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의 배경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사실을 말하는 것이 범죄가 될 수 있는가?'라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쉽지 않은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앞의 질문에서 출발하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위법성 문제는 옳음과 그름, 좋음과 나쁨, 표현의 자유와 인격적 권리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지점 어딘가에서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위법성 여부는 약간은 어렵더라도 옳음과 좋음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옳음과 좋음에 대한 판단 없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접근하려고 한다면 비교법적으로 그 위법성을 가릴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선진국의 법체계가 취해야 할 태도도 아니고, 문화사대주의에 바탕을 둔 판단 유보의 한 변명에 불과하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위법성에 따라 다른 문제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가령 '허위의 사실을 말하는 것은 범죄가 될 수 있는가?', '명예를 훼손한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혐오발언을 허용할 수 있는가?' 등과 같은 질문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위법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법체계에서 중요하고 원천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른 관련된 수많은 질문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법학이 단지 실체법의 해석에 그치지 않고 철학과 논리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은 법의 해석, 적용, 개정 등에 논리가 동원되기 때문이다. 법조인이라면 소극적으로 법을 해석하기만 하면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왜 비범죄화되어야 하는지, 그렇게 함으로 인해서 우리가 새롭게 가져야 할 윤리적 태도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