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대신 읽어 드립니다.
선진국에서 자본은 비슷한 변화 양상을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의 자본은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해왔다. 우선 자본 / 소득 비율이 유사하다. 18세기 초 영국과 프랑스는 모두 자본이 소득의 7배를 약간 넘었다. 이는 큰 변동 없이 1910년까지 유지되다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 / 소득 비율은 급격하게 추락한다. 1950년까지 자본은 소득의 2배 내지는 3배밖에 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그 이후에는 다시 반등하여 현재는 다시 자본이 소득의 5배 내지 6배 정도의 수치를 회복하였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본 구성 요소들의 변화이다. 18세기 초에는 농경지의 총 가치가 국민소득의 4배 내지는 5배로 자본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에 반하여 현재 농경지가 자본에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해도 될 만큼 낮아졌다. 반면 주택의 가치는 18세기 초까지 국민소득 정도에 머물렀으나 현재는 국민소득의 3배 이상으로 올랐다. 기타 국내 자본의 비중도 주택과 거의 비슷한 정도로 늘어났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첫째, 주택은 가치와 질적인 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재산이 되었다. 둘째, 기업은 산업혁명 이후에 비농업 분야의 상품과 서비스 생산을 위해 대규모의 건물, 설비, 기계 등 비주거 자산을 축적하여왔다.
집값은 오르고 농지 가격은 많이 내렸다. 설비는 대폭 확충되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벌고 똑같이 소유하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1700년 프랑스인 한 사람이 1년에 2000만 원을 벌었다면 약 1억 원의 농경지를 소유하고 있고, 2000만 원의 집, 그리고 기타 2000만 원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012년이 되면 프랑스인 한 사람이 똑같이 1년 2000만 원을 번다고 하더라도 농경지는 거의 소유하고 있지 않고, 약 7000만 원의 집에 살면서 6000만 원 내지 7000만 원을 다른 형태의 부(상가건물, 기계, 설비, 예금 등)로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는 가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현실에서의 소유는 훨씬 더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다.
공공부문의 부는 거의 무시해도 좋다.
자본은 당연히 공공부분이 소유하고 있는 것과 민간부분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리고 공공부분이 소유하고 있는 자본의 크기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보통 국민소득의 1.5배까지 미치지는 못한다. 그리고 정부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국채를 발행하는데 이 규모가 보통 선진국의 경우 국민소득의 100% 정도이다. 그러니 국가가 소유하는 자산에서 국가의 빚(국채)을 빼면 거의 돈이 남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국가가 소유한 자산은 소득의 145%, 부채는 소득의 114%로 소득에서 부채를 빼면 소득의 31%만 남게 되고 이는 프랑스 전체 자본의 5%라는 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한다. 자본이 소득의 6배라고 가정하면 국가가 소유한 순 자산이 소득의 31%일 때, 자본 기준으로는 5%(6분의1)가 된다.
여담이지만, 보통 선진국의 국가부채가 국민소득의 100%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부채가 국민소득의 40%만 넘어가도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떠드는 전문가들의 근거는 무엇일까?
인플레이션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물론 공공부채가 일정 수준보다 많다면 국가 운영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국가에 1억 원의 빚이 있고, 공공부채의 이자율이 5% 라면 국가는 공공부채를 소유한 채권자(국민)에게 1년에 500만 원을 이자로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그 500만 원은 공공부채를 소유한 채권자를 포함한 국민들이 내는 세금에서 충당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화폐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채권자는 손해를 보게 된다. 그리고 영국과 프랑스의 국채는 인플레이션에 의하여 상당 부분 해소된 역사가 있다.
리카도의 등가, 자본 소득자의 안락사
리카도는 특정한 조건에서는 공공부채가 국민 총자본의 축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의 가설인 '리카도의 등가'를 공식화하였다. 1817년 당시 영국의 공공부채가 소득의 200%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축적이 유지되는 특수한 상황만 보고 세운 가설이다. 현대사회에서까지 공공부채가 이렇게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자본이 축적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케인스는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이라는 한정된 현상만 보고 '자본 소득자의 안락사'를 저술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공공부채를 탕감하는데 가장 단순한 방법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것도 현대사회에서 그대로 적용될 것인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