에 거리를 뛰어다니며 <유레카>를 외치듯이 머릿속에 딱 스쳐 지나가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네이트판 결시친 게시판에서 줄기차게 나오는 에피소드. 즉 <결혼만 하면 효자가 되는 남편>이었습니다. 작금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아가씨들에게 있어 종가집 장손과 홀어머니에 누나 많은 아들에 이어 가장 기피되는 대상인 <효자 남편>입니다.


대체 왜 우리나라 남정네들은 결혼하면 자기 가정을 꾸리고 자기 마누라와 자식들과 어울려 잘 살 생각은 안 하고 자나 깨나 <우리 엄마 불쌍하다>고 노래를 부르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성장 과정에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고생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이란 인간이 말 한마디조차 무뚝뚝하게 툭툭 던지고 다정스러운 시선이나 대화는 없이, 자신의 반려이자 아이의 어머니로서 존중하는 것은 없이, 그저 부엌데기로, 애 키우는 하녀, 시부모 모시는 종년 취급이나 하며 와이프의 가슴에 못이 팍팍 박히게 하다 보니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어머니의 양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아이는 그런 어머니의 고생을 고스란히 보고 겪게 되고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불쌍하게 여기고 아버지에게 이를 가는> 각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러할 경우 매우 높은 확률로 이 어머니가 아들에게 <너는 니네 아버지처럼 살지 마라>느니 <나한테는 너밖에 없다느니>하며 넋두리를 늘어놓았으렷다....)



그랬을 때 과연 그 아이의 결말은?


자신이 가정을 꾸리기 전에는 그저 생각만 하다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나니 마음속에만 있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더욱 커지고 이른바 <효자 남편>이 되어 아버지가 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아내가 아닌 어머니에게> 보여주려 합니다.


그렇게 되면 뭐 그 남편의 아내는 자기 아들에게 <니네 아버지처럼 살지 마라>며 넋두리를 하게 되고 이렇게 가정의 적폐는 쌓이고 쌓여 상처와 아픔도 더욱 커지게 되겠지요.


한 가정으로 보아도 이러한데 이것이 왕의 가정문제라면 어떻게 될까요?


고대 전제왕정 시절에는 왕의 권위와 권력이 절대적이었으나 그에 수반되는 왕의 의무도 만만찮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왕의 혼사는 <정략결혼>인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왕은 결혼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을 골라잡아 연애를 하거나 사랑을 나누어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계산하여 도움이 되는 혼사를 치러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단 기본적으로 왕과 왕비는 여느 여염집 부부와는 달리 사랑과 따사로움으로 맺어진 커플이 아닌 정치권력의 파트너에 가까웠고 그들이 이루는 가정 또한 따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그나마 왕과 왕비 둘이서 가정을 이루면 다행인데 어디 현실이 그렇습니까?


세도 있는 가문의 여식과 외국 왕가의 왕녀 등 왕으로서는 도움이 되는 혼사를 몇 번이고 치러야 했고 그 와중에 정략결혼이 아닌 정말 왕이 보기에 예뻐 보이고 좋아하여 데려오는 여자들도 있을 터이라 왕은 한 사람인데 부인은 여러 명인 경우가 이 시절에는 다반사였습니다.

아무리 그 시절에 그런 것이 특히 왕에게는 당연시 여겨졌다 해도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습니까? 돌부처도 시앗을 보면 돌아앉는다는 말처럼 자신의 남편이 그렇게 여러 여자들의 치마폭에 싸여 놀아나는 것을 좋아라 할 아내는 없습니다.


특히 정실 왕비라면 중전의 권위와 여자로서의 자존심에 무척이나 상처를 받을 만한 일이 틀림없으며 가뜩이나 애정 없는 정략결혼인 데다 그나마 남편이란 작자는 삼처사첩을 꺼리지 않고 들여대어 구중궁궐이 첩첩妾妾산중이니 왕비의 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타들어가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그러면 그 스트레스와 상처가 누구에게로 고스란히 전해질까요?


바로 그 왕비의 아들이지요.


특히 이 시절에도 아이에게 있어 어머니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전문적인 보육체계가 없던 당시에는 더더욱 아이 양육에 어머니의 손길은 필요했습니다.


그러니 아이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가 상처받고 한숨을 쉬고 말없이 옷고름으로 눈물을 닦던 모습들을 줄기차게 보면서 자랐을 것이며 어머니와 말이 통할 무렵부터는 그런 모습들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그 고뇌어린 넋두리를 마음에 새겼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의 가르침은 정말 중요합니다. 오죽하면 유명한 찬송가인 <나의 사랑하는 책>의 가사가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자신을 무릎에 앉히고 들려주셨던 성경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자신도 그렇게 성경 말씀을 사랑하는 성도로 자라났다는 내용이겠습니까? 게다가 저런 아버지의 경우 아들에게 따사로울 확률도 제로에 수렴하니....)



그러니 이 아들들은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눈물 나게 하는 아버지에 대해 반발심이 커져 가고 <나는 아버지처럼 저렇게 안 산다. 아버지가 뭘 했든 나는 다 뒤엎어 버릴 것이다>라는 마음을 뼈에 새긴 채 왕위를 계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왕위를 물려받은 아들들이 착수하는 일은...


아버지가 하나님을 잘 섬기는 성군이었다면?


"신앙생활 잘하고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행한다면서 우리 어머니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상처만 줬으렷다? 내가 당신처럼 하나님 믿을 것 같아? 어림없지. 오늘부터 우상 숭배로 간다!!"


아버지가 우상 숭배를 하고 악을 행하는 폭군이었다면?


"맨날 우상 앞에 절하고 못된 짓이나 하고 죄를 지어대니 우리 어머니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상처만 주지. 내가 당신처럼 우상 숭배를 할 것 같아? 오늘부터 하나님 믿는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성군 아버지 밑에 폭군 아들이 나오고, 폭군 아버지 밑에 성군 아들이 나오게 됩니다.


열왕기에 정말 몇 명 안 되는, 본인이 성군이면서 아들을 성군으로 키워낸 왕들은 그 자신이 다윗의 길로 행하여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행한 성군임과 동시에 가정에서는 다정한 남편이자 따사로운 아버지였기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어머니의 얼굴에 늘 미소가 피어오르고 아들에게 <너는 딱 니네 아버지만큼만 해라>고 권면하며,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정스러운 모습을 보며 <으~~ 닭살!!! 나이 드시고 주책이셔> 하며 오글거려하는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존경하게 되고 아버지를 닮아 가려는 마음이 들게 됩니다.


아내에게 다정한 남편이자, 아들에게 따스한 아버지라면 왕으로서도 성군일 가능성이 높으며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은 자신도 아버지처럼 성군이 되는 것입니다.


괜히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닙니다.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케 하는 일도 나 자신을 갈고닦고, 가정을 잘 이끌어 가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며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법입니다.


본 탐정이 확신하건대 아버지로서 자녀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사랑과, 자녀를 가장 올바르게 양육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아이의 어머니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고 나 자신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아내는 안해라고 하였고 굳이 표현하면 <집안의 태양>과 같은 존재입니다. 태양이 빛을 잃으면 지구 전체가 얼어붙고 모든 생명이 사그라들듯이 집안의 태양과 같은 아내와 어머니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가정 또한 그늘이 끼고 생동감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성공한 결혼이란 <아내가 행복한 결혼>이며 아내이자 여러분 자녀의 어머니의 얼굴에 언제나 미소가 피어오르고 마음에 행복을 느낄 수 있게끔 사랑하여 준다면 대업을 이뤄낼 큰 일꾼, 세상을 빛낼 영웅호걸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여러분의 핏줄로부터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P.S.


지금까지 <결혼과 부부 - 사랑의 미제사건>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4월부터는 역사와 문학 속 에피소드들을 추리로 풀어내는 <역사 문학 추리특급>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전 23화사고 친 남편 & 상처 받은 아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