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도 비상도

도라는 말에 매이지 마라.

by 하늘피리

나는 중학생 아들을 둔 엄마다. 한 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소위 잘 나가는 강좌들을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그렇게 쉼 없이 배우고 익히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줄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 굳건한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열망이 강할수록 어쩐지 나는 점점 나쁜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지는 날이 늘어났다.


아이에게 무심하세 대답할 수 있는 말도 거칠게 화내고 다시 돌아서서 후회하고, 다른 엄마들처럼 지혜롭지 못 한 스스로를 비난했다.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강좌며 책은 모두 섭렵하여 밤새 읽고 또 읽고 다짐하는 나는 왜 내가 바라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을까.


도덕경 1장의 도라는 자리에 좋은 엄마를 대입해보니,
좋은 엄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과연 좋은 엄마인가.
좋은 엄마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은 과연 좋은 엄마인가.
좋은 엄마라는 말이 이 세상에 없다면 그건 무엇인가.
좋은 엄마라는 생각이 없다면 그건 무엇인가.

흐드러진 봄날의 터널 속을 지나고 있다. 벚꽃이 바람에 흩날린다. 흩날리는 벚꽃 아래서 문득 저 벚꽃은 언제부터 벚꽃이었을까. 우리가 애초 벚꽃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면 그건 무엇인가.


그 벚꽃이란 이름이 존재하지 않않는다면 햇살 따뜻한 어느 날 머리 위에 흩날리는 부드럽고 하얀 그 무엇일 뿐이다. 꽃이란 이름조차 없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우린 알 수 없다. 애초 알 수 없는 그곳에선 기적이 피어나고, 신비가 태어난다.

다시 좋은 엄마라는 이야기로 돌아가면, 좋은 엄마란 말이 세상에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 알 수 없다. 인간이 만들어 낸 말일뿐, 그저 알 수 없는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 그 자체일 뿐이다.


좋은 엄마라는 '이름'을 살포시 오려내면 살아 숨 쉬고 있는 생명의 숨결이 느껴진다.


기억하는가. 처음 아이를 안았을 때의 가슴 터질 듯한 벅참을,, 그 뜨거운 전율을..

좋은 엄마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단언컨대, 열이 펄펄 끓는 아이 곁에서 노심초사하던 내가 지금 이대로 좋은 엄마다. 아이가 맛있게 먹어주는 입만 봐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던 내가 지금 이대로 좋은 엄마다. 모두 잠든 밤에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 밤새 인터넷을 뒤지던 내가 지금 이대로 좋은 엄마다. 아이와 남편이 뭘 해주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사랑이고 행복인 것을 아는 것 자체가 사랑으로 충만한 그 무엇이다.


도덕경 첫 장을 음미하다보니 노자의 노파심이 오롯이 느껴진다. 시작과 끝을 꿰뚫는 첫 장에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을 쓴 이유이리라.
진리를 구하는 이에게 부디 도라는 말에 얽매이지 말고, 먼 데서 도를 구하지 말기를 노자는 애틋하게 당부한다.


정작 봐야 할 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밤하늘에 빛나는 찬란하고 밝은 달이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과 좋은 부모가 무엇인지 아는 것의 차이는 보잘것없는 나,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삶과 존재의 위대함이며, 존재는 우주를 덮고도 남는 달빛의 거룩함과 보배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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