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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May 07. 2024

피해자 작성 탄원서의 증거능력

쟁점: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형사소송법의 규정상 피해자는 형사소송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으로 '피해를 당한 건 본인인데, 충분히 진술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라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은 피해자를 대신하여 검사가 가해자를 기소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독립된 당사자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형사소송 절차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제1항은 '피해자의 신청이 있는 때에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사실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피해의 정도 및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 등'까지 진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이 '피해의 정도 및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 등' 사실인정과 관련이 없는 피해자의 의견만을 듣고 싶을 때는 증인신문에 의하지 않고 의견을 진술하도록 허락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증인신문은 반대신문의 기회까지 주고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더 중요한 점은 피해자의 진술은 그것만으로 피고인을 처벌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유죄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면, 양형에 관하여 피해자의 의견만 간단하게 청취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런 의견은 서면으로 제출도 가능한데 보통 '탄원서'라는 제목의 문서로 법원에 제출됩니다. 이 사건은 탄원서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다툼이 있었습니다.




사실관계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0. 3. 중순경 알게 되어 2020. 4. 초순경부터 연인 사이로 지내면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가 2020. 8. 4. 헤어진 전 연인관계입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헤어지기 전인 2020. 6. 경 함께 제주도로 골프 여행을 가기로 비행기를 예매하였는데, 그 여행일자는 2020. 8. 7일부터 불상일 간이었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헤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피해자는 혼자 골프 여행을 갔고, 피고인은 업무상의 이유로 제주도를 갔습니다. 피고인도 제주도에 온다는 사실을 알았던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일종의 부탁(피해자가 운영하는 치과에서 마취제 및 도구를 가져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들어 결국 골프 모임을 함께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피해자는 같이 골프 여행을 온 것은 맞지만 성관계는 지속적으로 거절하였는데, 피고인은 이를 무시하고 강제로 관계를 시도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피해자를 폭행하였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3도11371 판결)


기록에 따르면, 피해자는 제1심 및 원심에서의 재판 절차 진행 중 수회에 걸쳐 탄원서 등 피해자의 의견을 기재한 서류를 제출하였는바, 이러한 탄원서 등은 결국 피해자가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0 제1항에 규정된 의견진술에 갈음하여 제출한 서면에 해당하므로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 할 수 없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피해자가 한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사정의 하나로 위와 같이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일부 기재 내용을 적시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는 피해자의 의견을 기재한 서면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 할 수 없는 탄원서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 이 사건 원심에서는 탄원서에 기재된 '범죄에 관한 사실관계'를 피고인에게 반대 신문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유죄의 증거로 활용했습니다. 탄원서에 기재된 내용은 어떤 경우에도 유죄의 증거로 활용할 수 없으며, 만약 법원이 탄원서에 기재된 사실관계에 의문이 생긴다면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하고, 피고인에게도 반대 신문에 대한 기회를 부여하여야 합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 외에도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했기 때문에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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