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평생 아무것도 못해요.
글을 쓰려고 브런치를 켜면 다른 작가들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글을 몇 줄 읽다 보면 '다들 이렇게 잘 쓰는데 글로 먹고 산다는 사람이 못 써서 되겠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잘 쓰려고 묵은지처럼 글을 묵히다 보면 해당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때도 있고, 저장한 글 토막을 보고 그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잊어버릴 때도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발행을 누르지 못한 글도 많고요. 대충 쓴 글로 내 실력을 평가받는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전형적인 부작위 편향이지요.
완벽주의 성향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그런데 이 완벽주의 성향을 그대로 두면 정말 평생 일만 하다가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출판? 당연히 하면 좋겠지만 제 목표는 아니고요. FIRE족이 되는 것? 그것도 좋겠지만 인생 목표는 아닙니다. 제가 항상 하고 싶었던 건 조금만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거든요. 그게 작게는 제가 사는 지역사회이고, 크게는 대한민국이고요. 세계까지는 제가 영어가 짧아서 무리입니다.
그래서 완벽주의 성향을 걷어내고 '뭐라도 시작해 보자'라고 한 게 인터넷 신문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웃긴 게 이 과정에서도 완벽주의 성향이 나타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충 그냥 홈페이지 만들고 기사에 힘을 써야 되는데, 로고 만드는 것부터 일주일이 넘게 걸리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냥 홈페이지부터 만들고 생각할 걸 하는 후회도 들지만, '어차피 홈페이지 대충 만들었다가 나중에 로고 나오면 다시 홈페이지 고쳐야 하잖아?'라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을 좀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신문사 만들려면 제호부터 정해야 하고요. 제호를 정하고 나면 로고 만드는 건 선택입니다. 저는 로고를 만드는 쪽을 선택한 것일 뿐 필수는 아니지요. 그리고 이번 주 내로 로고가 완성되면(부디 그러길 바랍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홈페이지 제작은 이번 달 말 안으로 끝내고 싶어요. 인터넷 신문들을 보면 광고 때문에 너무 불편해서, 당연히 광고도 안 받을 생각이니 홈페이지 제작 자체가 오래 걸릴 것 같진 않아요. 그리고 제가 워낙 간소한 걸 좋아해서 막 예쁘고 화려하게 꾸미고 싶지도 않습니다. 홈페이지 제작이 끝나면 발행인, 편집인을 정해서 인터넷 신문 사업을 광역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합니다. 발행인은 저, 편집인도 저입니다.
주로 노동문제와 정부감시 및 비판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 당분간은 기삿거리도 제가 직접 모아야겠지요(물론 사무실 직원들도 도와주겠지만요). 그런데 그렇게 다 하다 보면 지금보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써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브런치에까지 막 훌륭한 글(또는 그렇게 보이는 글, 이때까지 그런 글을 써 왔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을 쓸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그 옛날 싸이월드에 다이어리 쓰고 포도알 받는 기분으로 어깨에 힘을 좀 빼고 막 한 번 적어보려고요. 적어도 브런치에서는요. 브런치에 막 적는 글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