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미성년자 연령 조정에 대한 담론이 정치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
2022. 1. 12.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사진에 담겨 기사화된 것을 봤다. 그 기사에 가장 눈에 띄는 댓글이 '소년법을 폐지하자'라는 주장이었다. 어떤 법을 폐지하자라는 주장은 보기에 강력한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말과 똑같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니까 해양경찰을 해체해버리는 대통령도 있었고, 여성가족부가 한쪽 성별을 편드는 것처럼 보이니 폐지하자, 영부인이 문제가 많으니까 폐지하자라는 후보도 있다. 하지만 사실 해경을 해체해서 우리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것, 영부인을 폐지하는 것도 아무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것도 명백하다.
그것은 소년법 폐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소년법을 폐지해도 소년범죄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것은 명백하다.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소년법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주장이다. 현재 형법은 만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소년법에서는 형법상 금지된 행위를 한 10~14세 사이의 소년, 그리고 몰려다니거나 가출, 음주 등을 하는 10세 이상의 소년을 소년보호 사건으로 심리할 수 있도록 규정해놓았다. 그러니까 아무런 대안도 없이 소년법을 폐지하면 가출한 소년, 음주 등을 하는 소년, 형법상 금지된 행위를 한 10세~14세 사이의 소년을 규제할 수 없게 된다. 소년법 개정과 형사미성년자 연령 조정에 대한 담론이 없어진 첫 번째 이유가 이것이다. 사람들은 의외로 이 문제에 대해서 기초적인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
소년법 개정에 대한 정치적 담론이 형성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소년에 대한 부모의 과잉보호이다. 부모들은 적어도 자식의 일에 관해서는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 교육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 및 경찰서의 청소년 선도 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수년 간 참석한 경험에 미루어 보면 가해학생의 부모도 피해 학생의 부모도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 가해학생의 부모는 이런 시스템보다 본인의 가정 내 교육이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피해 학생의 부모는 이런 위원회를 열어도 가해학생은 선도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 자식이 귀하니 가해학생의 부모는 제도가 아니라 내가 교육하기를 원하고, 내 자식이 귀하니 피해 학생의 부모는 제도적 훈육이 아니라 공적 내지 사적 보복을 원한다. 소년의 부모층의 이런 모순된 태도는 담론을 형성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이다. 소년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부모는 피해자 측의 소수이고, 대다수 부모는 불확정성에 따른 방관자이며, 가해자 부모는 소년법 개정 및 형사미성년자 연령 조정의 '샤이 반대층'이다. 드러내 놓고 반대하기는 부끄럽지만 누구보다 열렬히 소년의 처분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히 소년법 개정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형사미성년자의 연령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그 나이는 얼마로 조정하면 될까? 그리고 그렇게 조정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 질문까지 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언론에서는 프랑스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영국의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그 근거로 둔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비교법적인 방법이 근거가 될 수 있기는 하나, 그것이 우리나라 같은 선진국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프랑스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7세로 상향 조정하면 우리도 그 기준을 따라갈 것인가? 그런 자료를 근거로 내세우기 편하다는 점은 인정하나, 그런 사대주의적인 사고방식은 이제 버릴 때다.
범죄소년, 촉법소년, 우범소년으로 3분 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근거도 빈약하고 복잡하기만 하다. 형사처분 기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의사 판단 능력이다. 어떤 것이 금지된 행위인지 알면서도 그 상태를 용인하고 행동으로 나아갔다면 책임을 조각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판단 능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책임을 경감하거나 소년보호 사건으로 심리할 수는 있지만 의사능력이 있는 이상 일정한 범위의 나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소년보호 사건으로 심리한다는 것은 그 근거가 빈약하다. 민사사건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외표가 중요하지만 형사사건에서는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의 외표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범죄를 저지르는 자가 그것이 범죄인 것을 알고도 행위로 나아갔느냐이다. 그러니 형사미성년자의 나이를 10세로 하향 조정하고 10세에서 19세 사이의 소년에는 일괄적으로 소년보호 사건으로의 가능성만 열어두면 된다. 현재 청소년들의 판단 능력을 볼 때, 중학교 2학년의 판단 능력이 고등학교 3학년의 판단 능력보다 떨어지거나 미숙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소년 사건에 대해 모든 연령과 범죄로 일원화하면 통일성 있는 범죄 예방 정책을 펼 수 있고, 분류에 따른 소모적 행정 절차도 줄어든다.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0세로 낮추고 10세부터 19세까지의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소년보호 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일반 형사절차로 갈 것인지는 1차적으로 경찰이, 2차적으로 검찰이,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판단하면 되는 문제이다. 간단한 것을 돌아서 갈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