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린 글도 명예훼손이 됩니다.

by 이동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70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 제70조* 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같은 조 제2항은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제1항은 진실과 일치하는 사실을, 제2항은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형법 제307조의 구조과 같다. 다만 일반적인 명예훼손보다 최고형이 약 1.5배 가중된 징역 3년, 징역 7년이 법정형이다.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위반은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과 징역의 법정형이 같다.** 그러므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한 경우 왜 더 큰 처벌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의 분석을 통해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두 범죄에 대하여 똑같이 형을 가중하는 이유는 첫째, '비방할 목적'이라는 요소가 추가적으로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성요건 요소 중에서 행위자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을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라고 한다.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라는 것은 주로 고의를(드물게는 과실을) 말하는데, 주체가 어떤 행위를 하겠다는 인식과 그것으로 적극 나아간다는 의지(의사)가 고의의 요소이다. 즉, 어떤 일이 일어날지 대략적으로 예상이 가능함(인식)에도 그 행위를 하기로 결정(의지)한다면 우리는 그 일을 '고의적'으로 행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두 범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이 되고 그것을 하기로 한다는 것 외에 '비방할 목적'으로 해당 행위를 해야 처벌을 받는다. 이렇게 일반적인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 외에도 더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를 '초과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런 초과 주관적 구성요건 요소는 더 강한 불법성과 비난 가능성의 지표가 된다.


둘째, '출판물' 또는 '정보통신망'이 가지고 있는 정보 재생산의 위험성이 반영된 결과이다. 음성 언어는 녹음이 되지 않는 이상 내용이 변형되어 전달될 수 있고, 그 발언의 진위도 알아내기 힘들다. 즉, 다른 사람이 'A가 그러는데 B가 사기 전과가 있대.'***라고 말한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A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다. 그러니 음성 언어는 본질적으로 발언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쉽게 부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자 언어는 그와 정반대이다. 문자 언어는 음성 언어보다 최소한 몇 만 년 늦게 탄생했는데, 그것이 최초로 탄생한 이유도 음성 언어의 가변성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다(정보가 저장된다는 것도 불변성의 특징이다). 문자 언어의 특성에 출판물과 정보통신망이 가지는 파급력이 더해지면 법적 이익을 위협하는 정도가 훨씬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것이 출판물에 해당하는가?


형법 제309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하여'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신문, 잡지, 라디오 매체로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때 이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명백하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기타 출판물'에 해당하려면 어느 정도의 외형을 갖추어야 하는지이다.


대법원 1986. 3. 25. 선고 85도1143 판결

'출판물 등'은 다수인이 견문할 수 있고 장기간 보존되어야 함을 전제로 '모조지 위에 사인펜으로 기재한 삽입 광고문(조현병 환자로 무단가출했다는 내용)'은 출판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997. 8. 26. 선고 97도133 판결

'기타 출판물'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하여는 그것이 등록, 출판된 제본 인쇄물이나 제작물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어도 그와 같은 정도의 효용과 기능을 가지고 사실상 출판물로 유통, 통용될 수 있는 외관을 가진 인쇄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장수가 2장에 불과하고 제본 방법도 조잡한 최고서 사본'은 출판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가로 25cm, 세로 35cm 정도 되는 제호가 표시되었다고 볼 수 없는 낱장의 종이에 단지 단편적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광고하는 문안이 인쇄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면 출판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도3048 판결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성되어 프린트된 A4 용지 7장 분량의 인쇄물로서 보통 편지봉투에 넣어 우송될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면 출판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최근 사례


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도12750 판결

피고인은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어머니이다. 피고인의 아들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피해자로 참석하여 위원회로부터 가해학생의 접근, 협박, 보복행위 금지의 처분을 받아내었다. 피해학생의 어머니는 이것을 근거로 자신의 카카오톡 계정 프로필 상태 메시지에 '학교폭력범은 접촉 금지!!!'라는 글을 게시하였고, 가해학생(의 부모일 가능성이 높다)은 이런 상태 메시지가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로 고소하였다.

대법원은 '학교폭력범은 접촉 금지!!!'라는 메시지를 게시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고, 또한 이런 메시지만으로는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드러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사이버 대학교의 법학과 학생이다. A라는 학생은 법학과 학생들만 회원으로 가입한 네이버 밴드에 '총학생회장 출마자격에 관하여 조언을 구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피고인은 그 글에 '피해자가 학생회비도 내지 않고 총학생회에 출마하려고 했다가 학과를 분열시킨 사례가 있다. 그런 일은 지양했으면 한다.'는 취지의 댓글을 작성하였다.

대법원은 이 댓글이 사이버 대학교 법학과 학생들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사항이고, 총학생회장에 입후보하려는 법학과 학생들에게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의견을 제공하고자 작성한 댓글이기 때문에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 환송하였다.



대법원 2022. 4. 28. 선고 2020도15783 판결

피고인은 과거에 근무했던 회사에 대하여 평가하면서 '무슨 지병이 있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모두 소주 3병은 기본으로 마시고 돌아가야 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하였다.

대법원은 '개인적 환경이나 근로 환경에 따라 회식 자리에서의 음주와 관련한 근로자 개인이 느끼는 압박감의 정도가 다를 수 있는 등 사정'을 들어 피고인이 게시한 글은 허위사실이 아니고, 비방할 목적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1. 12. 30. 선고 2021도9974 판결

A 신문사와 피해자 법인은 'A 신문사가 법인의 소식을 홍보하면, 법인은 그 대가로 인쇄비 등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양해각서가 체결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법인이 A 신문사와 부정하게 공모하여 피해자 법인의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A 신문사에 매월 돈을 지급했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게시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게시한 글의 내용은 허위사실에 해당하고 피해자 법인을 '비방할 목적'도 인정된다고 보아 이 게시글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 법률 조항을 읽을 때는 반드시 앞에 제(第)를 붙여야 한다. 순서를 뜻하는 '제'를 붙이지 않고 70조라고만 하면 정보통신망법의 70개 조문을 의미하는 것인지 70번째 조문을 의미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률은 아주 작은 오차와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다.


** 다만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진실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임에 반하여, 정보통신망법은 진실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허위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이는 제정된 시기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현실적인 불일치가 있으므로 개정되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 가끔 '-데'(과거의 경험 사실)와 '-대'(전문)의 용법을 틀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 문장 하나면 외울 수 있다. '-써'와 '-서'의 구별도 '써방, 서자'로 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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