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노동법

1일 1 노동법 - 31

근로기준법 제1조

by 이동민
제1조(목적)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모든 법률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헌법은 전문과 130개 조의 아주 간단한 형태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규율할 수 없다. 따라서 헌법은 아주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률로 규정할 것을 구체적으로 명령하지만, 국민의 생활영역 중 대부분은 헌법적 가치에 따라 법률로 규율하도록 얼개만 짜놓았다. 법률은 헌법적 근거에 따라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헌법에서 법률로 정할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법, 헌법에 나타난 헌법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 헌법에 명시된 가치는 아니지만 널리 국민의 이익과 편의를 증진하기 위한 법이 그것이다.




형사소송법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 노역을 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2조 제1항)'라는 헌법의 직접 명령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신체의 자유, 적법절차의 원리는 초이념적 가치이기 때문에 헌법이 이를 직접 명령한 것이다. 공공주택 특별법은 '국가는 주택 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제35조 제3항)'라는 헌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통계법은 '통계의 작성, 보급 및 이용과 그 기반 구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통계의 신뢰성과 통계제도 운용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이처럼 법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제각각이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제3항







헌법 제32조 제3항은 근로기준법의 제정을 직접적으로 명령하였다. 근로기준법 제1조도 이런 헌법의 명령에 호응하여 근로조건의 최저선을 법률로 명시하기 위함을 밝히고 있다. 보통 법률의 제1조는 그 법률이 지향하는 목적이나 그로 인하여 이루고자 하는 헌법적 가치를 규정하기 때문에(물론 민법처럼 목적이 아닌 다른 규정을 맨 앞에 둔 법도 존재한다) 재판규범으로 활용되는 사례는 드물다. 재판규범으로 활용되기 힘들다는 뜻은 '근로기준법 제1조'를 근거로 법률적 판단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뜻이다.




재판의 근거로 활용되지는 않지만 근로기준법 제1조를 다시 새겨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근로기준법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되기도 하였지만,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헌법적 가치를 구체화한 법이기도 하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 개인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함과 동시에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제정되었다. 일부 기업이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행태는 노동자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민 경제의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뜻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플랫폼 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 교대 근무자 등의 실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미 300만 명이 넘었고, 플랫폼 노동자는 제대로 추산조차 힘들다. 많은 노동자들이 사실상 노동자의 지위로 일하면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재의 모습은 근로기준법이 지향하는 그림과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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