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노동법

주 52시간은 1주일 기준

형사법과 노동법의 차이

by 이동민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제53조(연장 근로의 제한)

①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제110조(벌칙)

제50조, 제53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A는 주말에 하루 16시간씩 일하는 노동자이다.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니 나머지 8시간은 연장 근로가 된다. 토요일과 일요일 각 16시간씩 일을 했다면 기본 근로시간 16시간(8시간씩 이틀), 연장 근로가 16시간(마찬가지로 8시간씩 이틀)인 셈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임금은 16시간 분에는 연장 가산 수당이 붙지 않고, 연장 근로를 한 16시간 분에는 연장 가산 수당이 붙는다. 그러면 사업주는 1주에 16시간의 연장 근로를 시킨 셈이니 근로기준법 제53조 위반으로 처벌될까?


2023. 12. 25. 선고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A의 사업주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53조는 1주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제50조의 제1항을 기준으로 보자면 1주일 동안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근로는 적법하다. A가 1주일 동안 총 근로한 시간은 32시간이기 때문에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반대로 제50조의 제2항을 기준으로 보자면 1일 8시간을 넘은 노동이 각 8시간씩 두 번 있었기 때문에 1주 간의 12시간 한도를 넘는다. 결국 제53조에서 말하는 '제50조'를 제1항과 제2항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제1항을 기준으로 삼았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합법적으로 1일 21.5시간의 노동을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21.5시간인 이유는 휴게시간을 제외했기 때문이다(8시간에 1시간 휴게, 8시간에 1시간 휴게, 5시간 30분에 30분 휴게). 하지만 이와 같은 비판은 온당하지 않다.


첫째, 21.5시간의 노동이 합법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 입장에서 그렇게 노동을 시킬 이유가 별로 없다. 앞서 말했듯이 8시간을 넘는 모든 근로에는 연장 수당이 가산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는 오히려 연속된 근무가 손해일 경우가 많다. 노동 생산성 또한 떨어진다.


둘째, 형사법에는 '의심스러운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in dubio pro reo' 판단하라는 대원칙이 지배한다. 제50조의 제1항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제2항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모호할 경우에는 무조건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이 우선된다. 이것이 노동법과 형사법의 가장 큰 차이이다. 근로기준법 제110조는 노동법이지만 벌칙규정으로 형사법의 한 부분이다. 근로기준법의 다른 부분이 노동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과 달리 벌칙 규정은 형법 조문 안에 넣는 것이 더 불편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조문 안에 있을 뿐이다.


물론, 연장 수당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의 문제, 탄력 근로제와 결합하면 과도한 업무가 몰릴 수 있는 문제 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53조에 '제50조 제2항의 근로를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었으면 더 나을 뻔했다는 것도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존재하는 법 안에서 형사법적 대원칙을 준수한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나쁜 사업주가 곧 처벌받아야 하는 피고인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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