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당신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by 이동민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10년 전쯤 동성 간 결혼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많이 어린('어린'이 왜 '어리석은'의 옛말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나이였고, 생각이 한 방향으로만 고정된 시절이어서 문체가 과격합니다. 타인에 대한 감수성도 부족하고 다소 공격적으로도 보이는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의 결론은 '현행 민법 하에서 동성 간 혼인을 허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면면은 10년 전과 지금이 완전히 다르지만 결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동성 사이에 혼인을 허락해 주는 것보다는 대안적 가족 구성 모델을 도입하여 그들 사이에도 혼인과 유사한 법적 보호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아직 그에 대한 저의 이해가 부족하여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10년 전 그 글로 비판적인 댓글을 많이 받았습니다. '호모포비아'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어도 저의 뜻은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어떤 관계를 갖든, 동성애를 하든 나와 관계없지만(저는 굉장히 고립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그게 사회적으로 공인된 혼인과 동일한 지위를 취득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계속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비난이 바로 돌아왔습니다.


10년 후 2023년입니다. 저는 여전히 동성 간 결혼에 회의적입니다.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사랑을 하고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점은 10년 사이에 바뀌었지만 그들이 보기에 저의 태도와 가치관은 한참 부족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생업이 바빠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태도가 바뀌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핑계 같지만 먹고사는 게 너무 바빠서 사실 그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도 맞습니다. 그들의 영역을 한없이 미지의 영역으로 둔 것도 죄송한 일입니다.


미지와 무관심의 영역이 제 삶으로 들어온 건 홍준표 대구시장이 그들이 가진 유일한 표현 창구를 막았을 때입니다. 홍시장은 그들을 혐오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혐오의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홍시장은 대구지방경찰청장과 대구 퀴어축제 조직위원회 임원들을 공무집행방해의 공범으로 고발하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동성애'도 '동성 간 결혼'도 저에겐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는 것조차 박해를 당한다면, 그들을 박해하는 공권력이 정당하지 않다는 말은 하고 싶었습니다. 매사에 심드렁하고 무관심한 사람이 앞장서서 죄송합니다.

20385_51787_3536.jpg 출처: 평화뉴스

* 볼테르가 한 말로 잘 알려진 이 명언은 사실 볼테르가 직접 한 말이 아니라 에블린 홀Evelyn Hall이 볼테르의 전기를 쓰면서 그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한 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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