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 상생

유와 무는 서로를 살린다.

by 하늘피리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고, 우여곡절 끝에 대화모임이 성사되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으로는 아버지를 때린 자식의 잘못임이 명백해 보였지만, 둘 사이에 이야기가 흐르면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경계가 모호해졌다.


아버지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스스로 자수성가한 분이었다. 본인의 성공 덕에 남부러울 것 없이 누리는 자식이 자신처럼 열심히 살기 바랬지만, 새벽까지 친구들과 통화하느라 늦잠자기 일쑤인 아들이 못마땅했고, 친구들이랑 노느라 학원을 밥 먹듯 빠지는 아들을 어떡해서든 바로 잡고 싶어 했다. 아들의 태도 바로잡으려고 아버지가 노력하면 할수록 아들은 점점 더 엇나갈 뿐이었다.



아버지를 때린 아들의 폭력적인 행동은 분명 잘못이지만, 아이의 거친 행동 이면엔 다른 누구와 비교하지 말고, 아버지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해달라는 목소리가 숨겨져 있었다. 대화 모임 진행자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자, 고개를 푹 숙인 아이가 입고 있던 하얀 셔츠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 아이의 마음을 있는그대로 보지 못하도록 아버지의 눈을 가린 것은 무엇일까? 성공하려면 성실하게 살아야 하다는 아버지의 신념은 영원히 변함없는 진리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버지 본인이 성실함에 집착하다 보니, 아들의 성실하지 못한 태도엔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어려웠던 시절, 누구의 지원도 없이 홀로 버텨온 세월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전해왔다.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살아온 아버지는 성실하지 못 한 아들의 태도에 불같이 화가 났을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무엇을 보고 있었을까. 본인의 사랑스럽지 않은 모습을 아들에게 투사한 건 아니었을까. 성실함은 그저 말이고 개념일 뿐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성실함이란 허상에 속아 실제 아들을 보지 못한 건 아니었을까.



비교하고 분별하는 마음이 진실의 눈을 가린다. 둘로 나눠 좋은 건 취하고 나쁜 것은 내치는 마음의 습관 때문에 나도 힘들고, 남도 힘들다. 우리 얼굴에서 입은 입 나름대로 할 일이 있고, 눈은 눈 나름대로 할 일이 있다. 입이 눈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고 눈이 입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다. 그저 입이고, 그저 눈일 뿐이다.



노자의 말처럼 있음과 없음은 서로를 살린다. 있음과 없음은 서로를 기대고 있다. 있음이 없어지면 없음도 있을 수 없다. 그러니, 있음에 토 달지 말라. 취할 것도 없고 버릴 것도 없이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분별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구별의 착각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우리는 다시 근원과 연결되는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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