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idn`t build that.

Somebody else made that happen.

by 이동민

내가 모든 것을 이룬 것이라는 환상


우리는 많은 착각과 편향 속에서 살아간다. 수많은 착각 중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고약한 것은 능력주의에 사로잡혀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내가 이룬 것이다.'라는 신념이다. 그런 신념이 사회에 큰 해악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로 가난의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돌리기 때문(좌절을 겪는 개인의 미시적 문제)이고, 둘째로는 공동체 의식을 약화(사회적 통념에 관한 거시적 문제)시키기 때문이다. 나머지 해악은 두 문제 안에 포함되거나 그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다. 예컨대 능력주의가 깊게 파고들어 우리나라에 나타난 전형적인 증상으로 학벌주의가 있는데, 지나친 학벌주의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교육기관을 경쟁의 장으로만 퇴화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학생 개인으로는 불안과 우울을 증폭시키고 자기 효능감을 떨어뜨린다.




빈곤이 문제가 되는 이유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구조 상 빈곤은 사라질 수 없다. 이번 정부는 빈곤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기 때문에(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 그들 스스로 빈곤을 털고 일어나는 최상의 대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정부가 정책을 바꾸지 않는 이상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절대적 빈곤의 수준을 0까지 내릴 수는 없다. 가난은 현상이다. 눈 감는다고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귀 막는다고 들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빈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더 많은 것'과 임금을 대등하게 교환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때 집사 변호사*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로펌의 대표는 고용된 변호사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하여 '품위'를 버리도록 강요한다. 버리는 것이 품위에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쁜 노동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사용자는 목숨까지 버리라고 강요한다. 위험은 하청업체로 넘겨지고 마지막 하청을 받은 회사의 노동자는 순수한 노동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이 더해진 노동을 돈과 교환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제2의 김용균과 제3의 김용균이 계속 나타난다. 얼마 전에도 승강기를 점검하던 20대 청년이 사망한 사건이 있지 않았나.


더 많은 것과 임금을 교환하려는 안타까운 노동자도 있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은 그런 교환을 거절하고 자발적으로 실업자가 된다. 청년 세대의 자발적 실업은 단순히 '임금이 적기 때문'이라기보다 '노동과 임금이 정당하게 교환되는 시장'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상의 위험이 높은 작업장이라도, 교대근무로 암 발생률이 높은 사업장이라도 대기업(또는 그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곳)이라면 지원자가 넘쳐난다. 사람이 없는 곳은 그런 위험만 하청 받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 공동체 의식의 공동화(空洞化)


한 나라를 존속시키는데 개인적 빈곤보다 훨씬 큰 문제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나의 모든 소유는 나의 노력(또는 그 재산을 승계받기 이전 소유자 - 주로 부모 - 의 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동체를 위해 어떤 기여도 할 필요가 없다는 의식이 점점 확산된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그런 의식의 내면화는 '빈자가 부자를 옹호하는 근거'가 된다. 도로가 없어지면 나는 편의점 갈 때 불편한 수준이지만 현대차는 주력 사업을 접어야 한다. 인터넷은 군사용 목적으로 국가주도로 탄생한 것이다. 그게 없다면 댓글 전사들은 댓글을 못 적는 수준이지만 삼성도 주력 사업을 접어야 한다. 과연 세금이 필요 없는 것일까? 대기업은 본인들의 노력 만으로 부를 일군 것일까? 개인적으로 오바마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 연설문에서 영감을 받는 부분은 많다.


If you were successful, somebody along the line gave you some help. There was a great teacher somewhere in your life. Somebody helped to create this unbelievable American system that we have that allowed you to thrive. Somebody invested in roads and bridges. If you've got a business, you didn't build that. Somebody else made that happen. The Internet didn't get invented on its own. Government research created the Internet so that all the companies could make money off the Internet.


- Barack Obama, July 13, 2012, in Roanoke, Virginia




대구로페이, 끝나지 않을 싸움


대구시는 '대구로'라는 지역 배달 애플리케이션 사업주로 '인성데이타'를 선정했다. 선정 과정에서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대구시가 '인성데이타'에 특혜를 자꾸 얹어준다는 의혹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카카오택시의 대항마로 자체 택시 애플리케이션을 인성데이타의 '대구로'에 편승시켰다. 그리고 올해에는 대구행복페이라는 지역화폐도 없애버리고 '수백 억'에 달하는 자금이 오가는 플랫폼으로 다시 '대구로'를 선정했다. 대구로는 배달 앱으로 시작해서 택시, 이제는 지역화폐사업까지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인성데이타는 앱만으로 결제를 하고, 기존 지역사랑상품권(또는 카드)에서 사용하는 지류, 실물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배짱을 부렸다. 물론 개인 기업 입장에서는 '앱'만 관리하는 것이 '지류, 실물카드'까지 관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줄어든다. 하지만 지역사랑상품권과 같은 '공공성'을 지닌 정책은 시민이 최대한 많은 수혜를 누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실물카드나 지류 결제가 안 된다면 노인과 같은 디지털 취약 계층이 보장에서 배제된다.


대구시가 왜 개인 기업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까지 노력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분명 검은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사무실은 대구시에 '인성데이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각 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되었는지', '인성데이타에 지급된 보조금이 적절한 수준이었는지', '해당 사업을 위해 적절하게 쓰였다는 것을 철저하게 감사하였는지' 등을 꾸준히 질문했다. 그 과정에서 불법이 있다면(분명히 있다), 고발할 준비도 하고 있다.


우리의 너무 잦은 질문 때문이었을까. 인성데이타는 '65세 이상에 한하여 실물카드를 신청자에게 발급한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니까 당신이 지금 편하게 어떤 것을 누리고 있다면 그 뒤엔 누군가의 노력이 있음을 명심하자. 나도 항상 그 점을 마음에 새기고 인성데이타와의 싸움을 더 진행해야겠다.



바뀌기 전페이.JPG 2023. 6. 13. 출처: 우리동네 Btv, 우성문 기자
바뀐페이.JPG 2023. 6. 26. 출처: 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대구에 살지도 않으면서 대구를 바꾸는 중




*법률적으로 자문을 구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된 의뢰인을 위하여 접견을 가는 변호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변호인과의 접견은 본인들이 시간을 보내는 수형장소보다 훨씬 쾌적한 곳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형로펌의 대표들은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접견 교통권'을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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