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 읽은 척하기(4)

21세기 자본을 읽어봤다고? 정말? 말해줄 수 있어?

by 이동민

20세기, 제국의 몰락


영국과 프랑스 또는 독일 등 유럽 부국의 국민 총자본은 19세기 말까지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된다. 물론 농경지가 차지하는 자본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었고 농경지의 상대적 가격 하락을 다른 부분이 상쇄하였다. 쉽게 말해 자본가들은 돈이 덜 되는 농경지를 소유하는 대신 공장을 세우거나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택했다. 1910년대까지 성공 가도를 달리던 자본이 왜 충격을 받았는지 당연히 의문이 들어야 한다. 이 책이 제시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물론 유럽의 부국에만 적용되는 이유이다.






전쟁으로 인한 자본의 물리적인 파괴


첫 번째 이유는 당연하게도 세계대전으로 인한 자본의 물리적 파괴이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엄청난 폭격을 받았던 프랑스는 한 해 국민소득에 맞먹는 자본이 파괴되었고, 독일은 국민소득의 1.5배에 해당되는 자본이 파괴되었다. 2020년 대한민국의 기준으로 보자면 1900조 원 내지는 2800조 원 정도의 부동산, 기계, 설비 등이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감소된 자본 비율의 일부만 설명할 뿐이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피해가 거의 없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의 폭격으로 국민소득의 10퍼센트 이하의 자본만 파괴된 영국에서도 자본 비율의 감소 현상은 비슷한 정도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다.






해외자산 가치의 급락


두 번째 이유는 해외자산 가치의 급락이다. 세계대전 이후 혁명과 탈식민지화 현상이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이로 인해 유럽 부국은 식민지에 소유한 자본 대부분을 잃게 되었다. 이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난 현상인데 이 현상은 아주 저열하게도 식민지 근대화론의 한 근거가 된다. 즉, 일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본이 있고 일본이 그 자본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둔 채 우리가 독립했으니 근대화는 일본 덕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말도 안 되는 것은 우선 그 자본 대부분은 우리나라 자본을 수탈한 것이라는 점(1910년대 총독부가 실시한 토지조사사업을 떠올려 보라), 일본인이 직접 투자한 자본이 있다고 하더라도 산술적으로 20년 이상 식민 지배를 했다면 투자한 자본 이상을 수익으로 챙겼을 것이라는 점만 생각해도 쉽게 알 수 있다. 어쨌든 부국들은 이 자본을 잃게 되면서 자본 / 소득 비율이 감소했다.






낮은 저축률


세 번째 이유는 낮은 저축률이다. 예금자들은 저축분을 찾아 파괴된 재산의 복구에 사용하거나 정부에 빌려주었다. 정부에 빌려준 돈, 즉 국채를 매입하는데 쓴 돈은 인플레이션에 의해 종잇조각이 되어 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에 채권이나 주식을 보유한 자본가들의 재산은 대공황으로 인해 회사들이 도산함으로써 마찬가지로 종잇조각이 되었다. 현금성 자산이 일제히 빠져나감에 따라 채권, 주식의 가치가 엄청나게 폭락하였고, 인플레이션이 더해지면서 가치 하락이 심화되었다.






정치적 상황의 변화


마지막 이유는 정치적 상황의 변화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서민생활이 불안정해지면서 대부분의 정부는 임대료 통제 등의 민생 안정 정책을 채택하였다. 임대료가 통제되면서 주택을 수익의 수단으로 활용하던 자본가들은 주택시장을 대거 떠나게 되고 주택 가격이 안정화되었다. 주택 가격이 안정화된다는 것은 주택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고 이는 총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을 줄인다는 뜻이다. 이와 더불어 금융 규제, 배당과 이윤에 대한 과세 등의 정책이 시행되면서 그나마 유지되던 주식 가치를 더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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