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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낳괴, 2022년의 자화상

그들이 침범하지 못하는 영역은 어디까지일까?

by 이동민
글 잘 쓰고 싶다.


시작은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글을 잘 쓰고 싶었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꾸준히 글을 적고, 일기를 꾸준히 써보기도 했지만 타율성이 동반되지 않는 꾸준함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까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꾸준히 내 글을 보고 평가한다면 조금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런 단순한 동기에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운이 좋게도 브런치는 날 작가로 받아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글을 어떻게 썼을까?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을 읽어보는 것이 먼저다. 브런치에서 잘 읽히는 글의 타입이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나 그 플랫폼에서 통용되는 트렌드가 있다. 나는 아무래도 법률에 대한 글을 주로 쓸 것이니 변호사들이 써놓은 글을 찾아보았다. 검색창에 '변호사'를 검색하니 생각보다 많은 글이 나왔다. 여러 글을 읽어보았다. 많이 읽을수록 브런치의 트렌드를 파악하기 좋지 않을까?




이건 좀 선을 넘는 것 같은데?


어딜 가나 규칙, 약속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변호사라는 직업은 공적으로 약속된 법이라는 것을 다루는 직업이다. 다른 어떤 직업군보다 약속이라는 것에 민감해야 되는 직업이라는 뜻이다. 공동체의 약속에 경중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모임의 규칙이라고 해서 어겨도 상관없고, 큰 공동체의 약속이라고 더 잘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브런치라는 곳에도 약속은 존재한다. 대단한 약속이 아니라 둘밖에 없는, 지키기도 매우 간단한 약속이다.


화면 캡처 2022-01-18 110333.jpg




첫째, 상업성/홍보성 글을 쓰면 안 된다. 둘째, 타인의 저작물이나 신분을 도용해서는 안된다. 브런치만큼 큰 플랫폼에서 이렇게 간단한 룰만 지키면 되는 곳은 흔하지 않다. 그런데 글 몇 개를 읽지도 않았는데 소위 '선을 많이 넘는'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다. 글 속에서 반복적으로 본인 사무실을 홍보한다든지, 글의 하단에 본인 사무실 주소나 전화번호를 넣는다든지, 불필요한 '~전문 OOO 변호사'라는 말을 많이 쓴다든지 홍보의 형태는 매우 다양했다. 왜 이 시대에 신조어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라는 단어가 오랫동안 힘을 잃지 않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너희는 어디까지 괴물이 될 작정이니?


종편 채널을 보면 왼쪽 가슴에 변호사라는 커다란 명찰을 붙이고 법과 전혀 관계없는 말을 하는 패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변호사는 직업 자체만으로 주는 신뢰감이 있다. 전문성에 토대를 둔 그 신뢰감을 다른 곳에까지 이용하려는 변호사들이 많다. 변호사가 정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전문가인가? 변호사가 심리 분석에 대해 어떻게 전문가인가? 변호사가 건강에 어떻게 전문가가 될 수 있나? 그리고 그 커다란 명찰은 왜 달고 있는 거지?




스스로 상품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그 정도까지의 취급을 받는다.


당연하다. 스스로 큰 명찰을 달고 나와서 본인이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떠드는 사람이나, 공동체의 룰을 어기면서까지 본인을 홍보하는 사람이나, 자낳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자낳괴는 2022년 현재 변호사들을 비추는 자화상이다. 나만 아닌 척 멀찍이 서서 그들을 비판해도 그들이 만들어놓은 판에 끌려가서 똑같이 취급을 당한다. 그들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언젠가 돌아서서 자신의 모습을 보면 부끄러워할 날은 왔으면 한다. 괴물에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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